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구, 1970년대 이후 '처음' 줄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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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3년 전 이른바 ‘탈서울’을 결심하고 세종시로 집을 옮겼다. 파견근무 발령을 받고 이사를 간 것이었지만, 서울 일터로 복귀한 뒤에도 그대로 남았다. 원래 살던 아파트의 전셋값이 계속 치솟는 걸 보면서 다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종시에선 전세금에 은행 대출을 보태니 넓은 평수의 아파트 소유가 가능했다. 김씨는 지난 5년 새(2015년 기준) 수도권에서 줄어든 인구(5살 이상) 16만3천명 가운데 한 명이다. 김씨는 “통근 시간이 한시간 반가량 걸리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인구이동, 통근·통학, 활동제약)’ 자료를 보면, 지난 5년 동안(2010~2015년) 수도권(서울·경기·인천)으로 들어와서 사는 인구는 238만7천명, 나간 인구는 255만명으로, 수도권 인구가 16만3천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5년 전 거주지와 현재 거주지를 비교해 들고(전입), 난(전출) 인구를 더해 순유입 또는 순유출 인구를 집계한다. 수도권에서 순유출이 일어난 것은 통계청이 인구총조사에서 인구이동을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탈서울을 넘어 ‘탈수도권’ 현상까지 나타난 것은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 부담과 함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도성장기 이후 계속돼온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되는 신호로도 읽힐 수 있어,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탈수도권’ 행렬을 이끈 건 서울이다. 서울 인구는 1990년 1061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왔는데, 2015년에는 5년 전 거주지와 비교한 순유출 인구가 57만1천명에 달했다. 직전 조사인 2010년 조사에서는 순유출 인구가 38만4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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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줄어든 서울 인구를 경기도가 대부분 흡수해왔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양상이 좀 달라 보였다. 2015년 기준 경기도 인구는 5년 전보다 34만3천명이 늘었다. 2010년 55만7천명이 늘어났던 것에 견주면, 경기도 인구 증가세도 둔화된 셈이다. 통계청은 “최근 10여년간은 비싼 집값을 피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하는 인구가 많았던 것이 주된 흐름이었는데, 이번에는 경기도의 순유입 규모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수도권을 벗어난 이들은 30대(28.4%), 남성(51.6%), 대졸자(37%)가 주를 이뤘다.

수도권을 벗어난 이들은 어디로 향했을까? 세종시와 충남이 가장 많았다. 세종시에는 9만5천명이 순유입돼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특별시와 도를 통틀어 인구 증가가 가장 컸다.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순유입된 인구는 1만8천명이었다. 세종시를 품고 있는 충청남도가 9만3천명의 순유입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이재원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은 “정부청사가 들어선 세종시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공공기관을 둔 혁신도시들이 늘어나면서 인구가 지방으로 분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세종시의 주거환경이 안정돼 충북이나 충남에서 세종시로의 이전도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전국적으로 직장과 학교를 다니는 이들의 평균 통근·통학 시간(출근·등교 기준)은 30.9분(통근 31.2분, 통학 29.6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보다 1.7분이 늘었다. 이재원 과장은 “서울을 벗어나는 사람이 늘고 있는 만큼 서울에 있는 직장과 다른 지역에 있는 집 사이 거리가 멀어진 사람들이 늘어난 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교통체증이 심한 서울의 평균 통근·통학 시간은 39.3분으로, 5년 전보다 2.8분이 더 늘었다. 타지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이들은 2015년 기준 132만명에 이른다. 대부분(113만3천명)은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이다. 경기도의 통근·통학자 가운데 25.5%는 한 시간 넘게 거리에서 시간을 쏟은 뒤에야 직장이나 학교에 도착했다. 치솟는 집값과 팍팍한 생활을 피해 서울을 벗어났지만 일자리가 집중된 서울로 출근하기 위해 긴 시간을 거리에서 보내야 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이 통계에 담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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