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대선에서 결국 승리할 수 있었던 5가지 결정적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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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Jae-in, the presidential candidate of the Democratic Party of Korea, speaks during his election campaign rally in Seoul, South Korea May 8, 2017. REUTERS/Kim Hong-Ji | Kim Hong-Ji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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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에게 ‘5·9 대선’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었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라는 보수진영의 대표 주자와 치열하게 경합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보수세력은 지리멸렬했고,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지난 대선에서 그는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유력 주자가 없는 야권의 대안으로 호출됐다. 준비는 부족했고, ‘자유인’을 자임해온 그에게 현실정치는 잘 맞지 않는 옷 같았다. 하지만 4년5개월여, ‘대선 재수생’으로 담금질하며 권력의지를 다졌고, 현실 정치인으로 확실하게 변신했다.

당도 확실히 장악했다. 지난해 총선 직전 탈당과 분당 사태를 겪으며 더불어민주당은 바닥으로 추락했고, 그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하지만 정면돌파를 선택한 그는 다양한 승부수를 던지며 당을 완벽하게 거머쥐었다. 갑작스레 닥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그는 잠시 흔들리는 듯했다. 초반 탄핵안 발의 주도 여부를 두고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머뭇거림이 ‘수권 세력’의 면모를 드러내는 신중한 행보로 호평받고, 거대한 촛불민심에 올라탄 뒤에는 ‘적폐 청산’을 시대적 과제로 전면에 내걸면서 명실상부한 대세 후보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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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민심’, 적폐청산 전면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의 가장 큰 승리 요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붙은 촛불민심이다. 2012년 대선에서 48%를 득표한 그는 지난 4년 동안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였다. 하지만 야권 안에서도 끊임없이 도전에 직면했다. 이른바 ‘반문재인 정서’에 기댄 반대 세력의 저항은 완강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거치면서 그는 확고한 대세로 떠올랐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야권 내에서 주류 자리를 유지해온 문 당선인이 진영을 넘어 대세 후보로 부각된 것은 최순실 사태 이후”라며 “이 사태로 문 당선인의 강점인 도덕적 품성, 개혁적 의지, 진보적 노선의 선명성이 각광받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짚었다. 4·13 총선, 8월 전당대회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불거진 ‘친문 패권주의 프레임’은 문 당선인에겐 일종의 족쇄였다. 하지만 촛불 정국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개혁성에 주목하며 다른 야권 주자들과의 차별성을 또렷이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촛불 국면에서 문 당선인이 앞장서지는 않았지만 가운데서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 지도자로서의 신뢰감을 줬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탄핵국면 초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선도하지 않은 채 주저하는 모습조차 ‘시민들보다 반걸음 뒤에서 따라오며 균형추 구실을 하는 신중한 행보’로 해석되며 호평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촛불민심이 거세지자 야권의 잠재적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일찌감치 ‘박근혜 퇴진론’에 올라탔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부겸 의원(민주당) 등은 ‘신중론’을 견지했다. 문 당선인은 두 입장의 중간쯤에서 ‘선 요구, 후 최후통첩’ 방식으로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렸다.

하지만 ‘박 대통령 퇴진’으로 입장을 정한 뒤엔 누구보다 강력하게 “촛불혁명 완수”를 외쳤다. 대선 기간 동안 “적폐청산”을 전면에 내걸었다.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뿐 아니라 대항마로 치고 올라온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적폐연대 세력’으로 규정하며 야권의 촛불민심과 갈라친 것은 정치적 묘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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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된 대통령’, 탄탄한 인재풀

문 당선인은 ‘대선 재수생’이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자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논리로 안팎의 도전을 적절하게 돌파했다. 문 당선인은 당내 주류와 비주류를 아우르고 보혁을 넘나드는 매머드급 캠프와 ‘1일 1공약’을 발표하는 ‘공약 물량공세’로 준비된 대통령론을 입증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과 재벌개혁 전문가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함께 경제정책을 발표하는 모습은 ‘통합’의 시그널을 줬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참여한 전직 관료·전문가 그룹의 캠프 참여는 언제든 국정 운영을 맡겨도 될 만큼 탄탄한 인재풀을 갖고 있다는 신뢰감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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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출신 대거 영입, 선제적 안보공세

