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신작은 유부남 감독과 여배우의 사랑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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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배우 자신의 이야기,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으로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영화가 13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전에도 감독의 영화들은 동시대 인물들에 대한 신경증적인 초상화로 읽혔지만 결혼한 감독과 여배우의 사랑을 소재로 한 이번 영화는 홍 감독과 여주인공을 맡은 김민희가 실제로도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현실과 겹쳐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감독 자신의 이야기일 수만 있을까? 베일을 벗은 영화는 홍 감독 영화의 오래된 질문을 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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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최근작과의 연관들이다. 홍상수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항상 자신의 외로움과 욕망에 갇혀 어딘가를 찾아가든, 누구를 만나든 혼자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하지만 그는 최근작 2편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와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에선 작은 차이가 어쩌면 삶의 결을 바꿀 수 있으며, 그로 인해서 모든 것이 바뀔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였다.

13일 공개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그 부딪침은 어떻게 됐는지, 홍상수 감독의 최근작들과 서정적 연장선에서 볼 수 있는 영화다. 또 낯선 곳에서 사람들과 소통을 시도하는 여배우의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2012)와도 비슷하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독일의 도시 함부르크에서 시작한다. 유부남 감독(문성근)과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가 압박과 회의를 이기지 못하고 떠나온 여배우 영희(김민희)가 이곳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곤란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바닷가로 소풍을 가는 장면이 30분쯤 이어진다.

독일을 배경으로 한 1부가 흑백에 가깝다면 영희가 한국으로 돌아와 강릉을 여행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색감을 찾는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있으니 더 외로워져.” 독일에서 이렇게 속삭이는 영희의 대사는 마치 홍 감독의 전작 '다른 나라에서'에서 이자벨 위페르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지만 이 영화는 지역보다는 관계가, 소통보다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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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친구들은 독일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좀더 자신의 사적인 거리 안으로 가깝게 들어와서 종주먹을 들이대며 “그런 식으로 일을 그만두지 말라”고 충고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남자들이나 그런 남자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여자들이 술판을 벌이는 것은 홍상수 영화에서 자주 벌어지는 풍경이다.

독일에서 강릉을 떠돌면서 줄곧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고 말하거나 “여기, 너무 좋아요. 나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여자는 홍상수 영화에서 여러 번 본 듯한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감독의 영화에서 가장 주도적이고 공격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실패한 사랑 때문에 자기 안에 갇혀 있는 듯 보이지만 “너희들은 다 똑같다. 사랑할 자격이 없다”며 불만을 터트리면서 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휘저어 놓는다.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며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큰절을 올리는 여자의 소망은 아주 절실하지만 추상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는 당신이 지루하다”며 감독을 개인적으로 공격할 때는 실제 그와 개인적 사이이기도 한 홍 감독을 떠올리게도 한다. 한마디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여주인공이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놀이를 주도하는 인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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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시사회 뒤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홍 감독은 이 영화가 감독과 배우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개인적 디테일을 많이 쓰지만 자전적 의도는 없다. 작은 디테일들이 나와 일치하기 때문에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 디테일들을 배열할 때는 자유롭게 한다. 내 이야기로 만들지 않는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자전적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물론 관객들이 내 이야기라고 받아들여도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감독은 또 배우와의 불륜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는 “내가 동의할 수 없어도 법에 저촉되는 게 아니면 그 사람 의견을 존중하고 살았다. 나도 남들에게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고 했다.

이 영화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민희는 그동안의 소문에 대해 처음으로 인정하며 “홍상수 감독과 저는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 다가올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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