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기초의원들이 '형사처벌' 받을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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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기초의원들이 의장단 독식을 위해 투표 전에 모여서 특정 후보를 밀기로 하고 투표용지 안에 각자 찍을 위치까지 정해서 투표한 혐의로 무더기 형사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부산지방경찰청은 13일 “기초의회 의장 선거를 하면서 무기명·비밀투표로 진행하지 않고 특정 후보를 누가 찍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사전 모의해서 투표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강외희 의장 등 부산진구의회 새누리당 의원 10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말을 들어보면, 7대 의회 전반기(2년) 의장단 선거를 이틀 앞둔 2014년 7월6일 새누리당 의원 12명 가운데 10명이 모여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합의서에서 강 의장을 전반기 의장, 이아무개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추대하고 강 의장이 당선되지 않으면 10명 모두 부의장과 3석의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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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부산 부산진구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이 7대 전반기 의장 선거에서 찍은 투표용지. 이름 위에 도장을 찍는 방식이 아니라 의장 이름을 적는 방식인데 위치가 다르다. 경찰은 사전에 의원들끼리 이름을 적을 위치를 짰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탈표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투표는 후보자 이름에 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 이름을 투표용지에 직접 적는 방법이었는데, 누가 투표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가로 7㎝, 세로 5㎝가량 크기의 투표용지 상하좌우에 적을 위치를 미리 정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ㄱ의원은 상단 왼쪽, ㄴ의원은 가운데, ㄷ의원은 오른쪽 등이다.

이틀 뒤인 8일 의장단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은 기권하고 새누리당 의원 12명이 모두 참가했다. 단독 출마한 강 의장이 11표를 얻어 당선됐다.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3석 가운데 2석을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상임위원장 1석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았으나 1년 만에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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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는 2년 뒤 깨졌다. 강 의장이 약속을 번복하고 재출마 한 것이다. 후반기 의장으로 추대받을 것으로 기대하던 이아무개 의원도 강 의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출마했다. 결국 강 의장이 10표를 얻어 8표를 얻은 이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부의장과 후반기 상임위원장 4석은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강 의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합의서 파기는 인정했으나 투표용지 짬짜미(담합)는 부인했다. 그는 “새누리당 부산시당에서 소속 의원들이 투표해서 후반기 의장단을 결정하라고 했고 이아무개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의원을 내세우려 했으나 당선될 가능성이 낮았다. 하지만 전반기 의장 선거에 나만 출마했는데 굳이 투표용지 짬짜미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투표용지 짬짜미를 시인한 의원들이 있다”고 되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