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한국의 구멍가게들을 그리다(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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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펜화로 '구멍가게'를 그려 온 이미경 작가가 최근 BBC 방송에 자신의 작품이 소개돼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것에 대해 27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지니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BBC는 '사라져가는 한국 슈퍼들의 매력'(The charm of South Korea's disappearing convenience stores)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미경 작가의 작품 10점과 함께 작가의 인터뷰를 실어 화제가 됐다.

이 작가는 "'구멍가게'를 직접 체험했던 세대를 넘어서 젊은 세대까지, 또 한국을 나아가 해외에서까지 구멍가게의 정서를 공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 말고는 얻은 게 없는데 (유명세가 계속돼)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미경 작가는 출산 후 한동안 '붓'을 들지 않다가, 서울을 떠나 경기도 퇴촌에서 살면서 동네에서 발견한 구멍가게를 보고 '펜'을 들게 됐다. 15년 전 퇴촌에서 마석으로 옮겨 간 후 동네 슈퍼를 비롯해 전국의 사라져 가는 구멍가게들을 찾아 헤맸다.

"예전에는 굳이 제가 찾으려고 하지 않고 여행을 가면 우연히 보이거나 인연이 되는 가게들을 그렸는데, 구멍가게를 본격적인 프로젝트로 그리겠다 마음 먹으면서 전국을 샅샅이 뒤지게 된 거죠."

그는 "이젠 시골에도 현대식 편의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며 "전국에 있는 구멍가게들을 다 찾기도 전에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15년 전 마석에도 구멍가게가 여럿 있었는데, 지금은 한 곳 빼고 다 사라졌다"고도 했다.

이 작가는 오는 8월 서울 역삼동 이마주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이 작가는 27일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는 아래와 같은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김현정: 우리가 기억하는 그 익숙한 동네 구멍가게가 있고 그 앞에는 꼭 나무가 한 그루씩 그려져 있어요, 작가님 그림에는?

이미경: 예전에는 집을 지을 때 가정집만 아니라 이런 영업하는 집에도 나무를 한 그루씩 심잖아요. 그러면 가게 앞에 이렇게 나무가 커다랗게 자라고 또 그 밑에 평상이 놓여져서 햇빛을 가리면서 그 안에서 쉴 수도 있고요.

김: 동네 사람들 쉬어가는.

이: 네, 나무 덕분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가 알 수 있는 그런 그림들이 그려지는 거죠.

김: 그 앞에 자전거도 한 대 놓여 있고, 자물쇠로 잠가놓지 않아도 누가 가져가지 않아요, 이건.

이: 그럼요. 대신 자전거를 봐주기도하고, 또 아이들도 맡겨놓고 일도 보러 가기도 하고요.

김: 이게 우리 이미경 작가의 동네 구멍가게 그림입니다. 그럼 무려 20년을 구멍가게 그림을 그리셨으면 이거 몇 편이나 그리신 거예요, 몇 개의 구멍가게를?

이: 제가 이번 기회에 제가 세어봤어요. 한 250개 가까이 되더라고요. - 3월 2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중에서

이 작가는 "일일이 '펜질'을 겹쳐 채색하는 작업의 특성상 한 달에 많아야 4점 정도 밖에 그리질 못 한다"며 "최근 그림을 그려달라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지만 아예 받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같은 때는 그림을 사 주신다고 해도 걱정이에요. 한 점도 없으니까요."

"작가가 작품으로 말해야지 굳이 작가 얼굴을 공개하는 게 좋은지 모르겠다"는 그는 "당분간은 전시 준비에 집중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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