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이케 "아베 총리, 도마뱀 꼬리 자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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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우리)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훌륭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젠) 나를 도마뱀 꼬리 자르듯 해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 대체 왜 그럴까, 너무 답답하다는 생각이다.”

23일 오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증인으로 불려 나온 가고이케 야스노리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은 긴장한 듯 눈을 깜빡이며 물을 들이켰다. 그는 자신이 운영해온 오사카의 쓰카모토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옛 군국주의 교육의 상징인 ‘교육칙어’를 외우게 하는 극우적 교육으로 일본 사회에서 격한 찬반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그는 자신이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해온 초등학교의 올해 4월 개교를 포기한 뒤 학원부지 헐값 매수 의혹과 아베 총리와의 관계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날 의회 증언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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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이케 이사장의 이날 의회 증언은 한때 돈독했던 아베 총리 부부를 향해 비수를 던지듯 날카로웠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자신과의 관계를 부인하는 아베 총리 등 극우 정치인들을 향해 서운한 마음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그는 “일본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초등학교를 만드는 건 지금도 내 꿈이다. 초등학교 이름을 붙이며 메이지유신을 맡았던 많은 인재를 배출한 쇼카손주쿠(메이지유신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시다 쇼인이 이토 히로부미 등 유신 주역들을 가르친 서당)를 염두에 뒀다. 같은 조슈(야마구치현) 출신으로 이전부터 내 교육이념에 공명해준 아베 총리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애초엔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로 이름 지으려는 생각으로 아키에 부인과 상담도 했다”고 말했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자신이 지난 16일 폭로한 아베 총리의 100만엔 기부 의혹에 대해서도 좀 더 세세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키에 부인이 유치원을 세번이나 방문했다. 그가 명예교장직을 승인해준 건 헤이세이 27년(2015년) 9월5일 강연 당일이었는데,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아베 신조로부터입니다’라며 봉투에 든 100만엔을 줬다. 아키에 부인은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나는 매우 명예로운 일이어서 선명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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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아키에 부인에게 학교부지 매입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아키에의 휴대전화 번호로 직접 전화를 건 점, 아베 총리의 그동안 해명과 달리 아키에에게 10만엔의 강연료를 지급한 점, 아키에가 자신의 아내에게 “남편(아베 총리)이 엄청난 일에 말려들어 있다는 점에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입막음’ 이메일을 보내왔다는 점 등을 이날 추가로 폭로했다. 그러나 땅 매수와 관련된 청탁에 대해선 아키에가 2015년 11월17일 비서를 통해 “재무성 본성에 문의해 국유재산 심의실장으로부터 회신을 받았다. 국가에도 사정이 있어 현재로선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게 불가능하다”는 팩스 회신을 보내왔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 팩스 회신 내용이 사실이라면 아키에가 모리토모학원의 토지 매입의 편의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게 된다.

아베 총리가 가고이케 이사장을 위해 직접 해당 부처에 압력을 가하진 않았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그러나 구체적 압력이 없더라도 ‘분위기를 읽고’ 알아서 기는 일본의 관료 문화가 이번 사태를 불거지게 한 ‘국유지 헐값매각’ 등의 일을 가능하게 했으리라는 추정이 우세하다. <일본 우익 설계자들>(원제: 일본회의의 연구>라는 책을 쓴 독립 언론인 스가노 다모쓰는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가고이케 이사장이 아베 총리 이름을 들먹이고 아키에 부인을 명예교장으로 초빙하자, 관료들이 미리 분위기를 파악하고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든 것 같다. 정부가 한번 잘못된 결정을 내려 폭주하기 시작하면 모두 ‘이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흐름을 막기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가고이케 이사장의 ‘자폭성’ 폭로가 이어지며 이날 소환을 끝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려던 아베 총리의 계획에도 큰 차질이 생기게 됐다. 니시다 쇼지(참의원) 등 자민당 의원들은 당혹감을 드러내듯 가고이케 이사장에게 “위증이면 나중에 책임 추궁을 당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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