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보가 '1면 백지' 발행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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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역사의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이 창간 후 처음으로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반발해서다.

12일 <대학신문>은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13일치 호외 1면에 “서울대학교 공식 언론인 <대학신문>은 전 주간 교수와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합니다”라고 썼다. 이 호외는 1940호 학보를 대체하는 것으로, 전·현직 기자단의 사비로 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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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은 편집권 침해가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위해 싸워온 ‘반올림’에 대해 취재하고 기사를 썼는데, 당시 주간 교수는 “노동자 입장에서만 작성됐다”며 기사 게재를 불허했다. 사쪽 입장도 추가해 기사를 수정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주간은 이를 거부하고 기사 게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완성된 기사는 지면과 누리집 어느 곳에도 게재되지 못했다.

또 이 신문은 “주간이 기자단에게 알리지 않고 지난해 학기당 5개씩 개교 70주년 기획기사를 작성하는 것을 대가로 본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학신문> 쪽은 당시 주간이 편집장에게 직접 한 얘기라고 전했다.

이들이 “편집권 침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때”라고 꼽은 지난해 10월엔 “담당자가 완성한 판을 검토해야 할 주간이 직접 판을 제작하려고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며 “1면 제목에 ‘개교 70주년’을 넣는 등 제목을 직접 짓기 시작하고 다른 단어들도 의견대로 바꿀 것을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기자단은 이를 편집권 침해로 규정하고 ‘주간의 사임’과 ‘편집권 보장을 위한 사칙 개정’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학교 본부 쪽에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4개월 동안 서면을 통해 교수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을 뿐”이라며 “8일에 전 주간이 면직되고 바로 다음날 새로운 교수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일엔 ‘편집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며 ‘타인을 오도하는 부당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를 운영위원회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학신문>의 전 주간인 임아무개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말씀드릴 게 없다. 죄송하다”라고만 말했다. 최예린 <대학신문> 편집장은 “현재 사칙엔 여러 주체들이 합의하에 신문을 만든다고 규정돼 있다”며 “편집권을 사칙에 분명하게 규정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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