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 3년간 고생 많았어" 결혼기념일에 떠오른 세월호

게시됨: 업데이트됨:
24
뉴스1
인쇄

"아직도 남편이 수학여행을 간 것 같아요."

저기 먼 곳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가 보였다. 이를 보는 유백형씨(54·여)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했다. 남편이 이제라도 "나 왔어"라며 달려올 것만 같다.

유씨는 세월호 미수습자 안산 단원고 교사인 양승진씨의 부인이다. 지난 23일 오후 유씨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무궁화 2호'에 추가로 승선했다. 인양 현장에서 불과 1.7km가량 떨어진 이 배는 가족들에게는 '임시 보금자리'가 됐다.

유씨가 이곳에 온 23일은 남편과의 33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유씨는 인양이 가시화된 이날 마치 '결혼기념일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42

세월호 미수습 가족들이 24일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 떠 있는 어업지도선에서 입장발표를 하는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참 낙천적이고 호탕한 남편이었어요. 매 기념일마다 촛불 켜놓고 소원을 빌기도 했는데. 이번 결혼기념을 끼고 인양 소식이 들리다니. 이게 남편이 주는 선물일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크게 일었어요."

마침 남편의 생일도 얼마 전인 지난 2일이었다. 생일 때마다 팽목항에 들러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놓고 혼자 조용히 축하하던 유씨였다.

"남편이 인절미를 참 좋아했어요. 애처럼 분식도 좋아했고, 그러고보니 자기가 맛없는 것은 어찌나 깔짝깔짝하며 먹던지. 그 까다로운 모습마저 너무 그립네요."

다운로드
세월호 미수습 가족들이 24일 오전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 떠 있는 어업지도선에서 입장발표를 하는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3.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남편은 천상 '선생님'이었다. 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던 남편은 아이들을 참 좋아했다. 그날, 세월호 안 폐쇄회로(CC)TV에서는 남편이 아이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 모습이 남았다.

sewol

sewol

수학여행을 떠난다며 들떴던 남편은 배멀미가 심해 멀미약을 붙여줘야 했다. "약으로 되려나"하며 걱정했지만 잘 다녀오라고 인사했다. 그런데 이후 1074일이 흐를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동안 장성한 작은 아들은 취업을 했고 큰 딸은 "아빠를 따라가겠다"며 교사를 꿈꿔 임용고시를 봤다. 삶은 그렇게 흘러갔지만 한시도 찬 바닷 속 세월호를 잊어본 새는 없다.

유씨는 "2014년 4월16일 이후 7개월 동안 진도 체육관에 있었고 그 다음 5~6개월은 팽목항에 있었다"며 "비바람에 바닷바람이 불고 컨테이너 박스에서 추웠지만 남편이 없는 안산 집에는 가기 싫었다"고 글썽였다.

이날 오후 2시쯤 '무궁화 2호' 2층 갑판에 선 유씨는 저 멀리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의 모습에 집중했다. 유씨는 "우리 남편 3년 동안 고생 많았다"며 바다를 향해 외쳤다.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는 이날 오후 4시55분쯤 남동쪽으로 3km가량 떨어진 반잠수식 선박으로 출발했다. 오후 8시30분 기준으로 세월호는 반잠수식 선박까지 200m 앞에 다가왔다.

Close
세월호 인양
/
페이스북
트윗
AD
이 기사 공유하기
닫기
기존 슬라이드

수정 사항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