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어느 영화과 교수의 신문칼럼을 같이 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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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3일, 국회에서는 제350회 제01차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에게 질의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 하나가 드러났다. 어느 영화과 교수의 신문칼럼을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써준 적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대학교수가 글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다.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칼럼은 지난 2015년 6월 ‘서울신문’에 기고된 ‘부산국제영화제가 먼저 실천할 것들’이란 제목의 글이다. 글을 기고한 이는 김병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다. 그는 과거 영화진흥위원회의 사무국장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의 새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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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이 나온 시기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이빙벨’ 상영 이후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지원금을 삭감받게 되자,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비난이 일던 때였다. 그리고 이 글에서 김병재 교수는 “영화제 측으로서는 불만일 수 있으나, 정치적 보복 의혹을 제기하고 정당한 심사를 불신하는 것은 억지”라며 “부산국제영화제는 조직 운영의 방만함, 정당하지 않은 직원 채용, 불투명한 예산 운영을 개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산영화제는 영화발전기금의 지원 축소에 불만을 터뜨리기 전에 냉철한 자기반성과 함께 변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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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종환 의원은 당시 이 칼럼을 김병재 교수 혼자 쓴 게 아니라 영화진흥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썼다고 말한 것이다. 이 사실은 바로 전날 ‘오마이스타’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오마이스타’는 이 기사에서 내부관계자의 제보를 통해 “당시 내부 논의 과정에서 한 본부장이 '영진위에 대한 여론이 안 좋으니 우리에게 우호적인 이런 사람들을 활용해서 기고 등을 통해 비난여론을 타개해보자'며 특정 영화계 인사를 언급했고, 초안을 써서 주자는 식으로 말했다. 그리고 실제 당시 거론된 사람의 기고가 언론에 나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은 “기고는 본인들이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지 영진위가 무슨 작업을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국회방송’에 따르면, 23일 국회 교문위원회에서 도종환 의원은 김세훈 위원장에게 “이 말에 책임질 수 있냐”고 재차 물었다. 김세훈 위원장은 “예”라고 답했다. 도종환 의원은 “실제 이런 일이 없었던 거죠?”라고 다시 확인했다. 김세훈 위원장은 또 “예”라고 답했다.

그런데 도종환 의원은 자신이 제보받은 메일을 공개했다. 총 3개의 메일이었다. 하나는 영진위에서 김병재 교수에게 보낸 메일이었다. 메일에는 “김세훈 위원장님과 통화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기고문 초안 보내드립니다”라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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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일이 공개되자, 현장에서 김세훈 위원장은 “뭐, 그런 관련된 내용으로 통화한 건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런데 제가 그 기고 이야기를 한적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도종환 의원은 다음 메일을 공개했다. 이번에는 영진위가 보낸 초안을 김병재 교수가 수정해서 다시 영진위에 보내자, 영진위의 누군가가 김세훈 위원장을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위원장님, 국장님, 김병재 전 사무국장님이 수정해서 보내온 기고문에 일부 내용 삭제 및 수정해서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이메일에는 또 다른 한 문장에 적혀 있었다. “일단 문체부에는 지시하신대로 원본과 수정본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도 다음메일은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 사무관이 이 글을 다시 정리해 영진위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문체부에서 정리한 기고문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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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일이 공개되자, 계속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던 김세훈 위원장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제가 그 내용을 보고 수정했다는 부분은 없지 않습니까.”

“제가 위원회 위원장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하고 김병재 저분이 지인입니다. 통화는 지금도 가끔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어떤 단체를 맡으셔서요. 그전에도 영진위 사무국장을 하신분이라서요. 그래서 제가 통화는 했고, 그렇게 얘기는 했을 수....”

김세훈 위원장의 말을 듣던 도종환 의원은 “지나친 변명을 구차하게 들린다”며 말을 끊었다. 김세훈 위원장은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뒤를 이어 도종환 의원은 현장에 있던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현재 문체부 장관 대행)에게 “거기에 zths@korea.kr 로 계정을 쓰는 문화부 직원이 누구인지 파악하면 금방 나올거에요. 그죠? 영상콘텐츠산업과 직원 아니겠어요?”라며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차관은 “네”라고 답했다.

도종환 의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2015년 6월 '서울신문'에 기고된 이 칼럼을 함께 쓴 사람은 일단 총 4명으로 보인다.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zths@korea.kr라는 메일을 쓰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어느 사무관, 김병재 전 영진위 사무국장. 그리고 이 기고문의 수정본을 보내고 받아가며 조율했을 영진위의 어느 내부직원까지. 하지만 무려 4명이 함께 쓴 이 신문 칼럼의 원고료가 얼마 였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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