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90%가 윗선과 다른 의견을 내면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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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 대표적인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이 25일 연세대 광복관 별관에서 '국제적 비교를 통한 법관인사제도의 모색-법관 독립강화의 관점에서'이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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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관 10명 중 9명 가까이가 법원의 사법행정권자로부터 독립성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관료화된 법관의 현실로 인해 실제 재판에서 윗선이나 정부, 특정 정당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5일 연세대학교에서 '국제적 관점에서 본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 학술대회를 개최한 대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이 같은 내용의 전국 법관 5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법관이 대법원장·법원장 등 사법행정권자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해도 보직·평정·사무분담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다'는 설문에 응답자 502명 중 60.8%(305명)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도 27.5%(138명)나 됐다.

법관이 윗선의 의사와 다른 의견을 내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판사가 전체의 88.3%(443명)로, 판사 10명 중 9명 가까이가 법원 내부에서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고백한 셈이다.

연구회 측은 "개별 법관이 사법행정권자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게 일반화되는 건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법관이 국민의 인권 보장이라는 사명보다는 인사권자의 기준을 더 의식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실제 재판에서도 공정한 판단 보다는 윗선의 입맛에 맞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실제로 판사들은 '주요 사건에서 상급심 판결의 판단과 반대되는 판결을 해도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다'는 설문에 47.0%(236명)가 '공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부나 특정 정당의 정책에 반하는 판결을 해도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없다'는 설문에도 45.3%(227명)이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절반에 아까운 법관들이 기존의 판례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가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대법원장·법원장의 사법행정권 행사가 행정부나 특정 정치 세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걸 의미한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법원장의 권한이 과도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소속 법원장의 권한을 의식하는 편인지를 묻는 설문에선 91.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소속 법원의 판사회의가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에는 86.3%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법원장을 견제하는 장치가 실질적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법관의 독립 보장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사법행정 분야가 있는지를 묻는 설문에 대해선 응답자의 대부분인 96.6%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특히 승진·전보 등 인사분야(응답자의 89%)와 평정·재임용 등 직무평가분야(71.8%)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연구회는 "개별 법관의 독립성을 위해 보직·평정·사무분담 등 사법행정 제도 개선이 재판 독립 보장을 위한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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