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도서관화' 문제에 2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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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로 대표되는 대형서점에서는 종종 오랜 시간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점들은 '눈치 보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커다란 독서 테이블을 마련하는 추세다. 사기 전에 책 내용을 더 잘 살펴볼 수 있게 됐으니 소비자와 출판사, 서점에게 모두 좋은 일일까?

출판계에 따르면 이런 이른바 '서점의 도서관화'는 출판사에 분명한 손해가 될 수 있다. 다 읽은 책을 사지 않아서만이 아니다. 서점에서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책들이 그대로 출판사에 반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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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독서 테이블]



대형서점들은 출판사들로부터 책을 위탁받아 판매한다. 주문한 양보다 팔린 양이 적어 재고가 쌓이면 보관하거나, 출판사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여기에는 견본처럼 진열된 책들이 포함된다는 것이 출판계의 증언이다. 출판사 사월의책 안희곤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같은 점을 지적하자, 해당 글에는 '견본 책은 서점의 서비스인 줄 알았다', '서점이 훼손된 책을 책임지는 줄 알았다', '교보가 독서 테이블을 만든 후 내가 운영하는 서점에서도 책을 마구 접어보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등 이런 뒷이야기를 몰랐다는 소비자들의 댓글들이 달렸다.

하지만 서점들도 독서 테이블이 일방적 '갑질'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한국일보는 오로지 독서 테이블 때문에 출판사 피해가 심각해졌다고 보기 어렵고, 심하게 망가진 책은 반품하지 않고 견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대형서점 측의 입장을 전했다. 독서 테이블 덕분에 '서점=문화 공간'의 이미지가 생기는 데서 오는 이익 역시 서점뿐 아니라 출판계 전체에 전달된다는 것이 서점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독서 테이블들은 다리를 쉬어가고 싶은 이들의 휴식 공간으로도 쓰인다. 소설가 정이현은 테이블에서 책들을 함부로 다루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면서도 "사람들이 책과 멀어지고 있다는 시대에 그곳(광화문 교보문고)이 여전히 든든한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소비자들 역시 '책을 미리 봐야 사는데 출판사에도 좋은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다. '읽기만 하고 안 사는 행동'에 대한 비판은 때로 '안 살 거면 나가라' 식의 불친절로 해석되기도 한다.

'서점이 도서관이냐'는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말로 일부러 책을 읽기 위해 서점을 찾는 소비자들은 이전에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책을 공짜로 보려는 게 잘못이라는 이유, 오랫동안 특정 책이나 특정 자리를 독점하면서 다른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사고 싶은 책을 다 살 수 없어 종종 서점에서 책을 본다"는 대학생과, "유치원생 아들에게 독서습관을 들이기 위해 일부러 들러 책을 보여준다"는 30대 부모의 인터뷰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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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서적 독서 테이블]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대형서점들이 견본 책을 정책적으로 구매하라'는 것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모양새다. "대형서점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만큼 샘플용 책을 따로 구매해 출판사 피해 최소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내용이다.

나아가 '서점의 도서관화' 현상의 핵심은 '서점'이 아닌 '도서관'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출판 컨설턴트 변정수씨는 책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서점으로 모이는 이유로 도서관이 서점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변씨는 "동네 서점이 필요하다는 논지의 글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동네에 서점이 필요한 이유'가 아닌 '동네에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들"이라며 '책에 무료로 접근하고 싶다면 독자이기 전에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도서관 확충을 위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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