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알파팀에 직접 돈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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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민간 여론 조작 조직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물증을 통해 최초로 확인됐다. 국정원이 보수단체 쪽에 자금 지원을 해왔다는 증언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구체적인 물증과 함께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이 국회 감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예산 뒤에 숨어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 조작 조직을 운영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파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이 국회 정보위원회와 사정 당국 관계자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박아무개씨는 민간 여론 조작 조직 ‘알파팀’이 꾸려진 초기인 2008년 말~2009년 초 이 팀을 실질적으로 운영해온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의 계좌로 세 차례에 걸쳐 2천여만원을 직접 송금했다. 국정원 직원 박씨는 매월 25일께 자신의 계좌에서 김 대표의 계좌로 500만원, 700만원, 650만원을 각각 송금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국정원이 직원 명의로 직접 알파팀에 돈을 지급했다는 것은 국민 세금인 국정원 예산이 우파단체의 여론 조작에 사용됐음을 뜻한다. 이는 국정원의 정치활동 관여 금지를 규정한 국정원법 제9조 위반 사항이다. 국정원 직원 박씨의 직접 송금 내역이 확인됨에 따라 국정원 예산을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더욱 구체화됐다.

“국정원은 공무원일 뿐 우익 아니다·경제적 계약 관계다” 



국정원을 ‘학교’라고 불렀던 김성욱 대표는 국정원에서 입금받은 돈은 ‘급여’라고 불렀다.

김 대표가 12월 급여를 입금받은 날인 2008년 12월24일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을 보면 “십자군 여러분, 수고 많았습니다. 12월 급여가 예정보다 빨리 집행됐습니다. 첫 급여 지급을 위한 모임을 갖고자 합니다”며 오프라인 모임을 공지했다. 김 대표는 이어 “학교 측과 싸우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공무원일 뿐 우익이 아닙니다. 상부의 지시로 팀 구성(건전보수 양성)이 이뤄진 상태이나, 경제적 계약 관계로 생각합니다. (학교는) 수준과 실적 등을 요구하며 피곤하게 합니다”라는 사실을 전했다.

이를 보면, 김 대표와 알파팀원들은 자신들이 진행하던 여론 조작 사업을 사상적인 성전(聖戰)으로 생각하는 데 견줘, 국정원은 단순한 경제적 하청 관계로 파악했음을 알 수 있다. 김 대표는 또 “학교 측으로 부터 하루 통상 3~4차례의 전화와 정기적 만남 등을 통해 시달리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저에게도 이 일이 생산적 사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며 국정원의 압박이 상당한 수준임을 호소했다.

김성욱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후학들의 용돈 마련 및 문장 학습, 둘째 중단될 시 후속 사업 불가(지속적 지원 등), 셋째 중단될 시 자존심 상처”였다. 김 대표는 “소액이나마 팀원 여러분들에게 고정적 지원이 가능하다면, 이 일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알파팀에서 활동했던 한 팀원은 “김성욱 대표가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국정원의 돈을 받아 우익 논객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고, 국정원과의 우호 관계를 통해 더 큰 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이런 생각은 그가 알파팀에 보낸 또 다른 전자우편에서도 확인된다. 김 대표가 2008년 12월17일 알파팀에 보낸 ‘보안 유지’와 ‘규율’ 관련 전자우편을 보면 “A Team 활동은 푼돈이나 벌자는 목적이 아니라, 향후 양성적(陽性的) 사업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청년 보수우파 양성을 위한 Grand Design 가운데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급여 액수 두고 국정원과 갈등 빚기도 



김성욱 대표는 자신들의 활동 근거로 청년 보수우파 양성 등 이념적 내용을 제시했지만, 급여 액수를 놓고 국정원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09년 2월 ‘급여’ 지급을 앞두고 김 대표가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들을 보면, 이들 간의 갈등이 상당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국정원이 2월 급여를 입금하기 이틀 전인 2009년 2월23일 김 대표가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을 보면 “학교 측 견해”라며 “1. 며칠간 전교조 학력평가 거부 비판에 주력한다. 2. 주어진 주제 외에는 가급적 쓰지 않는다. 3. 글 게재 건수가 너무 적다”는 국정원의 전달 사항이 하달된다.

김 대표는 이어 “글 게재 건수가 적다는 학교 측 비판은 이달들어 10여 회에 가깝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소 월 150개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각 팀원들이 이틀에 한 번 칼럼을 쓰는 꼴이 될 것입니다. 참고하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전자우편에 ‘ps’(추신)를 달아 “돈이 웬수”라고 짧은 코멘트를 남겼다.

고료가 입금된 직후인 2월28일 팀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김 대표는 “이번 달은 학교 측에서 게재 건수 부족을 이유로 고료를 상당폭 감액했습니다. 또 베스트로 올라가지 않은 글도 감액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팀원들이 지급받은 고료 역시 불가피하게 조정됐을 것”이라고 알린다.

