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팔아넘긴 홈플러스의 무죄 판결이 파기 환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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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 행사를 통해 입수한 고객의 개인정보 2400여만건을 보험사에 팔아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홈플러스 사장과 회사 법인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로 보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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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고지의 의무를 다했느냐가 쟁점이었다.

원심 재판부는 당시 "1㎜ 글씨는 사람이 읽을 수 없는 정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대법원은 1mm 크기의 고지문이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상 '고지(告知) 의무'는 다했다고 본 1·2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7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도성환 전 홈플러스 사장(62)과 법인 등 9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도 전 사장 등은 개인정보보호법상 '거짓이나 그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 전 사장 등이 광고·경품행사의 주된 목적을 숨기고 사은행사를 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였다고 봤다. 또 경품행사와는 무관한 고객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해 제3자에게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인정보처리자는 처리 목적을 명확하게 해야 하고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정보만을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해야 한다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 및 법상 의무를 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 전 사장 등은 2011년 12월~2014년 6월 11회의 경품 행사에서 고객의 개인정보 약 712만건을 불법으로 수집해 건당 1980원씩 보험사 7곳에 팔아 14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1년 12월~2014년 8월 고객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 1694만건을 L생명보험사(약 765만건)와 S생명보험사(약 253만건)에 넘기고 사후 동의를 받은 경우 건당 2800원의 판매금을 받아 83억5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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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은 홈플러스 측이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판 행위 등이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경품 응모권 용지에 경품 추천·발송 및 보험 마케팅, 제3자 이용목적 등이 적혀 있었고 고객의 동의를 받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1mm 크기의 이런 사항을 고지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 복권이나 의약품 설명서 등에서도 같은 크기의 글자가 널리 쓰이는 점 등을 볼 때 홈플러스 측이 일부러 작게 표시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응모권 4배에 해당하는 확대 사진을 붙이기도 했고 온라인 경품행사에는 확대해 볼 수 있는 점 등을 보면 홈플러스 측이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소비자단체들은 연달아 무죄 판결이 나자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대법원 특별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날 홈플러스·홈플러스스토어즈 측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홈플러스 측이 경품 행사를 하면서 고객을 속였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3500만원을 물렸는데 대법원도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홈플러스 측은 경품행사를 광고하면서 개인정보 수집과 제3자 제공에 동의해야만 경품행사에 응모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적지 않았다"며 "중요한 거래조건을 숨기고 소비자를 속인 기만적인 광고"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