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품에 안겨 세상 시름을 다 잊었던 강아지의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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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 반려인들을 만나 반려동물 정책을 밝히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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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반려견놀이터를 찾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품엔 강아지 한 마리가 안겨 있었다. 문 후보는 비영리민간단체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이하 동행)이 개최한 이날 반려견 입양 캠페인 행사에서 반려동물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이날 반려견 놀이터에서 시민, 수의사단체, 동물보호단체 등을 만나 유기동물 및 반려동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행사가 끝난 뒤 온라인에서 뜻밖의 사진이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세상의 시름을 다 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아지’라며 사진을 퍼 날랐다. 바로 문 후보 품에 안겨 있던 강아지 엘리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면 엘리스는 문 후보에게 안겨 배를 드러낸 채 편안하게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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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엘리스의 주인이 누군지 궁금해 했다. ‘저렇게 귀여운 반려견의 모습이 세상에 알려져 좋겠다’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태어난 지 4개월 된 암컷 강아지 엘리스에겐 아직 가족이 없다. 엘리스는 가까스로 죽음의 문턱을 넘은, 어미도 형제도 주인도 없는 딱한 처지의 유기견이다.

동행 관계자에 따르면 엘리스는 지난 2월 용인시보호소에 입소했다. 과거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강아지를 구조해달라’는 신고로 보호소에 입소하게 됐다. 누군가 키우다 버렸을 수도, 길에서 태어나 불행하게 어미를 잃었을 수도 있다.

보호소에 입소한 유기견들은 공고기간인 15일이 지나면 안락사 대상에 오른다. 엘리스도 같은 처지였다. 약 1㎏의 작디작은 강아지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속절없이 떠나보내고 있었다. 한창 어미의 사랑을 받으며 젖을 먹을 때였다.

그러던 중 엘리스에게 목숨을 부지할 기회가 찾아왔다. 보호소 홈페이지를 보던 이지영 동행 입양담당자의 눈에 띈 것이다. 이씨는 “임시보호하고 있는 유기견과 너무나도 닮은 외모에 관심이 가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강아지를 살리고 싶었다. 이미 반려견 두 마리와 임시보호 하고 있는 개 두 마리까지 총 네 마리를 돌보고 있던 터라 여력이 없었지만 ‘저 작은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는 “어린 개는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보호소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면서 “엘리스도 얼마 안 가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할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마음이 아파 ‘내가 데리고 갈 테니 당분간이라도 잘 보살펴 달라’고 보호소장에게 부탁했다”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씨는 엘리스를 집에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임시보호 중이던 유기견 한 마리가 때마침 입양을 간 것. 약 한 달 만에 보호소를 벗어난 엘리스는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이씨 집으로 이사왔다. 엘리스의 당시 몸무게는 1.7㎏. 어른 팔뚝만한 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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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를 비롯한 동행 관계자들은 이젠 엘리스에게 좋은 일만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틀 뒤부터 엘리스가 기침을 시작했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폐렴이라고 했다. 치료약을 먹는 동안 피부에도 문제가 생겼다.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탓에 곰팡이성 피부염이 생긴 것. 이씨는 “약 한 달간 폐렴과 피부염을 치료했다”면서 “꿋꿋하게 이겨내 지금은 아주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엘리스의 병력은 입양에 걸림돌이 됐다. 엘리스에게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은 엘리스의 병력을 듣곤 자신없다며 입양을 포기했다. 완치됐지만 찝찝하단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중 엘리스에게 뜻밖의 기회가 생겼다. 문 후보가 반려견 놀이터를 방문하는 날, 유기견 대표로 문 후보 품에 안기게 된 것이다. 엘리스의 귀여운 표정과 행동은 수많은 사람에게 큰 화제를 모았다.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낯을 가리지 않는 엘리스의 성향이 빛을 발했다.

이지영 동행 입양담당자는 “엘리스가 애교도 많고 순둥이라 걱정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더 귀여운 모습을 보여줘 기특했다”면서도 “화제가 된 후에 금방 입양을 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좋은 가족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배변을 가리는 것도, 간식을 먹기 전 앉는 것도 친구들이 하는 걸 그대로 보고 따라하는 똑똑한 강아지”라면서 “사랑을 듬뿍 주는 가족을 만났으면 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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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방배동의 한 동물병원에서 엘리스가 카메라를 쳐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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