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디지털을 버리고 재래식으로 돌아가라"는 뚱딴지 같은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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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군에게 항모의 전자식 사출 시스템(EMALS)을 버리고 "빌어먹을(goddamn) 증기식으로 복귀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군비 확충 및 국방기술 발전을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최신 기술을 버리고 재래식 기술을 도입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전문이 공개된 지난 8일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에 올라 연설한 지난 3월의 경험을 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donald trump ford

트럼프 대통령은 포드함에 탑재된 전자식 사출기를 보면서 느낀 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이라니, 나쁘게 들렸다. 뭐가 디지털인가?"라면서 "그건 아주 복잡해서,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면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되어야 할 정도다"고 했다.

사업가 출신이어서인지(?) 그의 성미를 건드린 건 "해군이 더 많은 항모를 사려고 한다"는 말이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거기(새 항모)에는 무슨 사출 체계를 탑재하냐"고 물었으며 장교로부터 "대통령님, 계속 전자식으로 갑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서 내가 말했다. '아니, 아니다'라고. 난 '당신들은 빌어먹을 증기식 사출기를 탑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디지털은 수백만달러나 더 비싼데 반해 좋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사출'(射出)이란 증기·전자기 등의 동력을 이용해 함선으로부터 항공기를 발진시키는 행위를 가리킨다. 항모의 활주로는 땅에서처럼 길 수 없기 때문에 탑재기가 빠른 시간 내에 뜰 수 있도록 힘을 가해주는 장치가 사출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터뷰 도중 디지털로 지칭한 사출방식은 정확히는 전자기를 이용한 방식이다.

donald trump ford

이에 대해 시사주간지 애틀랜틱 등 미 언론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물론 전자식 사출기가 증기식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증기식에서 발견되는 치명적 문제점을 없앨 수 있는 그야말로 '최신식 문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로지 미국만이 개발에 성공한 독자적 기술로써 전 세계의 부러움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애틀랜틱은 "EMALS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단 건 아니다. 막대한 비용과 개발지연에 따라 EMALS 개발은 미 해군의 '가장 극적인 낭패'라는 꼬리표가 붙었다"면서 "이에 따라 3대의 포드급 항모 건조 비용은 지난 10년 간 270억달러에서 360억달러로 불어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포드급 개발 문제는 기술적 측면보다는 조직적 측면에서 파생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때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분석한 바대로 "항모 프로그램이 수많은 부서와 담당자들을 거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미 국방획득제도 내의 오류와 만연한 관료제 때문"이라고 애틀랜틱은 밝혔다.

게다가 증기식 사출기는 전자식보다 유지보수가 어려우며 탑재기 한 대 당 발진시간이 길어 전투에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 기체에 부담을 줘 수명을 단축시키는 효과도 있다. 적군 공격에 아주 취약한 항모를 최신식 기술로 무장하는 것은 현대적인 국방체계 확립의 우선 순위라는 원론적 비판도 이어졌다.

donald trump ford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기술·안보 분야 전문가인 피터 W. 싱어는 "트럼프가 스스로 뭘 얘기하고 있는지 모르는 듯 하다"면서 "그 기술은 새로운 항모의 핵심 장점이다"고 말했다. 네이비타임스는 전자식 발진의 도입으로 해군이 항모 수명 50년 동안 40억달러에 가까운 유지보수 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애틀랜틱은 "증기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은 놀랍지만 재래식 기술을 선호하는 그의 시각에는 잘 들어 맞는다. 애초에 미국 제조업 황금기로 돌아가겠다던 대통령이다. 이는 국제경제를 잘 들여다보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우스움과 동시에 유감스러운 주장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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