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팽목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끌어안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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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에서 열린 '팽목항에서 여전히 기다리다' 기다림문화제에서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 회원들이 미수습자 가족들을 껴안고 격려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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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3시30분쯤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아침까지 내린 비가 무색하게 맑고 따사로운 봄 기운이 가득했다. 세월호 인양을 사실상 성공한 이날 팽목항에는 수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팽목항 방파제 170여m에는 곳곳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달렸고 노란 깃발이 바닷바람에 나부꼈다. 깃발에는 '오늘도 함께 기다립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쓰여있었다.

전남 광양에서 왔다는 홍성규씨(37)는 "예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이번에 세월호 인양을 보고 쉬는 날에 가족과 함께 오겠다고 결심했다"며 "세월호 참사로 많이 속상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씨 부인 양지영씨(34)는 "이런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했다"며 "(희생자들의) 사진도 차마 못보겠다. 안전한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보고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그날의 참사를 되새겼다. "인양 이후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진도에서 이곳까지 22km 거리를 걸어왔다는 김신정씨(43·여)는 "세월호를 온전히 뭍으로 올려보내 미수습자들을 하루 속히 수습해야 한다"며 "수색 작업에서 절단을 하기보단 진상규명을 위해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고 수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어 "어제 올라온 세월호의 부식되고 처참한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며 "세월호 가족들을 안아드리고 끝까지 힘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팽목항에는 연극인들이 모임인 '마로니에 촛불'이 주최하는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바라는 팽목항 예술제'가 열렸다. 예술제에는 지난 74시간여 동안 가슴 졸이며 지내온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자리에 참석했다.

연극인들은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비바람이 치는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등 노랫가사가 팽목항에 잔잔히 울려퍼졌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무대에 올라 세월호가 인양되기까지 과정과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국민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 아빠의 기도 덕분에 세월호가 무사히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며 "아직 세월호 속에 있는 사람들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더 많이 기도해달라"며 울먹였다.

이 모습을 본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힘내세요", "잘 될 겁니다"라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가족들의 발언을 들으며 두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던 이모씨(58·여)는 "오늘 날씨를 보니 하늘도 인양을 축복해 주는 것 같다"며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 이제 좋은 날이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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