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때 헬기 기관총 사격 가능성" 국가기관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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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하던 신군부가 헬기에서 기관총으로 집중사격(기총소사)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탄흔들이 발견됐다. 헬기 기총소사 가능성을 추정할 만한 근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헬기에서 기관총으로 연달아 쏘는 기총소사는 계엄군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 시민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음을 드러내는 중요한 근거다. 각종 장애물을 이용해 총탄을 피할 수 있는 지상 사격에 견줘 공중에서 연달아 쏘는 헬기 기총소사는 피하기가 어려워 살상력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the1980년 5월 시민군 지휘부가 있었던 옛 전남도청 인근에 있는 전일빌딩 10층 사무실에서 발견된 헬기 기총사격 탄흔. 5.18기념재단 제공

the광주 전일빌딩 10층 실내에서 발견된 헬기 기총 소사 탄흔. 정대하 기자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안전실장은 19일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10층 옛 영상디비사업부 안에서 발견된 150개의 탄흔을 분석한 결과, 헬기 기총소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10층 안 벽과 바닥, 천장 텍스 부분에 스친 150개의 탄흔들이 부챗살 모양으로 퍼졌다”며 “헬기에서 소총으로 사격을 했다면 저런 탄흔이 생길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엠(M)16은 20발 또는 30발 탄창을 이용하기 때문에 150개의 탄흔이 생성되려면 2명이 쏴야 해 부챗살 모양으로 일정하게 안 나올 것이고, (탄흔이) 겹칠 수도 있다. 그런 정황으로 봐서 헬기 창문에 거치된 기관총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the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인근 전일빌딩 10층 안의 헬기 사격 탄흔. 5.18기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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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국립과학연구원 총기안전실장이 19일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에서 탄흔 흔적으로 보아 5.18민주화운동 진압과정에서 군이 헬기 창문에 기관총을 놓고 연달아 사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김 실장의 이런 발언은 정부기관에서 5·18민주화운동 때 헬기 기총소사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기총소사 여부는 그동안 군이 강력하게 부인해왔고, 1995·96년 검찰 수사에서도 밝혀진 적이 없었다.

전일빌딩은 80년 5·18 당시 시민군 지휘소였던 ‘옛 전남도청’ 인근의 10층 건물로, 이 건물 옥상은 80년 5월27일 시민군들이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장소 중의 하나다. 전일빌딩 10층은 옛 <전일방송>의 디비(DB)실(76㎡)로, <전일방송>이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문을 닫은 뒤 빈 공간으로 남겨져 임대를 내주거나 수리 등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해 9월부터 광주시 의뢰로 4차례 진행된 국과수 정밀조사에서 헬기 사격 추정 탄흔은 건물 안팎에서 모두 193개가 발견됐다. 김 실장은 “헬기에서 전일빌딩 10층 공간을 집중사격했다면 탄환이나 탄환 잔해가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했으나 안타깝게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철 구조물 등에 막힐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탄환 등 잔해가 떨어져 있어야 했는데 이 공간에 처음 들어왔을 때 천장이 떨어진 상태였다. 천장의 텍스를 뜯으면서 탄환 등 잔해들이 소실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5·18 당시 시민군과 계엄군의 교전을 확인해주는 탄흔 17개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국과수는 “전일빌딩 2~4층 뒤쪽 외벽에서 발견된 17개의 탄흔 가운데 12~13개는 형태로 보아 카빈 소총 탄흔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일빌딩과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광주YWCA(3층)에 있던 시민군들이 80년 5월27일 새벽 계엄군의 진압에 맞서 총격전을 벌이다가 생긴 탄흔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엠16 소총 또는 엠60 기관총 탄환은 앞쪽이 뾰족하게 생겨 콘크리트 벽에 맞으면 벽면이 쐐기형으로 파이지만, (시민군이 소지했던) 카빈 소총은 앞부분이 둥근 형태여서 (벽면에) 맞으면 둥근 반원형으로 파인다”고 설명했다. 나의갑 광주시 5·18진실규명자문관은 “5월27일 광주YWCA에서 저항하던 시민군 30여명이 전일빌딩 2·3층에 있던 계엄군들과 교전해 시민군 3명이 숨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