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직 고위 외교관이 미국 외교관의 한국 방문을 두고 발끈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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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YUN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에서 열린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회동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2016.11.1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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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직 고위 외교관이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대선주자들의 만남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만남의 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현주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은 "미국이 아무리 세계 최강국이고 동맹국이라고 해도 우리 외교부의 국장급도 안되는 관리가... 대선후보들을 만나며 휘젓고 다닌다"고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사실 이 사무총장의 주장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조셉 윤 특별대표가 직접 대선주자들을 만난 것은 안희정 충남지사와 유승민 의원 뿐이고 문재인 측에서는 캠프의 외교안보 분야 참모인 조병제 전 말레이시아 대사와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이, 안철수 측은 대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윤 특별대표를 맞이했다.

문 후보 측은 이와 관련해 “외교에는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도 있다”며 후보와의 직접 만남 대신에 서훈 이화여대 교수(전 국가정보원 차장) 등 대리 만남을 했다. 박 대표는 이날 안철수 경선후보 등이 아닌 본인이 윤 대표를 만난 것에 대해 “우리 당 대선후보들이 일정상 맞출 수 없고, (윤 대표가) 나와 개인적 친분이 있어 초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3월 24일)

한국은 강대국(물론 여기서 강대국은 주로 미국이다)과 자국 정치지도자 사이의 외교적 교류에 민감하다. 대선 때마다 미국 측 외교관계자와의 만남이 문제가 된다. 이현주 사무총장이 거론한 대통령 당선인의 4강 대사 친견 뿐만이 아니다.

한 전직 미국 외교관은 허핑턴포스트에 자신이 겪은 비슷한 사례를 들려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2년이었다. 당시 한국에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데다가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부족했던 토마스 허버드 대사는 노무현을 비롯한 차기 대선 주자들을 자신의 관저에 비공개로 불러 만남을 가졌다. 만남을 공식적으로 가질 경우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른 지점에서 또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만난 후보의 참모 중 하나가 언론에 허버드 대사의 행동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 미국 대사가 대선 후보의 사무실로 찾아가지 않고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불렀다는 게 그 이유였다.

조셉 윤 특별대표가 과연 한국 대선주자들을 '직접' 만날 만한 '급'이 되는 인물인지 아닌지는 좀 아리송하다. 세계일보는 따져보자면 윤 특별대표가 한국 외교부 국장급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윤 대표는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수석부차관보(Principal Deputy Assistant Secretary)와 주말레이시아 대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직급은 공사참사관(Minister-Counselor)이다. 부차관보가 우리 국장에 해당하고 공사참사관을 주로 국장급이 한다는 점에서 굳이 윤 대표의 직급을 따지자면 우리 국장급에 해당한다. (세계일보 3월 24일)

미국의 외교관 직제에서 공사참사관은 미국군의 2성장군에 준한다. '대북정책특별대표'라는 직위도 특별히 낮다고 볼 이유가 별로 없다. 2001년까지 주한 미 대사를 역임했던 스티븐 보즈워스가 마지막으로 국무부에서 맡은 직책이 바로 이 직위였다.

게다가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에는 한반도와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자리가 공석이다. 주한 미 대사도,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아직까지 임명되지 않은 상태. 현재 한반도 문제에 관하여 얘기를 할 수 있는 미국 외교관은 바로 작년에 특별대표로 부임한 조셉 윤 밖에 없다. 한반도의 앞날을 예측하기가 더더욱 어려운 요즘에 너무 격식만 따질 일은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