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위안소에서 쓴 콘돔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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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쿠는 1937~40년 일본에서 ‘하트미인’이라는 상품명으로 출시된 콘돔이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시작되기 전 일본 군부가 병사들한테 여성과 성관계를 할 때 사용하라며 군수품으로 지급했다.

이때 콘돔의 이름은 ‘돌격일번’(돌격이 제일이다)이었다. 돌격일번은 당시 일제가 전쟁에 동원되는 병사한테 심어주었던 사상인데 약자인 여성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고 성 욕구를 푸는 대상으로 바라보던 일본군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삿쿠의 ‘돌격일번’ 문구는 일본군이 태평양전쟁 기간 조선인 여성 등을 강제로 끌고 가 성노예로 삼았던 위안소를 조직적으로 운영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중·일전쟁에 참가했던 일본군 무토 아키이치(1915-2006)가 작성한 종군일지(일기장)에 “위안소에 강제 동원된 조선·대만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뒤 조선과 대만을 정복했다”고 기록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태평양전쟁에 참가한 일본 군의관이 기록한 전장보고서를 바탕으로 일본에서 발간된 ‘군의관의 전장보고의견집’에도 삿쿠가 등장한다.

삿쿠(일본군이 쓰던 콘돔)의 실물이 23일 국내 유일의 국립 일제강제동원역사관(부산 남구 대연동)에 모습을 드러낸다. 삿쿠는 이날 일본 이치노헤 쇼코 스님이 행정자치부 산하 재단법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증한다. 재단 쪽은 이날 오후 3시 일제강제동원역사관 6층 멀티미디어실에서 쇼코 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증식을 열었다.

쇼코 스님의 삿쿠 기증은 복제 삿쿠를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기증한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이 쇼코 스님을 찾아가 간곡히 설득해 성사됐다고 한다. 이로써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무토 아키이치의 종군일지 복제품과 복제 삿쿠, 진품 삿쿠를 소장하게 된다. 현재 진품 삿쿠를 소장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 광주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중국 난징 리지항 위안소 옛터 진열관, 중국 상하이사범대 등이다.

쇼코 스님은 일본의 대표적 불교종단인 아오모리현 조동종 운상사 주지다. 그는 '조선 침략 참회기' 발간을 통해 조동종이 조선 침략 때 국외 포교라는 미명 아래 저지른 행태들을 낱낱이 고발했다. 또 그는 일본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본군 성노예를 입증할 수 있는 위안소 사진을 전북 군산시 동국사에 기증했다.

일제강제동원역사관 관계자는 “삿쿠는 일본군 성노예가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다. 실물 삿쿠는 현존하는 수가 적은 만큼 가치가 뛰어나 폭넓은 활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