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미국의 항모전단은 한반도가 아닌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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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 VINSON
SUNDA STRAIT, INDONESIA - APRIL 14: In this handout provided by the U.S. Navy, the aircraft carrier USS Carl Vinson (CVN 70) transits the Sunda Strait on April 14, 2017 in Indonesia. The Carl Vinson Carrier Strike Group is on a scheduled western Pacific deployment as part of the U.S. Pacific Fleet-led initiative to extend the command and control functions of U.S. 3rd Fleet. U.S Navy aircraft carrier strike groups have patrolled the Indo-Asia-Pacific regularly and routinely for more than 70 years | U.S. Navy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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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를 통해 핵실험 등을 억지한다는 명분으로 한반도 해역 쪽으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지난주 말까지 정반대의 방향인 인도네시아 쪽에 있었으며, 이제서야 한반도 해역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18일(현지시각) 일제히 미 해군이 공개한 훈련사진을 근거로, 칼빈슨호가 지난 주말인 15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자바 섬 사이의 순다해협을 지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8일 싱가포를 출발한 칼빈슨호가 실제로는 한반도 쪽과 반대 경로인 남쪽으로 움직였으며, 위치로 보면 한반도에서 3000마일(4830㎞) 떨어진 지점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신문은 또한 “인도양 해상에서 오스트레일리아 해군과의 (애초 예정된) 연합훈련을 위해 정반대의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AFP통신에 칼빈슨호가 이날 오스트레일리아 북서쪽 해상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앞으로 24시간 안에 동해를 향해 북쪽으로 항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서야 한반도 쪽으로 출발한다는 뜻이다.

칼빈슨호의 정확한 행선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워싱턴 소식통은 “한반도 수역으로 직접 들어오면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공해상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칼빈슨호는 4월말께 한반도 근처 공해 상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해군이 지난 8일 갑자기 한반도 쪽으로 칼빈슨호의 항로를 변경한 것처럼 발표하면서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이 임박한 것처럼 와전되는 등 그동안 적지 않은 혼선을 빚어왔다.

미국 해군은 당시 칼빈슨호가 싱가포르에서 서태평양을 향해 북쪽으로 항해하도록 명령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미 태평양 사령부 대변인은 이 같은 배치가 “이 지역 최고의 위협”과 연관돼 있다며 북한이 “무모하고 무책임하고 불안정한 미사일 시험 계획과 핵무기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15일 ‘태양절’을 앞두고,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능성을 염두에 둔 미군의 ‘무력시위’라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이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어지면서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칼빈슨호를 그곳에 보낸 데는 특별한 요청이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칼빈슨호는 원래 훈련 참가를 위해 한 방향(오스트레일리아)으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훈련에서 우리의 역할을 취소했고 그래서 일반에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거짓말’을 한 것이다.

다음날인 12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우리는 함대를 보낼 것이다. 매우 강력한 함대”라며 마치 대북 군사행동도 가능한 것처럼 위기를 증폭시켰다.

미군이 칼빈슨호를 한반도 쪽으로 보낸다고 발표했을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폭풍 구름”이 몰려오고 있으며 갈등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하는 등 역내 긴장이 고조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마라라고 리조트 정상회담 바로 다음날인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과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던 터라, 중국 입장에선 칼빈슨호의 항로 변경이 상당히 돌출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칼빈슨호의 항로 변경 발표가 대북 심리전을 위한 의도적인 거짓말이었는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의사소통 난맥을 보여주는 비의도적인 실수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당국자들이 국방부의 설명에 의존했다고 해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나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공개적으로 칼빈슨호의 항로 변경을 ‘대북 무력시위’라고 말했는데도, 국방부가 이를 수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부 백악관리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도 백악관과 국방부 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됐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비의도적인 실수였다면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우발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미 국방부가 일주일 넘게 침묵하고 있던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중국 푸단대학 한반도연구센터의 한 전문가는 “미국에 의한 정교한 심리전 또는 허세 작전”으로 분석했다. 의도적인 거짓말이었다면 ‘양치기 소년’같은 행동으로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신뢰와 평판을 깎아먹는 처사라고 전문가들은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