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동성애자 대위 구속에...서강대 "나도 잡아가라"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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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잡아가라. 나는 의무경찰이며 남자랑 연애와 섹스를 즐기는 의경 게이다.”

지난 19일 서강대 캠퍼스에 대자보가 붙었다. 이날 게시된 4장의 대자보에는 지난 17일 군형법(제92조 6항 군형법상 추행죄)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된 육군 ㄱ대위의 구속을 항의하며,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내용이 담겼다.

대자보는 모두 ‘나도 잡아가라’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맨 처음 이 대자보를 붙인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 김지수 회장은 2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오늘 열리는 군인권센터의 ㄱ대위 석방 촉구 촛불문화제 소식을 듣고 영감을 받아서 붙이게 됐다. 19일 저녁 6시께 붙였는데, 그 뒤 자발적으로 몇 장의 대자보가 더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자보에서 “나는 성소수자 모임의 대표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그들을 잡아갈 것이라면 나부터 잡아가야 할 것이다. 나의 가족과 친구와 동기들을 위해 계속해 싸울 것이다. 나는 그들의 방패이고, 또 창이다”라고 적었다.

대자보에 자신을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게이’라고 밝힌 휴학생도 있다. 그는 “나는 의무경찰이며 남자랑 연애와 섹스를 즐기는 의경 게이다. 육군 게이는 잡아가고 의경 게이는 안 잡아가냐!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게이들을 훈련소에 보낼 때는 언제고, 남자랑 섹스했다고 불법 수사팀을 꾸리면서까지 감방에 집어넣으려 하나. 육군참모총장의 그 야비하고 몰상식한 불법 수사과정을 숨어서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2014년 제대한 예비역’이라고 밝힌 학생은 대자보에 “나는 누구보다 평범하게 군 생활을 보냈다. 군대의 암묵적인 규칙을 지키며 동시에 내가 맡은 역할에는 소홀히 하지 않았던 평범한 군인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나의 평범한 일상은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언제 영창에 끌려갈지 모르는 상황에 공포를 떨며 지냈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실명을 밝히지도 못하는 (대)자보 하나 쓰는 것밖에 없다. 그래도 나는 그들의 일상을 지켜주고 싶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누릴 수 있는 인권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지수 회장이 붙인 대자보는 붙인 지 2시간여 만에 떼어졌다. 김 회장은 “해당 대자보들은 단단히 고정했는데, 완전히 떼어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신발로 밟은 자국이 선명했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 뒤 세 장의 대자보가 잇따라 게시됐다. 서강대에서 성소수자 현수막 등 게시물이 훼손된 것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성소수자 모임 이름과 온라인 커뮤니티 주소를 적은 현수막이 사라졌고, 지난해에는 서강대 자연과학부 소속 한 교수가 ‘성소수자 신입생을 환영한다’는 취지의 현수막을 칼로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 사건이 있었다.

‘육군 동성애자 군인 구속·색출 사건’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해 형사처벌을 지시했다는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시작됐다 (▶관련기사 : 군인권센터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 군인 색출·처벌 지시”). 군인권센터는 지난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약 한 달 전부터 장 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추행죄로 처벌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지시를 받은 육군 중앙수사단은 40~50여명의 신원을 확보해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는 육군이 추행죄 처벌이 아닌 동성애자 색출을 목표로 뒀으며, 수색영장도 없이 수사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연락처 중에 동성애자를 지목하라고 하는 등 마구잡이식 수사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구속된 ㄱ대위는 이들 중 가장 먼저 체포됐다. 그는 이달 25일 전역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형법 제92조 6항은 ‘항문 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21일 저녁 7시30분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 앞에서 ㄱ대위의 석방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 센터 관계자는 “동성애자 군인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무지개방패단을 꾸렸다. 매주 금요일 집회를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소수자 색출과 수사를 지시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사퇴 △육군 중앙수사단의 반인권적 불법 수사 즉각 중단 △비팃 문타문 유엔 성소수자 인권특별 조사관의 방문 조사 등을 촉구했다.

▶ ‘육군 동성애자 색출 사건’ 실제 수사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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