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이 가지고 있는 매우 긍정적인 역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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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그러거나 말거나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싫어하건 좋아하건, 부정하건 파고들건 항상 어딘가에 있는 것들 말이다. '욕'도 그런 존재다. 어릴 적 '바른 생활' 교과서에서부터 우리는 '상스러운 말을 하지 않습니다.'란 문구를 보고 자랐지만 정말 단 한 번도 '상스러워'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어쩌면 무엇이 '상스러운 말'인지를 구체적으로 배우질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꼭 '바른 생활' 교과서만이 옳은 것일까? 설마?! 욕에는 욕만이 가지는 긍정적인 역할이 있다. 모든 게 그렇듯, 양면적인 도구라는 의미다. 연구를 통해 밝혀낸 '욕이 긍정적일 수 있는' 몇 가지 상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swear word

1. '어휘력'의 지표

dictionary

욕을 '잘'한다는 건 때로 어휘력의 지표로 쓰일 수 있다. 물론 이 때 욕을 잘한다는 말은 특정 단어를 반복해서 쓴다는 의미는 아니다. 누군가를 말로 공격할 때 얼마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방식이다. 심리학자 T.제이는 피실험자들에게 '1분 안에 얼마나 많은 욕을 머릿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가?'를 물었고, 그 결과 이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실제 언어구사력 테스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언어구사력 테스트 점수가 낮은 사람이 욕도 별로 떠올리지 못한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하긴 애초에 두 개가 상관이 없었다면 그 수많은 '갱스터 랩'과 '디스전'들도 생겨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대개의 경우 언어구사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주어진 시간 안에 조건에 맞는 단어를 더 많이 생각해낼 수 있다...일명 욕 유창성 과제는 1분 안에 욕을 가능한 많이 생각해내는 것이다...일반적인 언어구사력 점수가 낮으면 욕 유창성도 낮았다. 이것은 욕이 단지 빈약한 언어능력, 다른 말로 일반적인 어휘력 부족의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언어를 유창하고 명확하게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 의사소통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언어의 많은 특징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책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리처드 스티븐스 저)

2. 통증 완화

pain relief

저자는 욕설이 통증 완화에 주는 효과를 아내의 출산을 곁에서 지켜보며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분만 중 저자의 아내는 진통이 심해질수록 더욱 거친 욕들을 내뱉었는데, 의사와 간호사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현상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말하며 아내와 저자를 안심시켰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진행한 저자의 연구에 의하면 실제 욕설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나 스트레스가 닥쳤을 때 이를 보다 '견딜만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다만 주의할 점은 평소 욕 사용빈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효과가 덜했다는 사실이다. 상황에 따라선 욕도 '꼭 필요할 때만 복용해야 하는' 알약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리는 자원자들에게 얼음물에 손을 담근 채로 최대 5분까지 참을 수 있는 만큼 견뎌보라고 요청했다. 그런 다음 얼음물에 손을 담근 상태에서 욕을 하라고 주문했다...우리는 욕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을 때 얼음물 챌린지를 더 오래 견뎠고 덜 고통스럽다고 말했으며 심박동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내용의 첫 번째 논문을 발표했다...흥미롭게도 평소 욕 사용빈도가 높은 사람일수록...통증내성효과가 줄어들었다...합리적이고 현명한 조언은, 가장 필요한 순간에 최대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평소에는 욕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책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리처드 스티븐스 저)

3. 설득의 도구

persuasion

욕은 때로 논지를 강화하는 'MSG'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노던일리노이 대학 연구자들은 '등록금 인하'란 똑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두 개의 동영상을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었는데, 그 중 하나는 욕설과 함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상이었다. 그 결과 욕설이 섞인 영상이 피실험자들에게 더 강한 호소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연자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강하고 확실하게' 믿고 있음을 전달하는 역할을 욕설이 담당했던 것이다. 다만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피실험자들이 이미 '등록금 인하'란 주제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있던 상태였다는 점이다. 즉, 욕설이 섞인 메시지는 이미 비슷한 생각을 나누고 있는 사람끼리 확신을 강화시켜주는 도구일 순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을 찬성하도록 바꾸는 도구는 될 수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어떤 의미론 욕이 기존 구성원들의 '유대감'을 강화시켜주는 도구라고 볼 수도 있는 이유다.

"결과는, 강연자가 욕을 전혀 쓰지 않을 때보다 욕을 사용해서 말할 때 설득력이 더 높았다. 즉 욕이 포함된 연설을 들었을 때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를 찬성하는 확고한 태도가 두드러졌다. 뿐만 아니라 욕은 연설의 강도에 대한 점수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던 반면, 강연자의 신뢰성 점수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논지를 강조하기 위해 욕을 사용하면 주장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음을 뜻한다...하지만...욕은 이미 청자가 화자의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 태도일 때에만 주장을 강화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책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 리처드 스티븐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