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트럼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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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한국은 방금 반미(反美) 대통령을 뽑았다."

19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끝나고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다시피 한 지난 9일 저녁,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 애널리스트인 조쉬 로긴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문재인이 반미 대통령이라고?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는 이력과 더불어 대선 캠페인에서도 대체로 참여정부의 노선을 계승하는 (특히 대북정책에서) 모양새를 보여왔다는 게 미국의 일부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반미주의자'로 여기는 원인일 수도 있다.

물론 이 또한 참여정부의 대외정책 흐름을 되짚어 보면 전혀 성립되지 않는다. 2002년 당시 미군 장갑차 사고 등으로 국내서 극에 달한 반미주의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주요인이기는 했지만 참여정부는 결코 반미정부는 아니었다. 한미FTA를 추진했고, 미국이 일으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파병을 했다.

그러나 조쉬 로긴처럼 극단적으로 왜곡된 정도는 아니더라도 외신들은 공통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관련기사] 외신들은 문재인 당선에 대해 뭐라고 썼을까

문재인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의 기사는 모두 공통적으로 "미국에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지난 1월 발간한 대담집에서의 발언을 인용한다. 그런데 바로 그 문장 앞에 "나도 친미(親美)지만"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은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향후 한미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드 배치 문제와 북핵(남북관계) 문제는 앞으로 한미동맹이 맞닥뜨릴 문제들 중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트럼프가 다시 불 붙인 사드 배치 문제

사드 배치 문제는 지난 주말의 강릉 산불과 비슷한 점이 있다. 불이 다 꺼진 줄 알았는데 도널드 트럼프가 일으킨 바람에 되살아났다. 박근혜 정부가 전격 배치를 결정하고 과도기의 황교안 대행 정부가 거의 '알박기' 수준으로 성주골프장에 배치를 완료해 버렸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이에 대해 유감을 표하긴 했지만 이미 현지에 배치까지 완료된 것을 원점으로 돌리기엔 한미관계에 가해질 부담이 너무 컸다. 그대로 두면 사드 배치 문제는 일단락될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한미간 합의와 전면으로 배치되는, '사드 배치 비용도 한국이 내야 한다'고 발언하는 바람에 다시 큰 문제가 됐다. 그나마 백악관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합리성'을 대변하는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당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미국 정부가 사드 배치 비용을 부담하는 기존의 합의를 재확인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알려지기로 그 사실을 알고는 전화로 맥마스터에게 고성을 지르며 힐난했다 한다.

한국군이 아닌 '주한미군'이 주한미군 자산의 보호를 주목적으로 배치하는 사드에 대해 한국 정부가 그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은 사드 배치를 줄곧 주장해왔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조차도 용납할 수 없었다. "10억 달러 낼 것 같으면 한 개 포대 직접 사오면 되지 무엇하러 주한미군에 들여오는 것에 부담을 하겠습니까." 4월 28일 대선 토론회에서 유승민 당시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본질적으로 다른 문재인과 트럼프의 대북정책

사드 배치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발언으로 시작된만큼 의외로 금방 정리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정책에 대해 처음에 한 발언과 실제로 입안된 정책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왔다. 국가간의 합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트럼프의 사드 배치 관련 발언은 그냥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북정책에 대한 문재인과 트럼프의 차이는 그보다 훨씬 본질적이고, 때문에 더 오랫동안 한미관계에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압박'을 중심으로 한 대북 정책을 확정한 반면, 문재인은 햇볕정책을 계승한 '대화'를 우선시하고 있다.

역사는 이미 선례를 갖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미국의 대통령이 클린턴에서 조지 W. 부시로 바뀌었던 2001년을 돌아보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과의 조기 정상회담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2011년 3월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김대중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고 이때부터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간의 공조는 멈춰버렸다.

견해차가 뚜렷하다는 것은 오히려 좋은 출발점일 수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을 수 있는 이견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조기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LS펠로우는 9일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당시 주한 미 대사관에서 정치과장으로 근무했던 스트라우브는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지만 문재인과 트럼프 간의 정상회담이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을 꼭 비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그래도 김대중-부시 시절보다는 나은 점이 한 가지 있다. 한미 두 정부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부시 대통령이 그렇게 북한에 대해 회의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가 실패를 맞았다. 심지어 미국 국무부도 초기에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클린턴 행정부의 그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고 오판하고 있었다.

북한 문제는 한미간의 공조가 없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의 결이 다르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 차이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대화의 시작점으로서 나쁘지 않다. 남은 것은 문재인이 트럼프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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