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층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화재대피'를 알린 60대 경비원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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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났으니 빨리 밖으로 대피하세요"

토요일인 지난 18일 오전 9시4분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가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이 아파트 5동 기계실에서 불이 나 순식간에 인근 아파트 단지까지 연기가 번졌기 때문이다.

인접한 6동 아파트 경비원 양명승씨(60)는 순간 마음이 다급해졌다. 화재로 인한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운행되지 않았다. '주민 몇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소리까지 들렸다.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15층짜리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연신 "대피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쉼 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던 양씨는 호흡곤란으로 9층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구조대가 양씨를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같은 날 오전 10시50분쯤 결국 숨지고 말았다. 양씨는 평소 심장질환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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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가 근무하던 1층 경비실 입구에는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감사 쪽지가 나붙기 시작했다.

'우리 동을 위해 항상 신경 써 주신 것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고 위급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임무를 다 한 것도 지켜보았습니다. 부디 편하고 좋은 곳에 가시기를…', '아저씨는 우리 동의 영웅이세요, 몇 년이 지나도 아저씨를 꼭 기억할게요'

주민 김모씨(62)는 양씨에 대해 "항상 주민들을 배려해주셨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안타까운 일을 당해 마음이 무겁다.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이모씨(24·여)는 "경비 아저씨 때문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생명의 은인이 좋은 곳에 가길 기원한다"며 추모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불은 아파트 지하 기계실에서 배관 절단 작업 중 시작돼 1시간43분 만에 진화됐다. 불은 아파트 내부로 옮겨붙지는 않았지만 환풍구 등을 통해 연기가 퍼지고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까지 정지됐다.

이 불로 60여명의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소방서추산 13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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