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시리즈는 아이들에게 사회 불의와 진보 정치학을 가르치는 교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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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에 베스트셀러가 된 이래로, ‘오즈의 마법사’는 현재까지도 널리 읽히는 책이다. 캔자스에서 소용돌이에 휘말려 날아가 (마녀가 있는 것만을 제외하면) 완벽한 동화 속 나라 같은 곳에 떨어진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L. 프랭크 바움의 소설은 1939년 영화화되기 훨씬 전에 이미 어린이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the wonderful wizard of oz

[2006년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오즈의 마법사' 초판본]



하지만 ‘오즈의 마법사’는 바움이 쓴 이 시리즈의 14권 중 첫 책에 불과하다. 이 시리즈는 어린 아이들에게 페미니즘, 사회주의, 반전주의, 다문화주의 등 진보 정치학을 소개해주기 완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이가 조금 든 아이들에겐? 바움이 원주민들에 대해 쓴 오즈 시리즈 외의 인종차별적 글을 통해 식민주의와 대량 학살 등의 이야기까지 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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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



왕자만을 기다리지 않는 소녀

이 아이들을 위한 정치적인 시리즈의 첫번째 책에서 바움이 기초적으로 한 불의 문제 제기 작업 중 하나는 주요 캐릭터들을 전부 여성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용감무쌍한 농장 소녀 도로시, 도로시가 처치하는 두 사악한 마녀, 도로시가 캔자스의 집으로 돌아가는 걸 도와주는 착한 마녀 글린다 모두 여성이다.

반면 남성 캐릭터들은 허수아비, 겁 많은 사자,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 자기가 얻을 자격이 없는 권력을 공포와 사기로 유지하는 이름뿐인 독재자다. 자신의 약점을 만회하기는 하지만 비교적 수동적이다.

그러나 도로시는 언제나 먼저 나서서 행동한다. 대부분의 동화에서와는 달리 도로시는 왕자님이 찾아오길 기다리지 않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몇십 년 먼저 나오긴 했지만, 바움은 당시 피어나던 여성참정권 운동에서 얻은 페미니스트 영감을 자신의 책에 넣었다. 바움은 평생 진취적인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살았다. 1852년에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최초의 여성 의사 중 하나가 된 친척이 있었고, 그의 아내인 모드 게이지는 코넬에서 공부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작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장모 마틸다 게이지였다. 수전 B. 앤서니와 함께 전국 여성 참정권 협회를 만들고, 여성인권 선언문을 썼고, 마녀 사냥을 여성혐오적 압제라고 일축한 인물이다. 마틸다 게이지는 “우리는 소위 ‘마녀’라는 사람들이 그 시대에서 가장 과학적인 사람들에 속했다는 증거를 아주 많이 가지고 있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The marvelous land of Oz; being an account of the further adventures of the Scarecrow and Tin Woodman a sequel to the Wizard of Oz (1904) (14752972562).jpg

[가장 아래 파란 옷을 입은 소년이 '팁']



젠더 고정관념 탈피

바움이 쓴 '오즈의 마법사'의 속편 ‘오즈의 땅 The Land of Oz’에는 '팁(본명은 티페타리우스)'이라는 어린 소년이 등장한다. 하지만 팁은 사실 소년의 몸에 갇힌 소녀다. 젠더 정체성의 유동성을 담은 순간에 팁이 사실은 나라의 지도자 오즈마임이 밝혀진다.

“다정하면서도 주저하는 목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너희들 중 누구도 예전보다 날 덜 좋아하지 않길 바라. 난 똑같은 팁이야, 그저- 그저-’ ‘그저 다를 뿐이지!’ 호박머리가 말했다. 모두 그게 이제까지 호박머리가 한 말 중 가장 현명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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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어 장군이 이끄는 여성 부대가 에메랄드 도시를 침공하는 장면을 그린 삽화]



여성 참정권

그러나 2권의 주요 플롯은 먼치킨 장군 진주어가 여성 혁명으로, 이는 여성 참정권에 대한 명랑한 패러디이다.

“‘친구들이여, 동료 시민들이여, 소녀들이여!’ 그녀는 말했다. ‘우리는 오즈의 남성들을 상대로 한 위대한 저항을 시작한다! 우리는 에메랄드 도시를 정복하러 행군할 것이다. 허수아비 왕을 권좌에서 몰아낼 것이다. 멋진 보석 수천 개를 손에 넣고, 왕국의 보물들을 샅샅이 뒤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압제했던 자를 지배할 권력을 손에 넣을 것이다!’”

여성으로만 구성된 그녀의 ‘저항군’은 뜨개바늘을 무기로 사용하고, 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패배할 뻔하지만, 간신히 허수아비 왕을 퇴임시킨다. 집안일과 육아를 해서 너무나 지친 남성들은 ‘혹시 여성들은 무쇠로 만들어진 걸까’ 생각한다.

