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군은 인신매매의 공조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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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 까지 우리 경제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산업 중 하나는 주한 미군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업이었다. 웰슬리대학 정치학 교수 캐서린 문의 저서 '동맹속의 섹스'에서 재인용 하자면, 이 기간 동안 미군이 남한 GNP의 25% 기여했다는 당시 미8군 정보장교의 증언이 있다. 박정희 정부는 이 기간에 미군 장병의 월급이 남한 경제에 최대한 재흡수 되도록 애를 썼는데, 재흡수의 방편 중 하나는 매매춘이었다.

그 일례로 1961년 윤락행위등방지를 위한 법률을 공포한 후 1962년에는 104개의 매매춘 특별구역을 만들어 일부 지역에서의 규제를 풀었다. 104개의 특별 구역 중 89개 지역이 경기도 지방에 있었는데, 경기도는 미군이 가장 밀집되어있는 지역이다. 성매매를 금지하고 싶었지만, 미군에겐 성매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정희 정부가 미군 공군기지가 있는 군산의 작은 마을에 주택, 술집, 그 외 각종 편의시설을 만들고 성매매 여성들을 불러들여 '아메리카 타운'을 세운 이유 역시 주한 미군의 달러 때문이다.

1960~70년대 사이 당시 두 나라는 매매춘의 굳건한 동맹국으로 '성병 방지'를 공동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협력한 바 있다. 당시의 미8군 자료를 살펴보면, 기지촌 정화 사업이 시작되기 전 성병이 절정에 달했던 1972년 미 육군에 보고된 성병은 총 2만 4,457건이었으며 월별로 1천 명당 600~700명이 성병에 걸렸다. 미군과의 긴밀한 회의를 거쳐 한국 정부는 그해 기지촌 정화 사업의 일환으로 성병 예방과 치료에 2억 2,500만 원을 들였다. 이 시절 매매춘에 종사해야 했던 '미군 위안부'는 이미 수 많은 기사와 다큐멘터리에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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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운 감독.

그러나 이고운 감독은 그 이후로 시선을 옮겼다. 지금은? 지금 기지촌엔 어떤 여성들이 있나? 과연 미군과 한국 정부의 굳건한 성매매 동맹은 사라졌을까? 필리핀과 한국의 주요 미군 기지들이 위치한 군산, 송탄, 동두천을 오가며 3년여의 세월을 취재한 이고운 감독은 지금의 한국과 미군은 '인신매매의 공조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한다.

'인신매매'라는 단어에 충격을 받기 전에 현재 기지촌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감독은 이제 한국인은 기지촌에서 매매춘의 피해자가 아닌 매매춘의 관리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서며 기지촌의 한국인 업주는 필리핀과 러시아의 여성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 여성들은 클럽과 바 등에 고용되어 남성이 사준 주스를 마시는 시간 동안 대화 상대를 해주고, 신체적 접촉을 당하고, 유사 성행위를 강요당한다.

5~10달러의 주스 한잔을 마시는 시간은 대략 10분~20분. 이런 형태로 고용된 여성을 미군들은 '주시걸'(juicy girl)이라 부른다. 이 여성들이 남성과 '데이트'를 하러 나갈 때 남성은 업장에 약 10만 원 안팎의 '바 파인'(bar fine)을 지급한다. 이런 업태는 이미 일본, 필리핀 등 미군이 주둔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져있다. 남성이 여성에게 음료를 사주고 시간을 사는 형태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다. 문제는 이 여성들이 한국에 오는 과정이 어떻게 합법화 되어 있느냐다.

이고운 감독은 기지촌 업장에서 도망친 피해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시민단체 '두레방'에서 취재를 시작해 필리핀 현지에서 여성들을 모집하는 매니저, 이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프로모터, 이 여성들을 소개받는 해당 업주 등, 가해자들을 만났다. 이고운 감독의 다큐멘터리 '호스트 네이션'은 지난해 6월 '서울국제영화제'에서 초연 후, 올해 3월 29일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두 번째 상영을 마쳤다.

허핑턴포스트는 두 번째 상영 이후 이고운 감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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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에 대해 전혀 모르는 독자들이 많다. 설명을 부탁한다.

한국에 있는 기지 주변의 마을을 '기지촌'이라 부른다. 일본의 학자들이 사용하던 '캠프 타운'이라는 말을 다시 번역한 말이다. 동두천, 평택, 군산 등에 있다. 과거 기지촌에는 미군 위안부가 있었지만, 1995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여성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러시아 여성들이 넘어왔다.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이 주스를 파는 건 전 세계 유흥가에 공통적으로 있는 시스템이다. '레이디스 드링크'라고 하더라.

