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뜻밖의 '세수 대박' 선물을 다음 정부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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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 4년차 중반에 인수위원회 구성도 없이 정권을 넘겨받는 새 정부의 고민거리가 한둘은 아닐 것이다. 그중 가장 큰 고민은 전 정권이 짜놓은 예산안 그대로 나라 살림을 이어가야 하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5월9일 대통령 선거 뒤 집권하는 새 정부의 재정 여력이 예상 외로 풍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못지 않은 ‘세수 대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정부 당국이 박근혜 정부 5년차를 위해 준비한 ‘페어웰’ 선물을 새 정부가 받아드는 모양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2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지난해 못지 않은 세수 대박이 예상된다. 소득세와 소비세가 예산 대비 꾸준히 좋은 흐름을 보이는데다, 법인세 실적도 괜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세수입 총액은 242조6천억원으로 정부가 2015년 예측한 세입예산(안) 223조1천억원보다 20조원 가까이 많았다. 설명대로라면 올해도 20조원 이상 재정 여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재정 지표를 보면 이런 설명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올해 1~2월 국세수입은 46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3조6천억원 늘었다. 소득세와 부가세가 각각 전년보다 1조2천억원씩 늘어 세수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한해 세수 목표 대비 실적을 뜻하는 세수진도율은 19.1%를 기록했다. ‘세수 대박’이었다는 2016년 2월의 진도율(18.3%)을 뛰어넘는 속도다. 더구나 3~4월에 납부되는 법인세도 역대 최고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법인세 신고 대상 기업 가운데 90% 이상인 12월 결산법인들은 지난해 영업실적으로 법인세를 산정해 3~4월에 신고·납부한다. 지난해 12월 결산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53곳은 지난해 121조3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연결재무제표 작성이 의무화된 뒤로 최대치다. 여기에 연동되는 법인세수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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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세수 대박’의 이유는 무엇일까. 다수의 조세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입예산을 매우 보수적으로 추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경기가 호전세에 있지만 반도체·석유가공 등 일부 수출 업종에 국한돼 있다. 또 소득세 및 소비세와 직접 연동되는 고용과 소비 지표에서는 뚜렷한 개선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의 경기 호전이 세수 확충의 원인이 되긴 힘들다는 뜻이다. 결국 세수실적의 목표치인 세입예산 자체를 애초에 매우 낮은 수준으로 묶어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국세실적(242조6천억원)보다 적은 241조8천억원을 2017년 세입예산(안)으로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매해 적어도 4~5% 수준의 국세수입의 자연 상승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겨레>가 2000년 이후 정부가 제출한 세입예산(안)을 확인한 결과, 전년도 국세실적보다 적은 세입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일은 한번도 없었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 세제실이 세입예산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전년도 국세실적보다 적은 세입예산안을 제출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집권 5년차를 준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4년 동안 추경을 3차례나 편성해 처음으로 600조원대 국가채무를 돌파한 바 있다. 기재부 세제실이 의도적으로 초과세수를 만들어 박근혜 정부 재정수지의 균형을 맞춰주려던 ‘설계’ 아니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1~2월에 세수 실적이 좋았던 이유는 지난해 11월 태풍 등의 원인으로 이월된 소득세가 납부되는 등 돌발 변수의 원인이 컸다”며 “세입 규모를 다소 보수적으로 예측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그랬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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