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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미식회 황교익이 얘기하는 '미식'을 즐기는 방법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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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워하면서도 끝까지 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수요미식회가 그런 프로그램이다. 일주일 중 가장 피곤한 수요일 날 영상으로만 지켜보는 맛있는 음식들이 때로는 괴로움을 준다. 이 프로그램 속 패널들 중 유독 꼬장꼬장하게 자신의 '미식관'을 밝히는 사람이 있다. '맛 칼럼니스트'란 이름으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황교익씨다. 그런 황교익씨가 수요미식회에 출연하기 몇 년 전 출간한, 자신의 '미식관'을 밝혀놓은 책에는 음식을 '즐긴다'고 말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나와있다. 인생의 즐거움 중 '음식'이 포함될 수 있다면 분명 삶의 질이 무척 높아지지 않을까?

delicious food

1. 문화적 장벽을 넘어라.

original culture

저자에 의하면 인간이 음식을 선택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안전, 영양, 그리고 기호다. 먹으면 탈이 날 것 같거나 먹어도 몸에 아무 보탬이 안 될 것 같은 것들은 일단 제외된다. 우리가 썩은 음식이나 방부제를 먹지 않는 이유다. 그렇지만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먹는 음식 중 안전과 영양이 심각하게 결여된 음식은 찾기 힘들다. 음식을 고르는 기준이 거의 온전히 우리의 기호, 즉 개인적으로 느끼는 '맛'에 달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음식을 고르는 기호 중 순전히 '개인적'이기만 한 기호는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모든 맛에 대한 기호는 문화적 기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미식을 하고 싶다면, 우선 이 '문화적 기호'를 통해 형성되고 교육된 새로운 맛에 대한 거부감부터 뛰어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어쩌면 그것이 '잡식성 동물'인 우리 식성에도 더 어울리는 일일 테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입맛에 대해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 해외여행을 가면서도 고추장, 라면 따위를 싸가는 민족이다. 한반도라는 좁은 땅에서 단일민족으로 오래 살아온 탓에 다양한 외래 음식을 접하지 못한 까닭일 수도 있다...음식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던 시대의 인간들에게는 음식의 선택과 거부는 곧 삶과 죽음이 갈리는 일이었을 것이다...인류문명의 발달로 현대를 사는 우리는 각종 음식의 안전성과 영양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우리가 음식을 선택하고 거부하는 기준은 오직 기호에 따른다고 할 만하다...새로운 맛을 보기 위해서는 먼저 이 문화적 장벽부터 넘어야 한다. 항상 먹던 음식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다. 굳이 식도락가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은 삶의 활력이 된다. 음식의 문화적 장벽 저 너머에 새로운 맛이 있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음식을 먹는 잡식성 동물이다." (책 '미각의 제국', 황교익 저)

2. 향을 즐겨라.

scent of food

저자에 의하면, 혀는 맛의 아주 일부분만을 느낄 뿐이다. 음식을 들어 입 속에 넣고 씹어서 넘기기까지, 혀가 맛을 느끼는 순간은 씹는 동안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맛은 무엇으로 느끼는 걸까? 저자는 그것이 '코'라고 주장한다. 혀로 느끼는 몇 가지 맛보다 훨씬 다채로운 감지 능력이 우리 후각에 있고, 따라서 미식은 '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주장이다. 어쩌면 이 얘기는 미식은 음식을 직접 입에 넣는 순간부터가 아닌, 향을 맡으며 그 맛을 '상상'하고 설레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혀는 맛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신체기관이라고 믿을 것이 못 된다...음식 맛의 대부분은 향으로 느끼는데 이를 담당하는 신체 부위는 코이다.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실험은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보면, 혀의 역할 중 상당 부분은 오히려 음식을 잘 씹을 수 있게 입 안의 음식물을 혼합 또는 분산시키거나 식도로 넘기는 데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해서 혀가 단맛, 쓴맛, 신맛, 떫은맛, 구수한 맛을 감지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혀에서 느끼는 그 맛이 음식물의 맛 전체 중에 극히 일부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다." (책 '미각의 제국', 황교익 저)

3. 절제하라.

thanks to food

미식과 탐식은 어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다. 어쨌든 본질은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뺏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탐식이 아닌 미식을 지향하기 위해 음식을 대하는 겸허한 마음이 필요하다. 자신을 위해 몸을 바친 생명의 고귀함을 알고, 음식이 만들어진 이면을 사유하여, 스스로 멈춰야 하는 선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이런 내용을 '미식'은 곧 '악식'과 동의어라는 말로 표현한다. '부러 거칠고 맛 없는 것을 찾아 먹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악식'을 '미식'과 같은 위치에 놓음으로써 자신의 선을 지키고, 선을 지키는 일 자체를 즐기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어쨌든 모든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미식도 스스로 멈춰야 할 때를 알아야 더욱 온전히,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법이다.

"미식:악식과 동의어이다. 어둠이 있어야 빛의 황홀도 있는 것이다. 미식이란, 음식에서 어둠의 맛까지 느끼는 일이다." (책 '미각의 제국', 황교익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