이는 국정원 쪽이 알파팀의 성과와 실적을 실시간 관리하며 김성욱 대표를 압박했고, 지급액까지 조정해왔음을 보여준다. 김 대표는 이 부분에서 여러 차례 팀원들에게 어려움을 호소했고, 게재 건수와 베스트글 게시를 종용했다. 김 대표가 보낸 전자우편들을 보면 상당 부분이 다음 아고라와 블로그 뉴스 등에서 상호 추천을 독려하거나 조회 수를 올리도록 협업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이는 그 숫자가 바로 국정원의 급여로 정산되는 근거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알파팀과 이들에게 돈을 송금한 국정원 직원 박씨와의 관계다. 박씨의 활동은 단순히 자금 지원에만 그치지 않았다. 박씨는 알파팀과 국정원 간의 오리엔테이션 자리에도 참석하고, 국정원이 알파팀에 영상 채증 장비를 나눠주며 교육한 장소에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겨레21과 만난 전직 알파팀 팀원은 직접 만난 국정원 직원 가운데 박씨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아무개를 제외하곤 국정원 직원들의 이름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박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직원은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욱 대표 역시 ‘김아무개씨가 알파팀을 관리했다’는 한겨레21의 보도 이후 “국정원 직원 김씨를 알지만 당시 그만 만났던 것이 아니”라며 “여러 국정원 직원을 만났다”고 말했다. 여러 국정원 직원이 누구인지 물으며 박씨를 아느냐고 묻자 “박 사장을 비롯해 국정원 직원이 여러 명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 박씨의 알파팀 관리가 매우 직접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고리는 또 있다. 김성욱 대표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전자우편을 ‘FW’(포워딩) 형태로 알파팀에 전한 전자우편에 국정원 직원 박씨의 존재가 드러나 있다.

한겨레21이 확보한 알파팀 내부에서 오간 전자우편 가운데 김성욱 대표가 FW 형태로 보낸 것은 대체로 조회 수 실적을 올리는 프로그램 사용법이나 동영상 링크 등 기술적 조치에 대한 내용이다.

이 가운데 2009년 1월22일 보낸 전자우편 ‘FW:불법시위 현장 동영상 링크하는 방법’은 김 대표가 박씨로부터 받은 전자우편을 그대로 알파팀원에게 전달한 것이다. 박씨는 김 대표에게 “아래의 것을 HTML 편집기를 통해서 사용하시면 불법시위 현장 관련 영상이 첨부됩니다. 활용 바랍니다”라며 동영상 링크를 첨부했다.

이에 대해 전직 알파팀원은 “김성욱 대표를 비롯해 알파팀 내부에 기술적으로 컴퓨터 활용에 밝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동영상 편집이나 프로그램 활용이 가능한 멤버는 2명뿐이었다”고 증언했다. “김 대표가 기술적 부분과 관련한 내용을 국정원에서 받으면 직접 전달하곤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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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직원 박아무개씨가 알파팀 리더 김성욱에게 보낸 전자우편.



이 전자우편이 1월19일 서울 용산 참사가 벌어진 지 이틀 뒤에 보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영상은 용산 참사 이후 벌어진 항의 집회를 겨냥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파팀은 용산 참사에 대한 항의 집회의 정부 쪽 채증 자료로 보이는 사진을 압축파일 형태로 전달받기도 했는데 이 역시 국정원 직원 박씨를 통해 전달됐는지 규명이 필요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김성욱 대표와 알파팀의 관계다. 2월 급여를 수령한 뒤 김 대표는 “master(김성욱)는 본인이 수령할 금액을 삭감하는 방법으로, 팀원들이 지난달에 준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조정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생겼음을 이해하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한겨레21의 확인 결과, 1월과 2월 김 대표가 받은 금액은 50만원 차이에 불과했다.

알파팀원들은 한 달에 최대 60만원을 월 단위 ‘급여’로 수령했고, 상시적인 알파팀원이 6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360만원정도가 팀원들에게 돌아간 몫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김 대표는 국정원이 알파팀에 지급한 급여에서 월 20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 정도 가져갔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계좌만 통해서 아니라 현금으로도 받았을 가능성이 있어 진상 조사에 따라 실제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알파팀원들은 김 대표를 전적으로 신뢰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역시 한겨레21과 통화에서 “국정원의 일부 후원이 있었지만, 사재까지 털어 알파팀을 운영했다. 가만 놔뒀으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글이나 쓸 청년들을 우파적 신념만으로 먹여살린 것”이라고 항변했다.

용산 참사 채증 영상 전달 의혹도 



국정원 직원이 예산을 활용해 알파팀 같은 민간 여론 조작 조직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사실은 국회의 국정원 예산 통제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 현재 국정원 예산은 국회가 들여다볼 수 있지만, 실제 국정원 자료는 국회의원만 열람할 수 있다. 또 상세한 예·결산 항목을 내놓는 게 아니어서 불법 전용이 있더라도 따지기 쉽지 않다. 사실상 국회 심사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와 관련해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미국처럼 외부 자료 유출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전문 인력이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관련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다. 어떤 국가기관도 국가 안보를 앞세워 견제와 감시를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겨레21의 알파팀 보도 이후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모여 만든 ‘국정원감시네트워크’가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국정원의 정치 개입 및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실시 요구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본격 수사에 나서야 할 검찰 등 사법 당국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

수정 사항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