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만건 숙박정보 유출해놓고도 보상책 없다는 '여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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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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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보상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모텔 같은 숙박시설을 검색해 예약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의 임원은 고객 개인정보 및 숙박시설 예약내역 유출 피해자에 대한 보상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그동안 기업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사건의 피해자 보상 과정을 살펴봤더니, 기업이 먼저 보상책을 내놓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자발적으로는 피해 보상에 나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피해자들이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분쟁 조정 신청을 내거나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 검토해보겠다고 버티는 모습이 역력하다.

앞서 위드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해킹을 당해 고객 개인정보와 고객들의 숙박시설 예약정보 등을 대량 탈취당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면, 여기어때 이용자 99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커들은 몰래 빼낸 정보를 악용해 4천여명에게 ‘좋은 밤 보냈나요’라는 내용의 낮뜨거운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합동조사단은 이번 해킹의 원인을 누리집의 보안이 취약한 탓으로 결론냈다. 사생활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를 관리하면서도 기본적인 보안조치조차 소홀히했던 것이다.

사건 발생 초기, 위드이노베이션은 “지금은 상황을 파악하고,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게 시급하다. 합동조사를 통해 상황이 파악되는대로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조사 결과가 나오자 말을 바꾸는 모습이다. 혹시 피해자들이 부적절한 사생활이 드러날까봐 자신의 신분을 밝혀야 하는 분쟁 조정 신청이나 소송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실제로 케이티(KT)·홈플러스 등의 고객 개인정보 침해 때와 달리 이번에는 집단 손해배상 소송 얘기가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이번 사례는 기업들이 고객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개인정보를 유출시키고도 미안함조차 갖지 않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또 ‘정보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침해를 당할 때마다 벌떼처럼 나설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를 소홀히 했다가는 회사 문을 닫는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사업자들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

정보인권 보호와 관련해서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이라고 해서 예외를 두어서는 안된다. 그동안에는 정보인권 보호를 강제하면 창업에 찬물을 끼얹는 규제라는 주장이 일기도 했다.

업계에선 “위드이노베이션이 텔레비전 광고의 10%만 보안조치를 강화하는데 투자했어도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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