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학점 제자들에 3년간 ‘갑질'한 서울대 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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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NATIONAL UNIVERSITY
Kim Hong-Ji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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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가 낙제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자신이 집필 중인 교과서 편찬 작업에 동원하는 등 ‘갑질’을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4일 학생들 증언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정아무개 교수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자신의 과목을 들은 수강생 중 F 학점을 예고한 학생들에게 ‘구제’를 조건으로 과제물을 요구했다.

이들이 부여받은 과제는 정 교수가 준비 중인 교과서를 업데이트하는 데 필요한 원서를 번역하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복수의 학생들은 정 교수가 교과서 양식에 맞춰 과제를 작성하라고 주문했다고 증언했다.

지난 2014년 2학기때 정 교수 수업을 들었다가 과제물을 제출해야했던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과제물에 의학전문서에나 쓰는 3차원 전문 삽화를 요구했다. 사비를 들여 삽화 제작을 전문업체에 맡겼다”며 “에스시아이(SCI·과학기술논문색인)급 논문을 참고자료로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 ㄴ씨도 “정 교수가 ‘과제물의 저작권은 모두 내게 있다. 손이 가도록 예쁘게 만들어라. 성의를 보여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또 매학기 수업 시작 때 학생들에게 ‘○○○은 이번 학기 학업성취도가 교육목표에 미치지 못해 진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게 될 경우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마땅한 처우를 받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각서를 쓰도록 강요했다고 학생들은 밝혔다. 각서 때문에라도 과제물을 수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부생들이 번역한 걸로 교과서를 어떻게 쓰느냐. 교과서는 내가 직접 번역해서 쓰고 있다”며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원문을 보면서 공부할 기회를 다시 준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저작권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선 “직전 해 선배들이 했던 과제물을 공부삼아 업데이트하도록 한 것이라 특정인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전공의가 맡은 연구를 위해 학생들에게 각자의 방사선 사진을 찍도록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복수의 학생들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 교수가 ‘구강 안면 방사선 사진을 찍으라’고 요구했다”며 “교수의 압력을 거절하기 어려워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는 취약자그룹(교수와 제자 관계도 해당)을 상대로 임상연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교수는 “학생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전공의가 학생들에게 그런 말을 했을 순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논란이 일자 정 교수가 전공의에게 잘못을 떠넘긴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