군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진보개혁 진영 후보의 약점인 안보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색깔론을 불식한 것도 주효했다. 2012년 선거 막판 새누리당의 ‘엔엘엘(NLL) 포기 발언’ 등에 ‘특전사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수세적으로 대응했던 문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선 ‘공세적 반격’으로 전면전을 펼쳤다. 실제 문 당선인은 선거 초반부터 “사악한 종북 공세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고,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참여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물은 물증이라며 공개한 ‘청와대 문건’에도 정면으로 맞섰다.

‘아덴만의 영웅’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예비역 장성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냈고, 유세 현장 곳곳에서 검은 베레모를 쓴 특전사 퇴역 장병들을 등장시키는 ‘코스프레 유세’도 주저하지 않았다. 또 선거대책위원회에 통일·외교·국방 전문가로 구성된 ‘안보상황단’을 운영하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처할 유일한 후보임을 부각했다. 사드 배치 문제도 초기부터 ‘철회’를 주장하는 대신, “집권 시 국회 동의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중도층에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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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과 일체감, 수권정당 이미지 극대화

‘민주당’이 달라진 것도 중요한 승리 요인 가운데 하나다. 2013년 당이 자체 발간한 18대 대선 평가보고서는 “민주당의 인기 하락과 신뢰 하락”을 지난 대선의 주요 패인으로 분석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의 지지율은 문 당선인 지지율에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탄핵정국을 거치며 치솟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던 문 당선인 지지율의 상승을 견인했다. “후보에게 짐이 되는 당”에서 “힘이 되는 당”으로 변모한 것이다. 당 안팎에서 “문 당선인이 당과 후보의 일체감을 높인 것이 승리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총선 이후 민주당은 끊임없이 ‘수권 의지’를 강조하며 낮은 자세를 견지해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10년 동안 정권을 빼앗긴데다 지난 대선에서 박빙의 대결을 펼친 뒤 패배한 충격이 컸다.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당을 복원하지 못하면 영영 야당에 머물 것이라는 공포감이 당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돼왔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고문과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 이후 2차·3차 탈당이 예고됐지만 추가 이탈자는 극소수에 그쳤다.

문 당선인은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실패한 여당’으로 낙인찍힌 자유한국당과 40석 미만의 정당들 사이에서 두 번의 국정운영 경험을 가진 민주당의 비교우위를 적극 홍보·활용했다. 선거기간 내내 “의석수 119석의 원내 1당으로서 안정된 역량, 국정 운영을 해본 수권 경험, 60년의 역사를 가진 정당”과 “창당 1년도 안 된 39석의 불안한 미니정당”으로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대비시켰다. 조기 대선을 치르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없이 곧바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특수 상황에서 민주당은 문 후보의 승리를 이끈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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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이재명. 경쟁자와 화합 시너지

당내 경선 뒤 승자인 문 당선인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경쟁자들이 잡음 없이 통합을 이룬 것도 “수권세력 민주당과 후보가 하나”라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2012년 대선 때 경선 룰을 정하는 단계부터 큰 논란이 일며 상처투성이가 됐던 것과 대비된다. 박영선·이종걸 의원 등 안 지사와 이 시장 쪽 인사들이 적절히 선대위에 결합해 선거 유세에 앞장섰고, 일찌감치 경선 참여 뜻을 접은 김부겸 의원은 절절한 연설로 티케이(TK·대구경북) 민심을 이끌었다. 윤태곤 실장은 “경선 과정을 거치며 당과 후보의 일체감을 높였다. 누군가는 당을 나가도 문재인은 당을 지킬 사람이라는 믿음이 쌓였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또다른 관계자도 “암투가 아닌 협력적 경쟁관계가 만들어지며 경선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문 당선인도 개성 강한 경쟁자들을 상대하며 본선에서 당 밖의 후보들과 대적할 맷집을 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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