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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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이 미술사의 성지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국제적 망신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120여년의 전통을 지닌 격년제 국제미술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개막(5월13일)을 한달여 앞두고, 1995년 국가사업으로 개관했던 비엔날레 한국관이 현지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한국관 전시를 준비해온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는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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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 당시 한국관 모습. 왼쪽 구석의 사각형 옛 화장실 건물에 동그란 호 모양의 투명창 건물을 덧댄 얼개다. 최근 한국관이 현지 건축물 대장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건물이란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고 김석철 건축가(1943~2016)가 설계한 한국관은 세계문화유산인 베네치아 카스텔로 공원의 국가관 단지 동남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연면적 273평짜리 철골조 1층 건물로, 세개의 전시장으로 구성된 시설이다. 원래 화장실이었던 사각진 건물 1동에 둥근 원호 모양의 투명창 전시관이 덧붙은 얼개다. 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1931~2006)과 한국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95년 공원 안에 26번째 국가관으로 문을 열면서 2015년까지 미술 분야에서만 11차례의 전시를 치렀다. 국내 문화계에는 명실상부한 국가 대표 미술전시관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문예위 쪽에 따르면, 불법건축물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3월 말이다. 올해 출품작가인 코디최가 한국관 지붕 대형 조형물 설치 허가를 받기 위해 베네치아 시 당국과 협의하다 현지 건축물 토지 대장에 한국관 자체가 공식 등재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문예위 관계자는 “현지 대장에는 한국관은 임시로 대지를 빌려 세운 가건물 성격으로 98년 철거한다는 이면 조건이 명시돼 있었다. 무슨 까닭인지 이후 정식 허가를 받는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무등록 상태가 지속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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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 당시 한국관 모습. 왼쪽 구석의 사각형 옛 화장실 건물에 동그란 호 모양의 투명창 건물을 덧댄 얼개다. 최근 한국관이 현지 건축물 대장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건물이란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상한 건, 건립 당시 왜 이런 이면 조건이 붙었는지, 이후 왜 정식 허가를 다시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지에 대한 관련 기록이 현재까지 전무하다는 점이다. 문예위 쪽의 한 관계자는 “미등록 사실을 확인한 뒤 건립 당시 건축 인허가 협의에 관련된 기록을 찾았으나 자료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았고 건립에 관여했던 당시 문예위 관계자들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김석철 건축가도 생전 한국관이 철거될 수 있는 임시 가건물이란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 우리도 영문을 모르겠다”고 했다.

대장에 없는 무등록 건물이어서 한국관은 베네치아 시가 언제든 철거를 명령하면 막을 근거가 없다. 다급해진 문예위는 현지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건축가를 섭외해 시 당국과 재허가를 위한 교섭을 벌이고 있다. 우선 재허가의 필수 조건인 건물 측량을 다시 했고, 신청에 필요한 관련 서류목록을 갖추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베네치아 시 당국은 공원 일대가 환경 보존 기준이 엄격한 세계문화유산 구역인데다, 기존 한국관에 설치된 화장실, 배수시설 등이 불법증축에 해당돼 조속한 재허가는 쉽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예위 쪽은 “당장 전시를 불허할 방침은 아니라고 들었지만, 전시 개막 전에 건축물 재허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시와 동떨어진 한국관 구조도 또다른 걸림돌로 지목된다. 사실상 전면이 투명창이고 전시를 위한 가벽도 없는 전망시설형 구조를 갖고 있어 미술계는 10여년 전부터 전시에 맞춤한 얼개로 리모델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예위는 이런 여론을 반영해 지난해 김석철 건축가와 한국관을 함께 설계한 프랑코 망쿠소(80) 베네치아대학 명예교수와 컨소시엄 팀을 꾸려 건물 안전성 등의 타당성 조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망쿠소가 고령인데다, 건물 재허가 문제까지 겹쳐 리모델링 방안을 도출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미술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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