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영화 '미녀와 야수'를 조금 더 페미니즘적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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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어린 시절을 보낸 여성들이라면 1991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속 일부 캐릭터들이 주인공인 벨보다도 크게 다가온다고 느낄 것이다.

벨은 다른 디즈니 공주들과 다르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이야기의 75%를 잠만 자고 있지 않았고, '신데렐라'처럼 파티를 위해 옷만 차려입지는 않았으며, '인어공주'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잃은 채 남자를 쫓지 않았다. 벨은 교육과 독서를 통해 더욱 강한 디즈니 공주의 모습을 보였다.

'미녀와 야수' 실사판은 18세기 원작을 리메이크한 가장 최근 작품이다. 엄청난 영상 효과, 화려한 음악과 미묘하지만 신선한 페미니즘적 요소가 가득해 보기 좋은 영화다.

페미니스트들은 오랫동안 1991년 작의 모순적인 부분들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벨은 영화 내내 강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책을 향한 열정이 있고, 그녀를 위해 대신 결정을 하려는 남성들 앞에서 당당하며, 모험을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벨은 야수와 사랑에 빠진다. 이 짐승은 벨에게 평생 자신의 포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영화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미화하며,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야수' 같은 남성을 길들여야 한다고 알려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7년에 개봉한 '미녀와 야수' 실사판은 개봉 전부터 이 비판을 해결해야 했다. 엠마 왓슨은 지난 2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이 사실을 밝혔다.

왓슨은 "이 이야기의 스톡홀름 증후군 논란은 내가 처음부터 붙잡고 싸운 것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이 납치범의 일부 특징을 포착하곤 사랑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벨은 야수와 끊임없이 싸우고 언쟁을 한다. 그녀는 스톡홀름 증후군과는 공통점이 전혀 없다. 주체성을 지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개봉한 이 영화는 벨의 주체성을 보여주는 데 어떤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에서 살짝만 건드린 부분을 강조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새로운 내용을 담기도 했다.

1991년 작에서 벨은 열정적인 독서광으로 그려진다. 2017년 영화에서 벨은 그녀의 능력과 열정을 다른 여성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한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는 동네의 어린 여자아이에게 읽기를 가르치려다 늙은 남성 교장에게 혼나기도 한다.) 벨의 마음이 겉모습보다 더욱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는 그녀를 발명가로 변신시켰다. 그녀는 세탁기의 전조 격인 빨래 기계를 발명하기도 한다.

영화는 로맨틱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벨은 동네의 불한당인 가스통을 1991년작에서보다 더욱 가차 없이 거절하며, 야수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원작보다 나은 설명을 하려고 노력했다.

1991년 작과 달리 2017년 작에서 벨은 평생 포로가 될 거라는 운명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야수의 성에서 꼭 도망칠 거라고 약속하기도 한다. 성에서의 첫날 밤, 벨은 드레스로 긴 줄을 만드는 데, 이는 그녀가 성에서 도망칠 때 쓸 것이라는 걸 암시한다.

이후 벨과 야수가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하게된 계기를 그저 목숨을 구한 하나의 사건으로 정당화하는 대신, 2017년 작은 셰익스피어와 아서 왕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벨의 엄마에 대해 알게 되는 파리로의 여행까지, 야수가 벨을 서서히 사랑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뿐만 아니라, 조연들 역시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한다. 관객들은 벨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저주받은 성에 사는 다른 이들에 공감하게 된다. 2017년 작은 디즈니 최초의 커밍아웃한 게이 캐릭터인 르 푸와 두 쌍의 인종을 초월한 관계를 소개한다.

또한, 부족하기는 하지만 페미니즘적인 요소를 선보였다. 1740년 발행된 가브리엘-수잔 바르보 드 빌뇌브의 동화부터 1756년 재발행된 장 마리 르프랑스 드 보몽의 작품까지, 1991년 작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들을 표현한 바 있다. 벨은 18세기 프랑스에서는 흔히 행해졌던 부모가 딸의 배우자를 골라주는 전통에 대항했다.

다른 이의 삶을 주도한다는 내용은 1991년 작에서 꽤 강하게 표현됐다.

프랑스 교수인 폴 영은 타임지에 '미녀와 야수'의 18세기 맥락을 설명했다. 영은 "여성이 쓰고 발행했으며, 강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택한 '미녀와 야수'는 당시 프랑스 문학이나 프랑스 사회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납치범을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 때문에 조금 더 진보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개봉한 실사판은 옛날에 대한 향수와 페미니즘적인 진보의 균형을 잘 맞췄다. 그러니 디즈니가 앞으로도 클래식 작품에 페미니즘적인 요소를 덧붙여 리메이크하기를 바라본다.

 

허핑턴포스트US의 'How Disney Subtly Made ‘Beauty And The Beast’ More Feminis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