이걸 한국 사람은 '주스 걸'이라 부르고 미군은 한 번 더 성적으로 폄하해 '주시 걸'이라 부른다. 한 시간 동안 여자를 옆에 앉히려면 6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미군들은 부자가 아니다. 한 시간에 60달러는 큰돈이고, 당연히 성적인 요구를 한다. 여성들은 한 달에 팔아야 하는 주스의 양이 정해져 있어서 주스를 사달라고 졸라야 하는 입장이다. 이런 권력 구조가 생기다 보니 트워킹, 랩댄스를 요구하고 클럽에 따라 유사성행위를 요구하기도 한다. 지역마다 또 가게마다 주스 한잔에 요구되는 성애적 행위의 정도가 달라서 평균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그 여성들은 어느 정도의 돈을 받나?

기본적인 월급은 400~500달러 정도다. 주스를 한 달에 300잔 정도 팔면 '보너스'를 받는다. 그게 한 4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된다. 대략 한 달에 100만 원~120만 원 정도다. 그런데, 이 얘기도 오래된 얘기다. 2000년대가 되면서 이미 CNN 등에서 여러 번 보도된 바 있다. 러시아 같은 경우는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자 연예인 비자로 한국으로 나가는 걸 금지했다. 그래서 미스터 정 같은 사람들이 필리핀으로 접근해서 연예인 비자로 한국에 들어오는 경로를 뚫기 시작했다.

예전에 군산 등지에서 한국 여성들이 클럽에서 미군에게 '바이 미 어 드링크'를 외치던 것과 비슷한 업태다.

'호스트 네이션'에 나오듯이 군산에는 줄지어 있는 쪽방들이 클럽과 같은 공간에 있었다. 클럽에서 잠깐 장소를 옮겨 성행위를 하고 오는 시스템이었다. 그런 시스템에서 '바 파인'을 내고 모텔에 가는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진화했다. 미군은 한국식의 성매매 집결지 같은 시스템보다 좀 더 위생적인 숙박업소를 선호하게 됐고, 업주 입장에서는 공간 유지에 신경을 좀 덜 쓰면서 그만큼 여자를 데리고 나가는 데 드는 돈을 '바 파인'이라는 명목으로 줄여서 받기 시작했다.

'바 파인'은 성매매 비용이라고 봐야하나?

우리나라 티켓다방 같은 거다. 둘이 마음이 맞아서 데이트한다고 얘기하지만, 뻔한 얘기다.

성매매 금지법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성매매 업소가 즐비한 곳이다. 그런데 왜 기지촌에선 유독 한국 여성이 아니라 필리핀과 러시아 여성이 성매매를 하게 된 건가?

한국 여성을 쓰지 않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한 달에 120만 원을 주는데 그 일을 할 한국 여자가 어딨겠나? 미군 사병들 수당까지 다 해도 250만 원 선이다.

이 여성들은 어떤 비자로 한국에 들어오나?

초기에는 E6라는 이주 연예인 비자로 들어왔다. 한국에 마돈나가 와서 공연한다고 해도 받아야 하는 것이 'E6' 비자다. 영상물등급위원회에 공연 비디오를 제출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공연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인증받아야 한다. 1등급 아티스트뿐 아니라 호텔 라운지에서 노래하는 사람, 외국인 전용 관광 클럽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모두 E6 비자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업주와 브로커들이 합법적인 노동 비자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들어온 여성들이 법적인 가림막을 만들기 위해 잠깐씩 봉춤 추고, 비키니 쇼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이주 여성들이 공연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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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조금 다른가?

한국 정부로부터 이 연예인 비자를 받으려면 공연 영상 등을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보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 영상을 촬영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고 비자를 신청하는데 브로커들이 개입해서 돈을 뜯어간다. 업주 입장에서도 손해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어느 나라에서고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짧게 일하고 나가곤 한다. 최근엔 인종이 좀 더 다양해졌다.

기지촌에서 여성을 찾는 남성도 달라졌다고 들었다.

한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어느 순간엔가 이런 업소의 주 이용자가 미군에서 한국 남성으로 바뀌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중에는 갇혀 생활하다 어렵게 구조된 피해자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여성도 있더라.

