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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10년에 1년은 쉬자'는 안희정의 안식년제 공약이 비현실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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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N HEE JUNG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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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시대에서 쉼표 있는 시대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16일 ‘10년에 1년은 쉬자’는 ‘안식년 공약’을 내놨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2년 대선 때 한 후보가 제안한 ‘저녁이 있는 삶’에 모든 국민이 공감했다. 지금 우리는 너무 지쳐있다”며 ‘전국민 안식년제’를 꺼내 들었다.

전국민 안식년제의 핵심은 같은 직장에서 10년을 일한 노동자에게 1년의 유급휴가를 주는 것이다. 안식년 도입의 전제 조건은 노동계·기업·정부 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2~3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신규 채용을 늘리고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가령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인 정규직 1000명이 일하는 직장의 경우 매년 3.5%씩 인상되던 임금을 2년간 동결하면 42억원의 재원이 확보된다. 안 지사 쪽은 이중 25억원을 2500만원 연봉을 받는 신규 직원 100명(전체 노동자의 10%)을 뽑는 데 쓰고 나머지 17억원을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희정 캠프는 공공부문에 안식년제를 도입할 경우 추가 재원 없이도 행정직부터 기능직까지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15만개로 계산했다. 안 지사의 공약에는 전국민 안식월제도 포함돼 있다. 이는 현재 근속기간에 따라 1년에 15~25일로 차등화된 법정휴가를 25일로 상향 조정해 사실상 1년에 1달을 안식월로 만드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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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발상’이긴 하나, 안식년제가 실시되더라도 고용이 안정된 일부 노동자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하는 평균 근속기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인 5.6년(2014년 기준)에 불과하고, 10년 이상 장기근속 노동자 비율도 20%가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안 지사 쪽은 “3년에 3개월, 5년에 6개월 등 다양하게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확실한 대책 없이 안식년제가 실시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삶의 질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어진 휴가도 제대로 못 쓰면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 유급휴가 1년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법이 정한 ‘주당 52시간 노동’이라도 지키도록 하는 게 급선무인데, 이미 안정된 조건을 누리는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이나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를 내놓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금은 취약계층의 일자리부터 안정시키고 임금을 현실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조승래 의원은 이에 대해 “직업군별로 적용 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고용보험을 활용해 10년에 1년이나 5년에 6개월 등 고용보험 가입 기간을 기준으로 안식년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 등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안식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박태주 교수는 “한국의 노사정위원회는 다급한 현안을 밀쳐두는 ‘미결위원회’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사회적 대화의 무덤’이었다.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하겠다는 복안도 없이 사회적 합의 기구에 맡기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한 얘기”라고 꼬집었다. 조승래 의원은 “주5일제 도입도 단박에 해결되지 않았다. 공공부문부터 시작해 순기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대타협의 수준까지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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