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가 성폭력 반대 행사를 거부하는 이상한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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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아버지, 설마 페미니스트 아니에요?”

‘자유 성관계’와 ‘피임 만능주의’를 주장하는 단체에게 그리스도교 건학이념상 강의실을 대여해줄 수 없다는 서강대의 논리에 반발한 페미니스트들이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하나님께’ 이렇게 물었다.

지난해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이후 구성된 페미니스트 모임 ‘불꽃페미액션’은 지난 11일부터 서강대와 성공회대 강의실을 빌려 4주간 ‘페미들의 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서강대는 프로그램 시작 하루 전날인 10일 강의실 대여를 취소한다고 주최 쪽에 통보했다. 학교 쪽은 “자유 성관계와 피임 만능주의를 주장하며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단체에게 강의실을 빌려주는 것은 그리스도교 건학이념에 벗어난다”는 학부모의 항의를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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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불꽃페미액션이 서강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성경 구절을 바꾸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너의 섹스를 남에게 맡기지말라 그리하면 네가 오르가즘을 이루리라”(잠언 16장 3절 패러디) 등을 낭독하며 ‘자유 성관계’ 등이 건학이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강의실 대여를 취소한 서강대를 규탄했다.

불꽃페미액션은 “대학 내 만연한 성희롱 문화로 인해 쉽게 성적 대상화되는 여성들을 위해 ‘페미들의 성교육’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2015년 서강대 경영학부는 새내기배움터에서 방 이름을 ‘작지만만져방’, ‘유방’ 등으로 지어 논란이 됐고, 지난해엔 공학부 남학생들의 단체카톡방 성희롱으로 홍역을 치렀다. 서강대 학생이자 불꽃페미액션 소속인 이가현(24)씨는 “학교 쪽이 학내 성폭력에 대해서 아무런 대책도 만들지 않으면서 여성주의 운동을 방해하고 있다. 성희롱 문화를 옹호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4주간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주제는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 ‘성폭력의 이해와 대응’, ‘섹스와 버자이너’, ‘대학 내 성문화’다. 불꽃페미액션 쪽은 “자유로운 성관계가 왜 문제인지 알 수 없고, 피임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낙태로 내몰리는 여성들이 있기 때문에 안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여가 취소된 서강대 대신 현재 연세대와 이화여대 강의실을 빌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 당국의 소극적인 움직임과는 별개로 학생들은 스스로 ‘단톡방 성폭력’이나 ‘몰래카메라’ 같은 캠퍼스 성폭력 문화를 바꾸겠다는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국민대, 경희대,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수도권 12개 대학 20여개 단체와 학생들은 최근 반성폭력 문화 활동인 ‘펭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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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페미니스트 모임 불꽃페미액션이 서강대 정문에서 ‘페미들의 성교육’ 강의실 대여를 취소한 서강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펭귄 프로젝트는 프랑스 만화가 토마 마티외가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그린 ‘악어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펭귄’들이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허들링’을 하며 추위와 맞서듯 성차별적 문화를 뜻하는 ‘악어’에 대항해 연대하며 여성 혐오 사회를 바꾸려는 시도다.

이들은 30일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평등한 대학을 위한 3.30 펭귄들의 반란’ 행사를 연다. 대학 내 성폭력 관련 경험을 나누고, 평등한 대학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선언문을 발표한다. 불평등한 대학문화와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면서 ‘평등’이라는 가치로 대학 공동체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알리기 위해서다.

펭귄 프로젝트 기획단장인 국민대 학생 이명아(22)씨는 “그동안 학내 사건의 불평등한 문화에 대해 따로따로 대응해왔다면 앞으로 펭귄 프로젝트로 공동의 실천을 길게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떤 공동체에서든 평등 문화를 위해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대학 바깥으로도 활동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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