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에서 공개된 이재용과 박근혜의 만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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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 30분을 만났는데 15분 동안 승마 이야기만 했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공판이 시작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씨(61)의 딸 정유라씨(21)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의 뇌물 공여 정황을 법정에서 제시했고, 삼성 측은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지원한 것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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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7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첫 공판에서 특검 측은 이런 내용이 담긴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64·전 대한승마협회장)의 피의자 신문 조서를 공개했다.

박 전 사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삼성 측이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는 특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인물이다. 특검에 따르면 그는 2015년 7월 최씨의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 대통령에 대한 최씨의 영향력에 대해 들었다.

박 전 사장은 특검에서 최씨가 삼성 측에 300억원 규모의 승마 지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원오 전 전무가 '대통령이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를 친딸처럼 아끼는데, 정씨가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대비해 독일에서 전지훈련을 할 수 있도록 삼성에서 3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독대에서 이 부회장을 '레이저 눈빛'으로 쏘아보는 등 정씨에 대한 지원을 강하게 요구했다고도 털어놨다.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25일 오전 10시쯤 종로구 삼청동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 특검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 작업 등 현안을 도와줄테니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해달라고 재차 부탁했다고 본다.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기술로 분석해보니, 독대 직후인 오전 10시57분 이 부회장이 '아침에 만나 반갑다, 통화 달라'고 보낸 문자메시지가 복원됐다"며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을 보면 독대에서 승마 관련 부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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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박 전 사장은 특검에서 "25일 오후 (회의에) 참석하니 이 부회장과 최 실장의 안색이 무척 좋지 않았다"며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를 크게 질책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특검에서 "당시 이 부회장은 대통령이 독대에서 '내가 부탁을 했는데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 지금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승마는 말이 중요해 좋은 말을 사고 해외 전지훈련도 가야하는데 삼성은 이런 사업을 안 하고 있다', '삼성이 전 회장사인 한화만도 못하다'고 질책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당시 이 부회장은 '대통령과 30분을 만났는데 15분 동안 승마 이야기만 했다'고 말했다"며 "언론에서 박 전 대통령이 레이저 눈빛이 있다고 하던데 (실제로 보니 정말로) 그렇더라"는 설명을 해줬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후 삼성 측이 박 전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를 수락하고, 정부로부터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이 강요했기 때문에 정씨에게 승마 지원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화를 내며 지원을 요청했고, 그 요청이 이번 사건의 계기라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최씨가 겁박하며 요청해 삼성의 입장에선 어쩔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박 전 사장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고 삼성 측에 심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통령의 부당행위가 두렵다기보다는 최씨가 대통령에게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걸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최씨가 (대통령에게) 말해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질책한 걸 보면 알 수 있다"며 "박 전 사장은 최씨에게 상당 부분 끌려다니며 지원한 걸 후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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