박근혜 청와대가 넘겨준 컴퓨터, ‘빈 깡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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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가운데 ‘박근혜 청와대’가 ‘문재인 청와대’에 정권 인수인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현황 자료도 넘기지 않았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16일 “(청와대) 컴퓨터를 확인한 결과 하드웨어상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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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인수인계 시스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내 정상적인 온라인 인수인계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지만, 이 인수인계 시스템 안에는 인수인계와 관련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문제 등 주요 현안이나 인사 관련 자료는 물론, 업무 매뉴얼 같은 기본적인 문서조차 청와대 서버나 직원 컴퓨터 안 하드웨어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 상태로는) 저희가 이전 정부에서 어떤 일을 추진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며 “다음 정부를 위해 당연히 해줘야 할 인수인계 작업을 사실상 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박 전 대통령 쪽 “법에 따라 정리한 것” 청와대는 다만 전 정부의 관련 자료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고 보고 있다. 현행 공공기록물관리법이 “인수 완료를 통보받은 공공기관은 해당 전자기록물을 물리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삭제 또는 파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쪽도 “법에 따라 관련 자료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국가기록원으로 넘기고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정리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가기록원으로 넘긴 자료들 가운데 대통령지정기록물 말고 일반기록물은 보고싶으면 언제든 요청해서 볼 수 있다”며 “자신들도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할 때 경험해봤으면서, 우리를 마치 의도적으로 자료·문서를 파기한 범죄집단처럼 몰아가는 건 의도가 불순하다”고 말했다.

부실 인수인계를 둘러싼 논란은 대통령이 바뀔 때, 특히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불거졌다. 2008년 이명박 청와대는 노무현 청와대가 민정 등 민감한 부서의 자료들은 물론 청와대 전산시스템인 ‘이지원’ 파일과 컴퓨터 하드디스크까지 파기했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촉발했고, 이에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이지원 사용법을 몰라 벌어진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에도, 같은 새누리당 정권인 이명박 청와대가 새 정부 출범 1주일을 앞두고 기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건,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넘겨주고 받는 기록물의 성격이나 범위 등이 현행법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특정 기록물을 감추는 데 제도를 악용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대통령 기록물의 이관 과정을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전 정권의 일이라도 새 정부도 참고해야 할 중요한 정보라면 관련 정보를 넘겨주는 게 타당하다. 그렇지 않으면 새 정부는 상황 파악 등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이는 국가적 낭비”라고 말했다.


■ 조국 민정수석, 국정원 등에 “자료 파쇄·유출 금지”
이런 가운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국가정보원·기무사령부·검찰·경찰의 보안감찰 책임자 등을 소집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부의) 종이 문서 및 전자 문서에 대한 무단 파쇄나 유출, 삭제를 금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위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조 수석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정윤회 문건 사건 재조사’를 시사한 점과 맞물리며 눈길을 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조 수석의 문서 파기와 관련된 지시는 청와대 (인계) 문서가 없다는 것과 연결됐을 수도 있다”며 “정부 부처나 민감한 부서의 경우에는 문서 파기가 있는 경우도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조 수석이 주의 환기 차원에서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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