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항모전단이 한반도에 다가온다. 트럼프는 시리아처럼 북한을 공격할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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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IER STRIKE GROUP
PHILIPPINE SEA - JUNE 18: In this handout provided by the U.S. Navy, a combined formation of aircraft from Carrier Air Wing (CVW) 5 and Carrier Air Wing (CVW) 9 pass in formation above the Nimitz-class aircraft carrier USS John C. Stennis (CVN 74). The formation included F/A-18 Hornets from the Black Aces of Strike Fighter Squadron (VFA) 41, the Diamondbacks of Strike Fighter Squadron (VFA) 102, the Eagles of Strike Fighter Squadron (VFA) 115, the Royal Maces of Strike Fighter Squadron (VFA) 27 | U.S. Navy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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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나 북한 문제를 다루다 보면 가족·친구들로부터 '이러다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보통은 '기우'라는 말로 넘어가지만 이번에는 시리아라는 강력한 최신 사례가 있어서 쉽지 않다. 트럼프는 지난 7일(한국시간)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 공격을 시작한 곳으로 추정되는 비행장에 59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외신들의 반응도 위기설에 군불을 뗀다. 지난주에는 미국 NBC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이 이례적으로 사흘간 한국에서 진행되면서 화제가 됐다. 조선일보는 1994년의 북핵 위기 때와 견주면서 "미국이 그만큼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에는 미국의 항모전단이 예정된 항로를 변경하여 한반도 인근으로 향하고 있다는 기사가 국내 뿐만 아니라 외신의 지면을 장식했다.

carl vinson
칼빈슨 항공모함의 갑판 위에 주기된 F-18들

항공모함을 필두로 한 일련의 타격 전력을 이르는 항모전단은 그 하나가 "웬만한 중소 국가 공군력에 맞먹는 타격력"을 갖는다:

칼빈슨(항공모함)에는 FA-18E/F 수퍼 호넷 전투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등 80여 대의 함재기가 탑재돼 있다. 유사시 그라울러 전자전기는 전파방해를 통해 북한 레이더망을 마비시킨다. 수퍼 호넷 전투기는 전자전기가 열어준 길을 통해 북 내륙에 침투해 들어가 정밀유도폭탄으로 핵·미사일 시설 등을 족집게 타격하게 된다.

칼빈슨 항모전단은 특히 '스톡데일' 등 5척의 이지스 구축함, '벙커힐' 등 2척의 이지스 순양함 등 총 7척의 이지스함을 호위함으로 거느리고 있다. 핵추진 공격용 잠수함도 2척가량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함과 핵추진 잠수함들은 최대 1300~2500㎞ 떨어진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며 이번 시리아 공습 때도 사용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 (조선일보 4월 10일)

다가오는 15일은 북한 최대의 명절인 태양절, 김일성 탄신일이다. 북한은 이런 큰 명절을 전후로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 등의 도발행위를 벌여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4월 중으로 ICBM 시험 발사나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kim jong un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

미국의 움직임과 북한의 분위기가 이렇게 맞물리면서 사람들의 우려는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라면을 사재기하기에는 이르다.

비록 트럼프라는 인물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미국이 이번에는 (시리아에 그랬듯) 정말로 북한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퍼붓는 등 예측불허의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북한(그리고 중국)에 매우 명료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충분히 이성적이라는 뜻이다.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칼빈슨 항모전단의 이례적인 항로 선회가 그렇다. 항모전단이 이미 연합훈련을 했던 한반도의 근방에 한 달도 안 돼 다시 향하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항모전단의 움직임에 대해 사전에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례적인 일이다. 네이비타임스는 9일(현지시각) 복수의 미군 관계자를 인용하여 이번 항모전단의 재배치가 북한에게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모두를 놀라게 했던 시리아 공격 또한 트럼프의 위축된 국내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국제사회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정교하게 다듬어졌다는 방증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토마호크 공격을 받은 시리아의 비행장이 입은 피해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비록 트럼프는 공격 한 시간 후에 발표한 성명에서 상당히 감성적인 톤을 사용했지만 공격 작전은 전 NATO 총사령관 짐 스타브리디스가 평가했듯 "비례적이었고, 전술적으로 올발랐으며, 프로페셔널하게 수행됐고, 매우 일관성 있는 전략적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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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시리아 공격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이번 시리아 공격은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가 최초로 거둔 성공일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여전히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화학무기 사용을 자행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응징하는 모습을 보여 나라 안팎으로 찬사를 받았지만 자신이 대선 캠페인 내내 강조했던 '미국 우선' 고립주의 원칙을 저버렸다고 미국 내 극우 세력으로부터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시리아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결심을 필요로 하는 북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한은 과거 한국전쟁에서 연합군의 해군 전력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경험을 바탕으로 주요 자산의 요새화·지하화를 철저히 추진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완파하기란 어렵다. 미국의 일격이 끝나면 곧바로 한·중·일 3국이 모두 휘말리는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시리아 공격 이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제자리를 잡은 듯 보이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또한 9일(현지시각) 미국 ABC '디스 위크'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의 비핵화일 뿐 북한의 정권교체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면 알아사드의 화학무기 사용에 버금가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북한 또한 인공위성용 로켓 발사 정도로 자신의 체면을 세우면서도 도발의 수위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 대한 흔한 편견과는 달리 북한은 미치지 않았으며 지극히 합리적이라는 게 학자들의 중론이다. 시리아의 사례 등에서 볼 수 있듯 트럼프 또한 충분히 이성적이다. 가장 '합리성'과 '이성'을 찾기 어려워 보이는 두 행위자들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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