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대역에서 여성 폭행하는 노숙자에게 이 남자가 보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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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의인(義人)이란 표현은 부끄럽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만난 곽경배씨는 의인이란 표현에 부끄러운듯 고개를 저었다. 곽씨는 지난 7일 서울 낙성대역에서 남성 노숙자에게 폭행을 당한 여성을 도와주다 다쳐 '낙성대 의인'으로 회자되고 있다.

곽씨는 "많은 사람이 그런 상황에 부닥치면 저와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마음을 다들 조금씩은 갖고 살기 때문에 이 세상 살 만한 것 아닌가요"라며 웃었다.

게임전문지 '데일리게임'의 편집장인 곽씨에게 지난 7일 오후는 어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곽씨는 이날 오후 5시10분쯤 업무상 저녁 미팅을 위해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을 나섰다.

"도와주세요! 묻지마 폭행이에요!"

그런데 그때, 곽씨의 귀에는 한 여성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곽씨가 재빨리 눈을 돌렸고 한 노숙자가 30대 여성을 폭행하는 모습이 보였다. 노숙자는 곽씨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역사를 빠져나갔다.

곽씨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뒤를 쫓았다. "아저씨 왜 사람을 때려요." 곽씨가 김씨를 불러세우자 김씨는 "너도 죽고 싶냐"며 왼쪽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

순간 큰일이 날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내가 비켜서면 다른 사람들이 다칠 것'이란 생각에 곽씨는 물러설 수 없었다. 김씨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곽씨는 오른팔을 다쳐 힘줄과 신경이 손상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곽씨는 "화단에서 몸싸움을 벌일 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보니 피가 흐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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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건 LG복지재단 부사장이 11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곽경배 씨에게 'LG의인상'과 치료비를 포함한 상금 5천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결국 곽씨와 주변 고등학생 등 시민 5~6명이 힘을 합쳐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면식이 없는 피해 여성이 자신을 비웃었다고 생각해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김씨를 폭행과 살인미수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곽씨는 이날 부상으로 7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오른팔의 신경과 힘줄, 근육 등을 다쳐 봉합수술을 마쳤지만 여전히 손가락 4개가 감각이 없는 상태다. 곽씨는 "주치의가 퇴원 후에도 재활치료를 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 인대 이식 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병원비 부담은 덜게 됐다. 피의자가 노숙자인 데다 가족이 없어 피해를 보상받기 어렵고,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나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정부에서 치료비를 사후 지원받는 데도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엔씨소프트문화재단 등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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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씨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전한 바에 따르면, 50대 남성 노숙자는 한 할머니를 때린 뒤 또 30대 여성을 폭행하다가 곽 씨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도망갔다.

곽씨는 "여러 군데서 연락을 주셨지만 저보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제가 종사하는 게임업계의 도움만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곽씨가 국가로부터 병원비 등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의상자 지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그는 "피의자 김씨가 수개월 전에도 처음 보는 여성을 폭행해 경찰에 붙잡혔던 것으로 안다"며 "약자에 대한 폭행은 강력하게 처벌하고 만약 정신상의 이유로 처벌이 감경된다면 정부가 철저히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 여성이 도망갔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비판 댓글이 달리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상대가 흉기를 꺼냈는데 얼마나 놀랐겠냐. 몸을 피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 순간 자리를 비웠을 뿐 피해 여성은 이후 경찰에 연락해 진술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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