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당선으로 유럽연합이 깨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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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유럽연합(EU)의 명운이 걸린 이번 프랑스 대선에 큰 관심을 가졌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기세를 업고 극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까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 그러나 친(親) EU론자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되면서 EU가 찢어질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프랑스 대선은 단순히 인물이나 정당의 싸움이 아닌 가치의 대결이었다고 표현했다.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이 거둔 65.5~66.1%의 득표율(추정)은 르펜이 추진한 신고립주의, 반(反)EU에 대해 반대를 선언한 것이란 이야기다.

emmanuel macron

르펜은 급진 테러를 막기 위해선 벽을 쳐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솅겐조약(가입국간 무비자 체류, 국경간 통행 등을 보장하는 조약) 파기를 공약했지만 마크롱은 오히려 EU가 힘을 합쳐 함께 국경 통제를 강화하자고 말했다.

르펜은 또 유로존에서도 나와 프랑스만의 통화인 프랑화를 부활하겠다, EU 탈퇴를 목적으로 하는 국민투표에 나서겠단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국수주의, 폐쇄와 고립 우선주의는 먹히지 않았다.

마크롱 당선인은 경제 활성화와 외교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선 EU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봐 왔고, 안보 위기를 의식해선 프랑스 징병제 재도입 및 핵무기 현대화를 공약했다.

1차 투표 직후에는 마크롱 역시 EU 회의론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지지층 확보를 위한 전략이었던 걸로 보인다. 그는 지난 1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친 EU론자이지만 복잡한 규제가 많아 개혁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EU개혁에 실패한다면 프렉시트가 발생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어떤 개혁을 추진하더라도 사실 마크롱으로선 시동 걸기 자체가 무리다. 의회 기반이 전혀 없는 정당 '앙마르슈'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일단 내달 총선에서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되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의석 과반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공공부문 일자리 감축과 함께 법인세 인하와 노동 유연성 강화 등 친기업 경제정책을 펴나가는 것에 노조 연합들은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며 "사주들에게만 좋을 것이라"며 반감을 갖고 있다. 자유시장론자인 마크롱이 자신의 이 같은 공약들을 위해 친EU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개혁은 온건한 수준이거나 거의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머물다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마크롱의 당선이 브렉시트로 통일이 흔들린 EU 존재감에 있어선 호재로 보아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 강경파들에게 일격을 가하는 것"이라면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운동으로 확산된 반EU 주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분리보다는 통합에 세(勢)가 실리는 만큼 EU는 당연히 브렉시트 협상에서도 우선권을 쥐게 된다. 마크롱은 "영국은 그 어떤 특별한 혜택도 기대해선 안 된다"면서 영국이 EU 전체 단일 시장을 떠나는 '하트 브렉시트'(Hard Brexit)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반면 르펜은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을 돕겠다고 밝혔었다.

자유시장과 EU 잔류 및 보존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투자은행에서의 경력을 살려 파리를 런던 대신 금융 허브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가속화할 수도 있어 보인다. 로스차일드 출신인 마크롱은 브렉시트로 인해 런던을 떠나게 될 수많은 외국 기업이나 인재들을 파리로 유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공공일자리 감축 등으로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낮추겠단 것도 마크롱의 공약. 법인세를 덜 받기로 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어디서 세원을 늘릴 것인지도 지켜볼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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