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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때문에 살아난 대중문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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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함께 탄핵이 왔다. 박근혜 대통령에겐 ‘전’ 자가 붙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탄핵 결정까지, 대중문화는 현실을 환기하며, 때로는 반영하며 시민들과 함께 호흡해왔다. 탄핵 정국과 함께해온 대중문화의 흐름을 분야별로 정리해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역설적으로 잘한 일도 있다. 바로, 티브이에서 풍자가 살아나게 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 사라졌던 정치 풍자는 ‘게이트’에서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며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었다.

개그맨들은 특히 신났다. 개그의 본령인 정치 풍자 꼭지(코너)가 줄줄이 생겨났다. 석연찮은 이유로 폐지됐던 <개그콘서트>(한국방송2) ‘민상토론’과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 ‘엘티이 뉴스’도 지난해 돌아왔다. 사안의 흐름에 따라 풍자의 결도 달라졌다. 처음 최순실 풍자에 집중하던 데서, 차츰 국정농단의 총책임자가 최순실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임이 분명해지면서 이를 강조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뀐다. “최순실 게이트? 아니면 박근혜 게이트?” 같은 대사가 오르내렸고, “한명만 조사받으면 된다? 그게 누굽니까?” “설마?”라며 박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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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9일 국회 탄핵 소추안 의결 시점에 등장한 <개그콘서트-대통형>(2016년 12월4일~2017년 2월19일)에서 풍자는 극사실주의가 됐다. 올림머리, 태반주사, 헌재까지 탄핵 시국을 맞은 청와대의 모습을 신랄하게 그렸다. 선보라는 엄마 때문에 고민이라는 극중 대통령 서태훈의 말에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해줄 증인을 대량 채택해 시간을 끌어라”, “나가겠다고 한 뒤 장소, 시간 공개한 것을 핑계로 대라”는 등 지연 전술에 나선 청와대의 행동을 그대로 녹여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절차에 들어간 이후에는 “내 친구 헌재가 잘 마무리 지을 거다”라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촛불 시민의 힘이 헌정사를 새로 썼다. 드라마 또한 소시민이 힘을 모아 세상을 바로잡는 이야기가 많았다. <김과장>(한국방송2)과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문화방송) 등이다. 드라마들은 촛불의 마음을 대변한 대사들로 답답한 정국에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안겼다. <김과장>에서 홀연히 등장해 기업 부패를 바로잡는 소시민 김성룡(남궁민)은 “대한민국의 변치 않는 트렌드는 ‘삥땅’이다”, “대한민국 어디 한 군데 안 썩은 데가 없다”며 칼날 같은 대사를 날렸다. 대한민국의 변화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정부 관리가 해먹어도 어영부영 덮고, 넘어가고 그런 게 없었다”는 말로, 한국 사회를 다시금 뒤덮은 부패·비리의 사슬구조를 성토하기도 했다. 김과장의 바람은, 촛불의 바람은 2017년 3월10일 드라마 같은 현실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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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다음날 신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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