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변신한 '서울역 고가'를 걸어봤다(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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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뒤 만리재는 아현동 ‘애오개’에 비겨 ‘큰고개’라고 불려왔다. 만리재부터 ‘큰언덕’이란 뜻의 공덕동 일대는 해방 뒤 판잣집이 촘촘히 들어선 동네였다. 한때 도심 제조업의 메카였던 서울 중구 퇴계로 일대는 남대문 시장이 쇠퇴하면서 함께 활기를 잃었다. 도심의 쇠퇴한 지역인 이들 두 곳은 5월20일 공중 산책로 ‘서울로7017’(옛 서울역 고가도로)이 열리면 다시 활력을 되찾을까? 1년 6개월 동안의 공사를 한창 마무리 중인 서울로7017을 25일 걸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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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길이 1024m의 서울로7017은 만리재, 청파동, 중림동, 회현역과 퇴계로, 서울역 광장, 남산 육교 등 6곳, 17개 진입로로 이어진다. 개장을 25일 앞두고 서쪽 만리동과 동쪽 퇴계로 진입로가 우선 공사를 마쳤다. 고가 위에서 내려다보니 청소차고지였던 만리동 쪽 공간은 너비 40~50m, 길이 200m 녹지 광장으로 바뀌고 있었다. 광장은 ‘윤슬’이라는 거대한 설치 미술작품을 중심으로 축제가 열리는 북쪽과 예술 공연이 열리는 남쪽으로 나뉜다.

고가도로는 퇴계로를 출발점으로 삼아 식물들을 가나다 순으로 대형 콘크리트 화분에 촘촘히 배열했다. 퇴계로 쪽에서 오르면 가지과 구기자나무부터, 만리동 쪽에선 회양목들부터 만나게 된다. 이렇게 228종 2만4085개의 꽃과 나무는 작은 것은 지름 1m24㎝, 큰 것은 지름 4m80㎝의 500여개 콘크리트 화분에 담겨 있다. 고가 공원 중간중간 도토리풀빵, 장미김밥 등을 파는 5개 식당도 모두 화분을 닮은 동그란 콘크리트 건물들이다.

왜 녹색 산책길은 콘크리트 화분으로 채워졌을까? 이충열 서울역일대종합발전기획단장은 “콘크리트 화분에서 꽃과 식물이 피어나듯 서울이라는 콘크리트 도시에서 재생을 피워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탐방에 함께 동행한 서울시 이원영 조경과장은 “이른 봄 풍년화히어리가 가장 먼저 피어나면 늦가을 국화가 질 때까지 고가 위엔 항상 무슨 꽃인가가 피어 있을 것”이라며 사철 꽃피는 고가공원임을 강조했다. 겨울엔 상록수와 관목류가 공원을 지킨다. 서울로7017에서 가장 키가 큰 식물은 5m를 넘는 자작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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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서울역 앞 고층 건물과 이어지는 공중길이다. 대우재단 빌딩과 호텔 마누로 이어지는 길이 막바지 공사를 진행중이다. 대우재단 빌딩은 서울로와 잇기 위해 100억원을 들여 건물 중간을 텄다. 이충열 단장은 “나중에라도 서울역 롯데마트나 서울스퀘어 빌딩 등 다른 건물들이 원한다면 추가로 연결할 수 있다. 고가길은 진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고 밝혔다. 고가공원 중간 30m 정도는 40년 된 서울역 고가길 난간과 바닥을 보존하기도 했다.

고가 공원이 생기기 전 남대문 시장에서 만리재로까지는 걸어서 45분 정도 걸렸다. 서울로가 개통되면 15분이면 오갈 수 있다. 그러나 퇴계로 빌딩숲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길을 제외하면 고가 공원 위에서 햇볕은 따가웠다. 개장 뒤 사람들이 몰려 오면 커다란 콘크리트 화분 사이를 걷기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우려도 나왔다. 시는 “30곳에 안개분수와 그늘막을 설치했고,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적정인원 5천명이 넘으면 진입을 통제할 예정”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로7017은 5월20일 오전 10시부터 전면 개방된다. 이날 밤 10시까지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