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박근혜를 구속할 사유는 충분하다. 검찰총장의 '결단'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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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GEUN HYE
South Korea's ousted leader Park Geun-hye arrives at a prosecutor's office in Seoul, South Korea, March 21, 2017. REUTERS/Kim Hong-Ji | Kim Hong-Ji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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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8초짜리 대국민 메시지'를 남기고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들어서면서 구속영장 청구여부를 놓고 검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사유는 충분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인 만큼, 남은 것은 김수남 검찰총장의 결단뿐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 9시24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고 간단한 입장만을 밝힌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냐' '아직도 이 자리에 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다.

파면 11일만에 육성으로 밝힌 '대국민 사과'라고 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특검과 검찰의 수사로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해 전면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최종변론 의견서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이 "공익적 목적이었다"는 점, "어떠한 불법적인 이익도 얻은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KD코퍼레이션을 둘러싼 최씨의 비리행위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강변했다. 지난 12일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에 들어오면서도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밝히며 결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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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박 전 대통령의 태도는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하는 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이 확보한 물증과 진술에 모순된 진술을 이어가며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할 경우, 검찰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강신업 변호사는 "사안이 중대하고 이재용 등 관련자가 구속된 상황이어서, 검찰이 구속하지 않으려면 혐의 인정이나 대국민 사과 등 그에 맞는 '명분'이 필요하다"며 "이전처럼 전면부인에 나설 경우 검찰도 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혐의만 13개에 달하는 국정농단사건의 주요 피의자다. 최순실씨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공범 상당수가 이미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앞서 구속된 이 부회장의 주요 혐의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 대한 뇌물공여다. 뇌물을 건넨 이는 구속됐는데, 뇌물을 받은 이에 대해 구속영장도 청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법의 형평성 측면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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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선이 5월9일로 확정되면서 박 전 대통령 구속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검찰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 파면된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력과 보수세력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정치적 부담감을 무릅쓰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지는 이제 검찰의 결정만 남은 상태다.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검찰 출신 인사의 각종 의혹으로 시험대에 서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번주 안에 영장청구 여부를 결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총장은 지난 10일 헌재가 탄핵인용을 결정하자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의연하고도 굳건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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