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은 단순한 '포퓰리즘의 성공'이 아니다. 이건 '기존 정치의 실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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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LE PEN
French presidential election candidate for the far-right Front National (FN) party Marine Le Pen poses before taking part in a political show titled 'Elysee 2017' on a set of French TV channel TF1 on April 25, 2017 in Boulogne-Billancourt, west of Paris. / AFP PHOTO / Martin BUREAU (Photo credit should read MARTIN BUREAU/AFP/Getty Images) | MARTIN BUREAU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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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의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후보들은 전통적인 대규모 기존 정당 출신이 아니었다. 이는 현대 프랑스에서 처음 일어난 역사적인 일이다.

친 EU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은 5월 7일에 열릴 2차 투표에서무소속 후보 엠마뉘엘 마크롱이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을 꺾고 궁지에 몰린 EU에 힘을 실어주길 원한다. 설문 조사에 의하면 마크롱이 60% 정도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된다.

마크롱이 1차에서 승리한 것이 포퓰리즘은 현재의 진보적 질서를 이길 수 없다는 증거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실 프랑스 대선은 기득권 정당과 전통적 좌-우가 새로운 정치적 움직임으로 교체되고,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일며 급진적 정당들이 세계화에 맞서는 유럽 전체의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르펜이 패배한다 해도, 프랑스인 수백만 명은 르펜에게 투표할 것이며, 르펜은 앞으로도 여러 해 동안 주요 정치인으로 남게 된다. 프랑스의 전통적 좌파는 여전히 엉망진창일 테고 프랑스의 선거구는 분열된다.

“르펜이 표의 30~40%를 가져갈 것인지 우리가 논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큰 의미를 가진다.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포퓰리즘 전문가인 그리피스 대학교의 던컨 맥도널 교수의 말이다. 이제까지 국민전선이 2차 투표까지 진출했던 것은 2002년 딱 한 번뿐으로, 당시 마리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은 82% 대 12%로 참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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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버지와는 달리 마린 르펜은 폭넓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는데 성공했다. 청년 실업률이 25%에 가까운 지금, 젊은 유권자들과 무역 및 세계화의 혜택에서 배제되었다고 느끼는 유권자들이 르펜을 지지한다.

“이번에 선거구 지도를 보면, 두 개의 프랑스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마린 르펜을 찍은 프랑스와 마크롱을 찍은 프랑스다. 여러 가지 면에서 잊혀졌던 프랑스의 시골, 프랑스의 러스트 벨트에서 르펜이 승리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유럽 정치에 대한 글을 쓰는 코넬 대학교의 메이블 베레진 교수의 말이다.

애널리스트들에 의하면 이 극명한 분열은 포퓰리스트들의 성공 때문만은 아니며, 현재 여당인 사회당이 노동 계급 유권자층에서 커져가는 불만을 해결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프랑스와 유럽에서 포퓰리스트 우파가 부상하고 있는 것은 원인보다는 결과로 봐야 한다.” 바나드 대학교 정치학 교수 셰리 버먼의 주장이다.

“중도좌파 정당들, 사회 민주당이나 노동당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그들의 전통적 선거구가 분열되었다.” 버먼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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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좌파의 분열에서 극우 뿐 아니라 급진적 좌파도 이득을 얻었다. 공산주의자들이 지지하는 후보 장-뤼크 멜랑숑은 1차 투표에서 20% 가까이 득표했고, 젊은 유권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였다. 그는 프랑스의 ‘과두정치’에 반대하는 공약을 내세웠고, 자신을 미국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비교했다.

견고한 정치 시스템에 대한 프랑스의 혐오는 정말 강력했다. 40%가 넘는 유권자들이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극단에 있는 후보들에게 표를 던질 정도였다. 심지어 친 EU 성향의 은행가 출신 마크롱조차 자신은 반 기득권이며 좌파도 우파도 아니라고 우긴다.

프랑스 대선에서 일어난 일은 프랑스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유럽의 모든 국가들에서 사람들의 정당 지지 성향이 바뀌고 있다. 중도 좌파, 중도 우파였던 사람들은 이제까지의 이념적 성향을 버리고 국민전선 같은 정당에 표를 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 맥도널의 말이다.

marine le pen supporter

기존 정당 시스템의 균열은 유럽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 달에 네덜란드 선거에서는 노동당(PvdA)이 2위에서 7위로 추락했다. 프랑스의 여당인 사회당은 1차 투표에서 6.4% 밖에 득표하지 못하며 참패했다. 6월에 있을 영국 선거에서는 한때 강력했던 노동당이 굴욕적인 패배를 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중도좌파 마테오 렌치 총리는 작년 12월에 국민 투표에서 패배해 물러났으며, 현재 가장 인기있는 정당은 이념적 정체성이 없는 오성운동이다.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 대표는 코미디언 출신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정치 기득권에 대한 비난이라며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이 모든 국가들은 각자의 특이성이 있어 정치 시스템도 서로 다르지만, 기존 정당에 대한 위협은 국가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성향이다.

프랑스의 르펜처럼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이런 정치적 분열을 이용해 급성장했다. EU에 대한 반감이 팽배하고, 이민과 난민 위기 해결에 대한 논란이 이는 가운데,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부패한 엘리트들에게서 권력을 빼앗아 사람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나서서 인기를 얻었다.

극우 정당들은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편협하고 차별적으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민자, 무슬림 등의 소수자들을 배제하곤 한다.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엘리트 정치인들과 EU를 비난함과 동시에 민족-국수주의 정서를 이용하고 기존 정당들이 자국에서 태어난 시민들보다 이민자와 난민들을 우선시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국경을 닫고, 반 이슬람 법을 시행하고, 국제 기관에서 탈퇴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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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 선거와 미국 대선 이후 포퓰리즘의 부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나, 유럽의 극우 세력은 수십 년 전부터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러나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 극우 정당들은 유례가 없는 수준의 지지를 받고 있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기존 정치인들이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극우에게 여러 번 항복했다.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는 이민자에 대한 입장을 강경화했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얼굴 가리개 금지를 지지했으며 영국의 데이비드 카메론 전 총리는 반 EU 우파들의 압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브렉시트 선거라는 도박을 걸었다.

하지만 포퓰리스트들의 도전을 약화시키려는 이런 정책들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유권자들을 양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이슈들을 기존 정당들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포퓰리스트 정당들이 계속 인기를 얻고 그들의 정책이 시험대에 오르지 않아도 되는 야당권에서 세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5월 프랑스 대선에서는 마크롱이 승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신생 정당의 경험없는 정치인으로서 프랑스의 수없이 많은 문제들에 대처하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한편 르펜은 그가 실패할 때마다 지적하며 자신의 포퓰리스트 공약이 기존 정치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증거라고 우길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2022년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그런 주장이 강력할지도 모른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US의 France’s Election Is About So Much More Than Just Populism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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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민전선 대선 경선 마린 르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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