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말한 '스모그 프리 타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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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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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그 프리 타워가 이렇게 생겼다고 합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기후변화대응센터를 방문해 ‘환경이 안보다, 국민생명이 우선이다’라는 주제로 대책 간담회를 열고 미세먼지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공약사항 가운데 하나인 ‘스모그 프리 타워’를 소개할 때는 직접 태블릿피시를 들고 사진을 보여줬다.

안 후보는 이날 주변국 환경 외교, 피해 실태 조사, 예보 시스템 등의 미세먼지 대책을 제시한 뒤, “마지막으로 기존의 먼지에 대해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있다. 그 부분도 베이징에서 가동 중인 ‘스모그 프리 타워’를 아실 것이다. 시범 설치를 해서 가동을 해보는 것이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며, “높이 7m 정도의 탑이다. 주변 3만㎡ 지역의 공기를 다른 지역 대비 60% 정도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도 시범 사업 정도로 해서 정말로 그 주장이 사실인가를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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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베이징에서 가동중”이라는 안철수 후보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10일 오후, 한때 ‘스모그 프리 타워’(타워)가 위치했던 베이징 798예술구의 751구역을 방문했으나,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풀이 자라지 않은 뚜렷한 흔적만이 무엇인가 있었음을 짐작게 했을 뿐이다.

근처 가게 직원에게 타워의 행방을 묻자, “지난해 11월 철거됐다. 한달가량 이곳에 전시된 작품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작품? 그렇다. 타워는 본격적으로 공기 정화를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이 아니라, 지난해 9월28일~10월6일 열린 제6회 751국제디자인페스티벌에 ‘출품’된 전시품이었다. 타워는 9월28일부터 41일 동안 설치돼 있었다. 안철수 후보가 발표한 내용과 달리 타워는 지금 톈진에 있다.

안 후보 쪽에서는 타워를 시범설치한 후 효과가 검증되면 확대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에서 적용해본 효과에 대해서는 제작업체 쪽과 중국 쪽 전문가들의 평가가 서로 다르다.

작품을 출품한 네덜란드 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더는 지난해 11월23일 낸 자료에서, “시간당 3만㎥의 공기를 정화시켰다”며 “41일 동안 3천만㎥의 공기를 정화했으며, 전시기간 동안 미세먼지(PM2.5) 입자 수십억개를 포집했다”고 설명했다.

타워는 상부의 오염된 공기를 안으로 빨아들여 아래로 방출하면서 3만V의 고전압으로 공기 속 미세먼지에 전하를 띠게 해 흡착판에 달라붙게 만들어 제거했다. 로세하르더는 채집된 미세먼지를 압축시킨 결정체로 반지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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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스모그 프리 타워'가 설치됐던 베이징 751구역(위)에 10일 다시 찾아가보니 타워는 사라져 있었다(아래).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하지만 중국환경언론인포럼(CFEJ)은 타워가 스모그를 걸러내는 데 효율적인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스모그 프리 타워’가 아니라 ‘스모그 경고 타워’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지난해 11월23일 발표했다. 타워가 공기 중에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 효과는 안정적이지 못하고, 효과 범위도 인접지역으로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 포럼의 평가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의 PM2.5 24시간 농도 권고기준은 25마이크로그램이지만, 지난해 11월 측정 결과는 타워 반경 5m 안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89마이크로그램이나 됐다고 중국환경언론인포럼은 밝혔다.

“주변 3만㎡ 지역의 공기를 다른 지역 대비 60% 정도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고 한 안 후보의 발언과 “주변 3만㎥ 지역의 공기를 정화”한다고 한 안 후보 쪽 보도자료의 설명 모두 사실에 맞지 않는다. 로세하르더 누리집에서 소개한 스모그 프리 타워의 성능을 보면, 안 후보의 발언과 자료는 공기 정화 능력이 ‘시간당 3만㎥’라는 대목을 잘못 옮긴 것으로 보인다. 정화 능력이 ‘주변 3만㎥ 지역’이라는 자료의 설명은 면적 개념인 지역에 부피 개념의 단위를 쓴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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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그 프리 타워'를 기획한 네덜란드 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더는 창업자들의 자금 모금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스모그 압축 결정체(검은색)로 반지를 만들어 판매했다. 스튜디오 로세하르더 제공

타워의 제작사인 로세하르더 쪽이 강조하는 것은 ‘예술’과 ‘상징’이었다. 로세하르더가 네덜란드에 세운 ‘스튜디오 로세하르더’ 관계자는 1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공기 정화 기능이 있긴 해도 타워 하나 세운다고 공기가 완전히 맑아지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다만 공기가 이렇게 나빠졌는데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의도였다”고 말했다.

실외에서 가동되는 공기 정화기는 사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유경선 광운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과거부터 비슷한 장치를 설치해보자는 제안이 있어, 2013년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세울 때 실제 검토했다가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접촉한 국내 대기오염 전문가들도 대부분 타워와 같은 형식의 실외 미세먼지 집진시설의 효과에 회의적이었다. 정용원 한국대기환경학회장(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은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상징물이자 퍼포먼스에 불과할 뿐 실제 대기오염 대책으로선 효율성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백성옥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인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유경선 광운대 환경공학과 교수, 김종호 한서대 환경공학과 교수 등도 정 교수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긍정적인 평가는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한테서 유일하게 들을 수 있었다. 김 교수는 “10여년 전에 서울시에 비슷한 제안을 했던 적이 있는데, 오염이 심한 곳에 국지적으로 그런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안철수 후보가 이야기하는 ‘시범사업’은 타워의 상용화를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로세하르더 스튜디오 쪽은 “상용화도 가능하다”면서도 “공기 정화 목적이 아닌 전시와 메시지 전달 목적에서의 상용화”라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일부 한국 기업이 ‘공기 정화 목적’을 위해 상용화 가능 여부를 타진해온 적이 있었으나, 스튜디오 쪽은 애초 의도와 맞지 않아 거절했다고 밝혔다. 타워는 앞으로 중국 내 몇몇 도시에서 순회 전시될 예정이며 구체 일정은 12일 공개된다고 스튜디오 쪽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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