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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저'에서 "아프고 춥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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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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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 3월12일 이후, 사저를 방문한 정치인들의 입에서 대통령이 "아프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3월14일 보도에 따르면 친박계로 꼽히는 조원진 의원(자유한국당, 대구 달서구병)은 지난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방문 뒤 "박 전 대통령은 다리를 다쳐 힘들어했으며 몸이 안 좋아 보였다"며 "박 전 대통령이 사저에 복귀하기 전에 보일러 수리는 진행됐으나 정상 가동이 안 된 탓인지 거실이 추웠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관저를 떠나면서 발목을 접질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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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

조 의원의 메시지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이 '아프다'는 것과 사저 거실이 '춥다'는 것이다.

아프고 춥다.

왜 이런 메시지가 나왔는지 전후 맥락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검찰 조사를 거부했고, 올해는 특검 조사를 거부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에는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다는 것 중 하나로 성실하게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을 꼽았다. 그리고 탄핵이 돼 이제 소추를 받지 않는 대통령의 특권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또 하나. 3월14일, 황교안 권한대행이 청와대 비서진 사표를 반려했고, 김평우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먼저 청와대 비서진 사표반려에 대해 표면적으로 국무조정실에서는 "현재 안보와 경제 등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한 치의 국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긴급한 현안 업무를 마무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다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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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3월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글을 남겼다.

"오늘 말할 꺼리가 많네요. 황교안 대행의 청와대 3실장 사표 반려는 박 전통의 자택정치에 그대로 조응하는 거지요. 박 전통만 청와대에서 나왔을 뿐이고 이 나라의 콘트롤타워는 여전히 박의 사람들이지요. 여기에 눈여겨 볼 대목은 김평우 변호사가 자택으로 찾아갔다가 문전박대 ㅡ 이제사 사태가 파악되남요 ? 탄핵국면속에서 숨죽였던 저쪽의 프로들이 움직이고 있는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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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박근혜 지킴이 회원들이 JTBC 차량이 골목에 나타나자 땅에 누워 교통을 방해하고 있다. 2017.3.14/뉴스1

박 의원의 발언은 황 권한대행이 청와대 비서진 사표를 반려하는 등 일련의 행동이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진용을 갖추고 다시 움직임을 재개한 것을 뜻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에서도 수사 개시를 고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뇌물죄 등 13개의 범죄혐의에 대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사실상 불복종 투쟁에 들어간 데다 지지자들까지 삼성동 자택 앞에 진지를 구축하고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고심 끝에 3월15일께 피의자 소환날짜를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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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저한 데는 자칫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3월14일 보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측의 반발 기류를 고려할 때 피의자 소환 통보, 대면조사, 신병처리 결정, 기소, 형사 재판으로 이어지는 수사·사법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검찰은 수사에 당사자 측과 지지세력이 반발할 경우 예기치 않은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고려해 장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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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사정이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의 병환이 깊어진다고 하면 어떨까. 춥고 아픈 사람에게 검찰이 냉혹하게 수사를 하려 한다고 여론전을 펼 수도 있는 것이다.

'삼성동팀'을 띄워 대응에 나선 친박계는 벌써부터 "수사를 대선 뒤로 연기하라"고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중앙일보 3월14일 보도에 따르면 김진태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황교안 권한대행은 민간인 박근혜에 대한 수사를 대선 이후로 연기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도망갈 것도 아니고 피할 것도 아닌데 대선 이후에 차분히 수사를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김 의원 말대로 수사를 대선 뒤로 연기하면 어떻게 될까. 청와대 압수수색을 할 수 있을까. 박 전 대통령 대면 수사를 할 수 있을까. 이러든저러든 힘들어 보인다. 진보진영에서 대통령이 선출되면,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로 맞설 것이고 보수진영에서 된다며 어떤 식으로든 거래를 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의 수사를 흐지부지하게 만들수 있는 것은 결국 '시간'이다. 친박 진영에서는 대선 기간을 버티면, 또 다른 반전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지난 이틀 간의 말과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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