이런 현실이 존재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거대하고 오래된 세계다. 그러나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가장 답답한 게 언론에 가끔 등장하는 특집기사를 보고 '그래 필리핀에서 온 그런 여성들이 있어. 불쌍해' 정도까지 아시는 분들이 계시긴 하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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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보도를 보면, 끊임없이 같은 노래를 부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가 있으니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건 맞지만, 우리가 그들을 박제화된 전형적인 피해자 모델로 설명한다면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 복잡한 경제구조, 그 안에서 자행되는 계약관계의 문제, 인신매매의 실체를 절대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불쌍한 여자를 보여주고, 그 여자를 불쌍하게 만든 사람들을 악으로 묘사하면 관객은 가해자를 '우리와는 관계없는 나쁜 사람'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진실은 다르다. 이 친구들이 시골에서 아무것도 모르다가 봉고차로 납치당해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매 순간 아주 작은 단계의 선택 하나하나가 삐끗하면, 별것이 아닌 일들이 이어져 여기로 오게 되는 거다. 해외에서 사는 경험을 하고 싶고,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싶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이 낯설고 이상한 특정한 피해자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욕망인데, 그 욕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또 그 욕망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무슨 조폭 단체처럼 끌고 가서 폭행하고 감금하는 잔인하고 악마적인 사람들인가? 미군은 또 길거리에서 강간하고 덮치는 악마들인가?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라 미묘한 계약관계들에 대해서 합리적인 가이드까지 받은 상태로 여기까지 오다 보니 심지어 자신이 피해자라는 자각도 없는 상태가 되는 거다. 과거에 폭행과 감금을 당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이 강했고 원망할 대상도 뚜렷했다. 지금 같은 21세기에 일어나는 인신매매는 아주 부드럽고, 친절하게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다. 이 모든 과정은 한국이 보장하는 시스템 안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이 여성들은 자신이 끊임없이 공범 관계에 있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까지 오려면 최소한 서너 명과 계약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막상 와서는 누구를 원망할지를 모르고, 자기 자신의 선택을 자책하며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합리화하게 된다.

'호스트 네이션'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아래와 같다.

욜리(필리핀 현지 매니저, 여성들을 모아 합숙시키며 노래연습을 시키다)

미스터 정(한국인 브로커, 욜리가 교육한 여성들을 한국 업소에 소개한다)

파파 정(필리핀 여성이 일하는 업소의 주인)

결과만 놓고 보면, 빚을 진 필리핀 여성이 한국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을 매매하며 빚을 갚고 있는데, 그 모든 과정은 합법이라는 건가?

그렇다. 당하는 사람도 우리와 먼 사람이 아니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우리와 그렇게 먼 사람들이 아니다. 합법적으로 대한민국에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우리 오빠가 내 남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최종적으론 세계적으로 이런 복잡다단한 계약 관계를 만든 가장 위에 있는 결정권자들을 가시화시키고 싶었다. 미군을 취재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근했는데, 쉽지 않았다. 겨우 얻어낸 게 필리핀 여성이 한국에서 일하는 건 '인신매매'라는 걸 확인하는 두 장의 공문(영화에 등장)이다. 미군 대사관에서 미군 사령관에게 주는 공문과, 군산 기지사령관이 업주들에게 주는 공문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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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송탄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과거 미군 사령관과 지자체장이 긴밀한 관계였다고 하더라.

영화에도 오산기지 사령관이랑 평택시장이 순시를 돌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미군 기지와 미군 기지가 있는 지역의 관은 아주 오래된 긴밀한 공동체다. 이제 와서 미군은 업주들에게 '인신매매범이다', '그런 여성들을 고용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걸 합법화한 사람들, 또 오랫동안 관리한 사람들도 공범이다. 한국의 외사과 형사들이 미군 헌병과 같이 지역 수시를 돈다. 그럴 때 가서 왜 이런 걸 알고도 모른 척하고 미군과 순시를 도느냐고 물어보니 형사들은 그런 여성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더라. 안 그러면 미군들이 뛰쳐나와서 여염집 여성들을 강간하고 한국 남녀가 노는 곳에서 한국 여성들에게 해코지를 할 거로 생각하는 거다. 여성학에서 얘기하는 전형적인' 정조방파제론'이다.

정조방파제론이 뭔가?

군인은 누군가 성욕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일반 사람들에게 해가 되기 때문에 희생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일본군이 주둔했을 때, UN군이 주둔했을 때 군대에서 위안소를 조직하고 만들었던 이유 역시 같은 사고방식에서 기인한다.

영화에선 E6 비자로 기지촌에서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시선이 한국과 미국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나온다.

