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유세차'는 전국 3495개 읍·면·동을 분석한 빅데이터에 따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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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 쭉 뻗을 수도 없는 좁은 고시촌 쪽방의 절망, 이리저리 온종일 알바 뛰고 방값 내기 힘들고 등록금 내기 힘든 상황, 우리가 해결하겠습니다!” 퇴근길 인파 속,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던 젊은이들이 유세차를 바라봤다. 사거리 전신주마다 가득한 펄럭이는 선거 펼침막들이 떨어지는 햇살을 가렸다. 지난 26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가세한 ‘집중유세’가 관악구의 행운동에서 열렸다.

전국을 누벼야 하는 추미애 당 대표가 왜 관악구에서도 이 동네를 찾았을까. 이곳은 젊은층과 서민노동자의 비율이 높고, 민주당·정의당의 지지세가 섞여 있는 곳이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 처음 도입한 ‘빅데이터 분석기법’에 따르면, 행운동은 중요도로 치면 상위 8.6%에 속하는 중점유세지역(A) 중 하나다. 민주당은 주거지·지하철 등 지리정보(GIS)와 역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역구별 투표 결과, 주택유형·면적 등 통계청의 조사결과, 읍·면·동별 유권자 통계 등 빅데이터를 종합해 ‘마이크로 전략 지도’를 작성하고, 이에 따라 선거운동의 전략·메시지·규모·강도 등을 차별화하는 ‘미시 선거운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몇몇 후보들이 시도하긴 했지만, 대선 같은 전국 단일 선거에서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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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최정묵 부소장)가 공동으로 작성한 마이크로 전략 지도는 민주당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지지층’의 규모를 지역별로 한눈에 볼 수 있다. ‘친민주당 성향의 스윙보터’들의 거주 규모에 따라 3495개 읍·면·동이 A~D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고한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대선은 제한된 자원으로 모든 지역을 다 커버할 수 없기에, 최적화된 득표 전략이 필요하다”며 “소극적 지지자와 비판적 지지자가 많은 곳, 아직 어느 당을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 중에서도 과거 민주당을 찍은 경험이 있거나 선호할 만한 사람들이 어디에 가장 많은지를 나타내는 지수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지도를 활용해 이런 ‘친민주당 성향의 스윙보터’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유세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소극적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내려는 것이다. 기존 선거운동이 단순히 주요 시가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유세차를 두고 홍보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좀더 정밀한 공략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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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선거운동이 가장 활발한 곳은 ‘야도’로 부활 중인 부산이다. 박진영 민주당 부산시당 사무처장은 “지도상 부산 209개 동(행정동 기준) 중 70여 곳이 A급 중점유세구역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당은 이 A급 지역 위주로 유세 차량 17대를 우선 투입해 시간대별로 순환하는 동선을 짜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선거운동도 더욱 효과적으로 벌일 수 있다. 부산시당은 지도에서 유력 지역으로 나타난 아파트촌이나 주택가엔 낮 동안 ‘벽치기’ 유세차를 보낸다. 청중이 없어도 유세원이 ‘혼자 연설하는’ 방식인데, 담벼락에 대고 말한다고 해서 ‘벽치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박 사무처장은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집 안에서 듣는 주부들이 많다. 유치원 공약, 아빠 휴직, 방과 후 돌봄시스템 등에 반응한다”고 말했다. 차가 갈 수 없는 골목엔 배낭을 멘 ‘백팩유세단’을 보낸다. 또다른 A급 지역인 서면에선 낮 동안 유세 차량의 확성기 소리를 낮춘다. 소상공인들이 많은 지역은 장사에 방해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부산시당은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에 ‘민주당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서면에 맞춤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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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7일 오전 대전 으능정이 문화의거리에서 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는 동안 주변 건물에서 시민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한겨레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때 김부겸(대구 수성갑)·이학영(경기 군포을) 의원 등이 지역구에서 빅데이터 기반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뒤, 당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아파트를 도는 ‘벽치기’ 유세, 번화가를 찍는 ‘메뚜기’ 유세도 당시 선보인 것이다. 도입 초기이다 보니 아직 국내 다른 정당에선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런 선거운동에 관심이 크지 않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계·지리정보를 결합한 빅데이터 분석은 구글트렌드 같은 인터넷 기반 분석보다 정확하고, 특히 당 조직력이 받쳐준다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빅데이터 선거운동이 본격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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