진주어는 결국 글린다가 이끄는, 마찬가지로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군대에 패배한다. 하지만 허수아비 왕을 다시 왕좌에 앉히는 대신, 오즈마는 오즈를 만든 요정 루얼린 여왕이 구축한 자연스러운 모계제 국가로 돌아간다. 다른 속편들에서는 도로시가 돌아오고, 벳시 보빈스, 노란 암탉 빌리나, 무지개의 딸 폴리크롬 등 다른 강한 여성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이 속편은 ‘여성을 강력한 지도자 역할로 묘사한’ 페미니즘적 관점과 사회주의 경제를 다뤘다는 점 때문에 여러 해 동안 금서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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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



사회주의 경제

“우리가 사랑과 친절함과 서로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돈으로 물건을 산다면, 우리는 세상 다를 곳보다 나은 것이 없을 거야.” ‘오즈로 가는 길 The Road to Oz’의 양철 나무꾼의 선언이다. “우리에겐 부자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어. 누군가 원하는 게 있으면 다들 그 사람에게 주고 싶어하니까.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야. 오즈에선 자기가 쓸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오즈의 에메랄드 도시 The Emerald City of Oz’에서 이 이야기가 더 자세히 나온다.

“모든 남녀는 자신이 지역 사회를 위해 무엇을 생산했느냐와 무관하게 이웃들에게 음식과 옷과 집과 가구와 장신구와 놀 거리를 받았다. 혹시 우연히라도 보급품이 부족해지면 지배자의 거대한 창고에서 더 가져왔다. 사람들이 필요한 것보다 남는 물건이 있으면 나중에 다시 창고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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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에메랄드 도시' 표지



반전주의

시리즈에는 단호한 반전주의적 입장도 담겨 있다. 바움의 마지막 책 ‘오즈의 글린다 Glinda of Oz’는 세계 1차 대전 종전 무렵에 나왔다. 도로시와 오즈마가 스키저들과 플랫헤드들 사이의 전쟁을 막으려 노력하는 내용이다. 에메랄드 도시에서 오즈마는 “놈 왕이 사악한 일을 하려 한다는 것이, 내가 같은 일을 하는 명분이 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한다. 침공을 받았을 때조차 “그 누구도 살아있는 존재를 파괴할 권리는 없다. 아무리 사악한 존재라 해도 말이다. 상처를 주거나 불행하게 만들 권리도 없다. 나는 내 왕국을 구하기 위해서라 할지라도 싸우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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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재능을 합쳐야 승리할 수 있다.]



다문화주의

먼치킨, 윙키, 길리킨, 쿼들링이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며 다문화주의의 장점을 알리기도 한다. 모든 모험에는 다양한 종, 동물, 요정, 움직이는 물건들, 아주 크게 확대된 워글 벌레가 나오는데, 이들은 재능을 합쳐야 승리할 수 있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책들은 이 모든 게 꿈이었다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페미니스트, 사회주의, 다문화 유토피아인 오즈의 나라를 엠 고모와 헨리 삼촌의 농장이 은행 손에 넘어가는 우울한 회색 캔자스와 대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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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디드 니의 학살 사건, 1890년



식민지 시대의 비극

그러나 이 극명한 대비는 안타깝게도 그의 픽션과 현실 사이에도 존재한다. 바움은 동화 시리즈에 여러 진보 정치학의 내용을 담았지만, 스스로 인종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책들이 ‘우리 시대의 특징을 담고 있고, 오늘날의 진보적 요정들을 그린다’고 말했지만, 그는 자기 시대의 식민주의적 압제도 지니고 있었다.

그가 오즈를 만들기 10년 전, 바움은 사우스 다코타 주 애버딘에서 새터데이 파이오니어라는 신문을 운영했다. 그는 신문을 통해 ‘여성들의 대의를 지지하고’, ‘우리 나라의 성공의 열쇠는 관용’이라고 썼지만, 1890년에 라코타 수 족의 대량 학살을 지지하는 사설, 운디드 니의 학살을 지지하는 사설을 썼다.

그때까지도 싸움이 자주 일어나던 당시의 다코타 주에서는 인종차별이 만연해 있었지만, ‘정복의 법칙, 문명의 정의에 따라 백인이 미국 대륙의 주인이므로 아직 남은 얼마 안 되는 인디언들을 모두 제거할 것’을 요구한 바움의 말은 용서 받을 수 없다. 대학살 이후에도 바움은 미국 정보가 ‘길들여지지 않은, 길들일 수 없는 존재들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리라’고 요구했다.

2006년에 그의 후손 2명은 사우스 다코타에 가서 수 족 국가에게 사과했다. “우리는 여러분 앞에 서서 위대한 국가인 미국과 수 족 국가의 시민인 여러분들에게 위대한 미국 동화 ‘오즈의 마법사’와 미국의 커다란 비극 운디드 니 학살이 우리 모두의 마음, 머리, 기억에 영원히 함께 남게 하자고 제안한다.”

이런 바움의 그로테스크한 증오는 그가 나중에 쓴 책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의 부모는 자녀와 함께 나이가 조금 든 어린이들에게 원주민들이 얼마나 끔찍한 대우를 받았으며 백인 우월주의가 진보적으로 보이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이를 통해 설명해 줄 수 있는 좋은 교재가 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오즈는 새로운 소설, 뮤지컬, 만화, 영화, TV 쇼로 만들어지며 바움을 넘어서서 자랐다. 하지만 오즈 소설들이 아이들에게 주었던 사회 정의에 대한 메시지는 2017년에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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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포스트 캐나다판의 Oz Books Can Teach Your Kids About Woke Politics And Colonial Crimes를 번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