미국 국무부에서 발간하는 '인신매매보고서'에선 인신매매라 규정하고 있다. 미군은 연예 비자로 들어온 여성들이 성애화된 서비스를 한다는 것 자체를 인신매매로 규정한다. 비자의 목적과 실제 하는 일이 다르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한국 정부는 같은 비자를 계속 발급해주기 때문이다. 이 여성들이 사인한 계약서(유흥 주점에서 노래)와는 다른 일(성적 서비스)을 하고 있다는 게 가장 정확한 증거다. 필리핀에서는 현재 E6 비자로 한국으로 출국하는 걸 막고 있어서 다수가 제3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는데, 이것 역시 인신매매의 전형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한국 법무부는, 예를 들어 검찰에서 고발된 업주들을 기소하면서 피해 여성들을 조사할 때는 '알고 온 거 아니냐', '자발적이었지 않냐', '협조가 있었으니 1년 2개월 동안 일하다 도망 나온 게 아니냐'고 물어본다. 그러니 피해 여성들이 받은 압박을 증명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필리핀 여성이 한국에 오는 과정을 아주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필리핀 현지 섭외 담당자가 최초 접촉 -> 현지 기획사에 소개(욜리) ->3~5개월간 노래 및 춤 연습(이 과정에서 빚이 쌓인다) -> 영상 촬영(빚) -> 영심위 인증(빚) -> E6 비자 요청 접수(빚) -> 브로커가 한국업소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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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여성이 갖고 있던 파견근로계약서. 계약서에는 가수로 일한다고 되어 있다.

업장에서는 구체적으로는 어떤 압박이 있나?

업주들이 필리핀 여성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가 통제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따지고 들 수 있지만, 필리핀 여성은 언어가 안되니까 그러지 못한다. 게다가 업주들이 성매매하면 공동처벌이다, 너 신고하면 한국에서 감옥 가야 해, 지금까지 번 돈도 다 뺏긴다, 라고 겁을 준다. 성매매를 증명하려면 결국 목격자들의 '교차 증언'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어서 탈출하려면 같이 일하는 여성들과 마음을 모아서 함께 도망쳐야 하는데, 그 기간이 오래 걸린다.

영화의 내용을 보면, 미군도 인신매매의 공조관계라고 보는 건가?

그렇다. 그동안 미군 역시 이 상황을 알면서 묵인했다고 본다. 2013년에 상황이 조금 변했다. 당시 국무부에선 필리핀 여성들을 고용한 업주들을 인신매매로 규정했고, 송탄의 미군 기지에선 필리핀 여성을 고용한 몇몇 업소에 '출입 금지'를 걸었다. 해당 업소에 장병들이 출입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오프 리미트'라고 하는데, 여기에 걸린 업주들이 들고일어났다.

당시 이런 업체(특수 관광업)들의 송탄 지부장인 모 씨가 변호사나 한국 경찰도 대동하지 않고 미군 헌병에게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 전부터 미군은 지역마다 '군기조정위원회'나 '한미친선협회' 등의 이름으로 지역 업주들과의 소통 채널을 만들어 컨트롤 해왔다. 그런 미군이 지금 못하게 했다는 건 그 전에는 해도 된다는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인터뷰한 업주인 파파 정도 이런 미군의 대처에 화가 많이 난 인물이다. 미군이 업주들을 인신매매범이라고 몰아세우면서, 막상 성매매를 한 미군은 단 한 번이라도 기소된 사람 있느냐고 묻더라. 영화에서 한 업주는 억울해 하며 이렇게 얘기한다.

"그러면 미군들이 인신매매를 부추긴 것밖에 안 되잖아요. 미군들은 지금까지 필리핀 아가씨들하고 불법을 계속했으면서 우리보고 인신매매했다고 하는데, 그럼 누구랑 성매매했나? 미군이랑 했을 것 아니냐? 미군은 어디 있냐? 미군은 갔다. 없다. 필리핀 아가씨는 피해자라고 치고 가해자가 두 명 있을 것 아니냐? 업주하고 성매수한 사람. 매수자는 없다. 그럼 어떻게 이게 법에 걸려요? 매수자 없는 매춘이 어딨어요?"

이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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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운 감독의 다큐멘터리 '호스트 네이션'은 영화에 출연하고 증언한 여성들과 한국인·필리핀 관계자들의 부담을 고려해 한국과 필리핀 TV에서 상영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는 다양한 영화제에서 최대한 많이 상영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보고 개봉 및 배급을 천천히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