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치맥'이 유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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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벽한 조화가 있을까? 삼합 정도의 조합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치킨과 맥주, 줄여서 '치맥' 말이다. 심지어 드라마에서 유명 배우가 '치맥'을 언급해 중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고 하니, 이미 '치맥'은 우리의 대표 문화로 자리잡은 셈이다. 왜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에서, 다른 메뉴도 아닌 '치맥'이 그토록 인기를 끌고 있는 걸까? 책을 통해 그 까닭을 추측해 보았다. 음식은 문화와 사회를 반영한다. '치맥'도 예외는 아니다.

korea chicken and beer

1. 한국인의 입맛과 '한국' 맥주의 조화

korea beer

치킨은 무척이나 기름진 음식이다. 지방이 많은 닭 껍질에 튀김 옷까지 입혀 만든 '바삭함'과 '고소함'이 치킨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치킨을 살코기 맛으로 먹는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유독 '느끼함'에 대한 거부감도 심하다. 파스타를 먹으면서도 피클 같은 '짠지'를 찾곤 한다. 물론 치킨 무를 함께 주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느끼함을 단번에 잠재우고 남은 닭을 마저 뜯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이럴 때 찾게 되는 그 한 방은 대개 '탄산'이 들어간 무언가가 되기 마련이다. 맥주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실 수 있는 주류 중 가장 탄산 성분이 강하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맛의 치킨이 있는데, 왜 유독 한국에서만 ‘치맥’이 탄생하게 되었을까? 서구에서 치킨은 ‘별식’이 아닌 '식사'의 성격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또 느끼함을 맥주로 잡기에 맥주 자체의 다양한 풍미를 강조한 외국 맥주보다 '냉기'와 '탄산'을 강조해 '목 넘김'을 부각하는 한국 맥주가 훨씬 더 적절했다. 결국 '치맥'은 한국인의 입맛과 한국 맥주의 특성이 합쳐져 만들어낸 셈이다.

"후라이드 치킨의 기름 맛을 즐기고 싶지만 그 느끼함은 견딜 수 없는 한국 사람들이 '치맥'을 만들어냈다. 한편 한국 맥주 또한 치킨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라거식 병맥주나 생맥주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싼 '에일 맥주'는 맥주 자체의 다양한 풍미를 즐기는 술이어서 안주가 주인공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맥주는 다르다. 이 맥주들은 그야말로 '안주'를 부르는 맛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안주 없이 마시기에는 허전한 맛이라는 뜻이다. 치킨을 먹을 때 필요한 딱 그만큼의 수준, 차갑고 톡 쏘면 그만이다." (책 '대한민국 치킨展', 정은정 저)

2. 치킨집 창업 열풍

korea chicken

저자에 의하면 한국 치킨 브랜드가 결정적인 호재를 맞은 시기가 있다. IMF다.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의 이름으로 쫓겨난 가장들이 마지막 생계 수단으로 선택한 게 치킨 가게였고, 때아닌 '치킨집 창업 열풍'이 일어났다. 이 때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이들을 '가맹점주'로 대거 흡수하면서 한국의 치킨 공급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배달은 필수가 되고, 심지어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은 무조건 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된다. 그렇게 '치맥'은 밖에 나가기 싫은 날,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음식이 되었다. 지금의 치맥 뒤엔 IMF라는 슬픈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중국에서까지 인기를 끌었다는 한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말한다. "눈 오는 날에는 치킨에 맥주인데......"...그런데 정말 눈 오는 날에는 치맥이 제격일까? 맞는 말이긴 하다. 눈이나 비가 오면 사실 치킨집의 배달 주문은 평소보다 치솟게 마련이다...밖에 나가기 귀찮을 때 시켜 먹기 가장 좋은 음식이 치킨이기 때문이다...IMF의 필연적인 귀결, 즉 '치킨집 창업 열풍'이었다.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의 이름으로 갑자기 거리로 쏟아져나온 가장들이 선택한 최후의 생계수단이 자영업이었고, 그중에서도 고깃집과 치킨집은 가장 차리기 쉬운 업종이었다..." (책 '대한민국 치킨展', 정은정 저)

3. 월드컵과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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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치맥 열풍을 이야기하면서 스포츠, 더 정확하게는 월드컵과 프로야구를 빼놓을 수 없다. '치맥'이란 단어가 일반명사처럼 쓰이게 된 시점 자체가 2002년 월드컵부터였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복날로 이어졌던 2002년 한 해 동안의 치맥 소비량이 가히 전설적이었던 까닭에 그 이후로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치킨집을 차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실제로 월드컵이 있는 해 치킨 소비량은 전년 대비 30퍼센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치킨업계에 호재로 다가오는 스포츠 경기가 4년에 한 번 있는 월드컵만은 아니다. 프로야구도 있다. 매년 3월, 외식업계 전체가 다소 위축될 때 치킨업계를 버티게 해주는 이벤트는 다름아닌 프로야구 개막이다. 특히 야구장 근처에 위치한 치킨집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치맥'은 다른 무엇보다 스포츠 경기, 그 중에서도 축구와 야구를 응원하며 먹는 음식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자리매김했다. 다 읽었다면, 이제 '치느님'을 영접하러 갈 시간이다.

"한국에서 치킨점이 갑자기 늘어난 때는 2002년 월드컵을 전후해서였다. 1만여 개에 이르던 치킨점이 2002년을 기점으로 71퍼센트 증가하면서 갑자기 2만 5000여 개로 늘어나버린 것이다...이때부터 '치맥'이라는 말은 일반명사가 되었다...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국어사전에 자리 잡을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제 스포츠와 치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현상으로 매김했다." (책 '대한민국 치킨展', 정은정 저)