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주회사를 포기하는 근본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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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YEON-JE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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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은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따른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삼성의 ‘뜨거운 감자’인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지주회사 전환을 제안하자 11월29일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내놓으면서 6개월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포기 배경에 대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삼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 부담, 정치권의 지주회사 관련 규제 강화 움직임을 꼽았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재벌 금융사들은 계열사 주식을 종목당 5%까지만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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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화재 등 금융사들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8.9%로 5%를 넘지만, 기존 보유주식이라는 이유로 허용돼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될 경우 삼성 금융사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주회사 지분 8.9%를 신규 취득한 것으로 간주돼, 5%를 넘는 3.9%는 처분해야 한다. 또 보험업법에 따라 삼성생명은 계열사 주식을 전체 자산 200조원의 3%(6조원) 이상 보유할 수 없다.

현재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 계열사 주식 가치는 삼성전자 지분 7.9%를 포함해 5조원 중반대(취득가 기준)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될 경우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9조원으로 상승해 3조원가량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추정했다.

여기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이 재벌이 지주회사 전환 때 자사주를 이용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이날 현재 진행 중인 9조3천억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과 함께 기존에 보유한 13.3%(시가 40조원)의 자사주도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재무 상황을 고려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보유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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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과 연결하는 시각도 많다. 삼성 쪽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삼성물산의 합병이 삼성 쪽 주장과 다르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이 부회장이 재판에서 삼성물산 합병은 시너지 효과 때문에 추진한 것으로 뇌물공여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 아예 물 건너간 것인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포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항구적인 것으로 봐달라”며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지주회사 전환 포기가) 사전에 보고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총수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지속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의 삼성전자 지분은 18.45%로 많지 않고, 총수일가 지분은 이 중에서 이 부회장의 0.6%를 포함해 4.9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 7.9%에 의존해왔지만, 이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동시에 공약한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이 가진 계열사 지분이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식을 계속 보유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으로서는 삼성생명에 의존하지 않고 삼성전자를 지배할 대안 모색이 시급한 셈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의 지주회사 재추진 시기는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와 경영 복귀 시점, 차기 정부의 재벌정책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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