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의 문재인 '복지공약 후퇴'에 대한 JTBC의 팩트체크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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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M MOON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16일 경기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기억식에서 분향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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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치러진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복지공약 후퇴'를 지적하면서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됐다. 자신의 공약이 언론에 공개된 버전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공개된 버전이 크게 다르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복지공약 후퇴에 대해 심상정과 문재인이 토론에서 주고 받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 = ...지난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 후보들이 10대 공약 제출하게 됐는데, 주말 사이 문 후보의 공약 대폭 후퇴했다. 알고 있나. 직접 결정했나. 복지공약뿐 아니라 공약 전반이 후퇴했는데 문 후보가 결정했나.

▲문 = 말씀해봐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심 = 아동수당 1/2, 청년예산 1/7, 노령연금 2/3 수준으로 대폭 삭감됐다. 모르고 계시나.

▲문 = 그걸 처음으로 발표한 건데, 그걸 줄였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심 = 아니다. 선관위에 보고된 이후 수정된 것이고, 이미 예비후보 단계 때 발표하지 않았나. 국민은 다 알고 있다. (포커스뉴스 4월 19일)

JTBC 팩트체크의 오류

JTBC는 심상정의 주장에 대해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고 'TV토론 실시간 팩트체크'를 통해 해설했다.

문 후보를 향해 “주말 동안 공약이 후퇴했다”면서 “아동수당이 2분의 1로 삭감됐다”고 주장.
그러면서 “(월) 20만원 발표했잖아요”라고도 덧붙임.
중앙선관위에 문 후보 캠프가 공식 제출해 홈페이지에 실려있는 아동 관련 공약에는 아동수당과 관련해 이렇게 돼있음.
O 아동수당 도입: 연평균 2.6조원
- 0~5세아 아동에게 월 10만원부터 시작하여 단계적 인상
선관위 제출 뒤 공약을 바꿨다는 심 후보 주장은 근거 제시가 더 필요함. (JTBC 대선 자문단, TV토론 실시간 팩트체크, 4월 19일)

그러나 JTBC의 팩트체크는 심상정의 주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이 지난 13일 언론에 공개한 문재인 후보의 10대 공약과 주말이 지나고 17일에 선관위에 최종 게시된 10대 공약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아래는 13일에 공개된 문재인 후보의 10대 공약 중 보육·교육·복지 부문 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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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17일 선관위에 게시된 문재인 후보의 같은 공약이다.

Moon-welfare-pledge-0417 by Subin on Scribd

정책의 재원조달방안에 대한 설명에서 13일 월 20만원으로 제시했던 아동수당이 17일에는 그 절반인 월 10만원으로 수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청년정책이나 노인정책에 대한 공약에서도 마찬가지의 수정을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보도됐던 바 안보공약에서도 상당한 수정이 있었다.

당과 캠프가 '따로국밥'

공약에 대해 현실적인 조정을 가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후보자가 이에 대한 정당한 변명을 할 수 있다면 굳이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19일 토론회에서 '주말 사이에 공약을 대폭 수정했다'는 심상정 후보의 지적에 대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자신의 10대 공약이 어떻게 수정이 됐는지, 왜 수정이 됐는지, 후보 자신은 이러한 수정에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하나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허핑턴포스트는 문재인 후보의 10대 공약이 언론에 공개된 다음날, 당시 공개된 안보공약에 대북/통일 정책이 하나도 없는 까닭을 문재인 캠프에 문의한 바 있다.

"(10대) 공약은 당에서 선관위에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13일 공약을 발표한) 김용익 정책본부 공동본부장에게 물어보라." 문재인 캠프의 공보실장은 허핑턴포스트에 이렇게 답했다. 공보실장은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따로 이전부터 꾸준히 발표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관측할 수 있는 것은 정당으로서의 민주당과 그 당의 대선 후보 문재인의 선거 캠페인이 '따로국밥'으로 논다는 것이다. 선관위에 제출하는 10대 공약은 선관위의 웹사이트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고지되는 가장 공식적인 차원의 공약이다. 공약을 제출하는 주체가 당이라는 이유로 캠프 차원에서는 설명할 것이 없다는 문재인 캠프의 입장은 그럼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문재인이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19일 토론회에서는 문재인 후보 본인조차도 자신의 10대 공약이 어떻게 제출이 되고 수정이 됐는지를 전혀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문재인 후보가 잘 모르겠다면 '민주당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은 누가 설명을 해야 할까?

한편 문재인 후보측 공보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약 후퇴 문제에 대해 실무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공보단은 “경선이 끝나고 후보가 확정된 이후에 당에서 준비한 공약을 정책위원회 중심으로 정리하면서 후보의 세부 공약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은 내용을 착오로 배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광온 대변인은 “이 부분은 관계 실무자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결론적으로 지금 선관위에 게시되어 있는 정책공약이 문재인 후보의 정책공약이다”라고 했다. (경향신문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