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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의 '불임'이 최초로 '산재'로 인정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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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qi Z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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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의 ‘불임’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첫 사례가 나왔다. 저출산에 따른 모성보호에 대한 관심과 노동환경에서의 생식독성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불임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것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15년 동안 일했던 김아무개(39)씨가 불임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 요양급여를 지급해달라고 신청한 데 대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 요양급여 지급을 승인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7년 삼성에 입사한 뒤, 30살이던 2008년부터 불임 치료를 받아오다 2012년 계류유산 등으로 몸이 좋지 않아 퇴사한 뒤 2013년 산재승인을 신청했다.

김씨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보면 “15년간 반도체공장 생산직 노동자로 교대근무를 수행하면서 소량이지만 에틸렌글리콜 등의 유기화합물 등에 노출됐고, 장기간 교대근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면역력 저하 등 신체기능이 약화돼 ‘불임’을 유발한 것으로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도체공장 등에서 세척액으로 사용되는 에틸엔글리콜은 기형아 출산을 유발하는 물질로 생식독성물질로 분류된다. 불임과 유산은 2015년 삼성 직업병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에는 보상대상 질환으로 포함됐으나, 삼성이 자체적으로 만든 보상위원회 기준엔 포함되지 않았다.

생식기능·생식능력·태아 발생발육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물질인 생식독성물질은 직접 노출된 개인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건강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피해가 광범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를 보면, 2014년 작업환경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생식독성 유해인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여성 노동자수는 3만3828명으로, 전체 생산직 여성노동자 숫자(49만9194명)의 6.78%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가죽·가방·신발제조업, 전자산업, 섬유제조업, 식료품제조업 순으로 종사자 숫자가 많았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생식독성물질 취급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생식독성 물질을 취급하는 여성 간호사 406명 가운데 난임을 경험한 이들이 27%, 조산·사산·자연유산을 경험한 이들이 22.8%, 월경 이상이 20.2%로 높게 나타났다. 2007~2015년 건강보험 직장가입한 여성노동자들이 유사산률은 13.9%였는데, 제조업에 한해 분석한 결과 목재·나무제품·가구제조업 16.6%, 고무·플라스틱 제조업이 16.2% 등의 높은 유사산률을 보였다.

산재신청을 대리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이날 성명을 내어 “같은 질환으로 고통받는 또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용기를 줘 산재 인정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며 “독성화학물질 등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인아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직업환경의학)도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식독성물질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있어야 건강하고 안전한 출산이 가능하다”며 “가임기·임신 여성노동자들에 대해 생식독성물질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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